지수형 주춤…'이색 종목형 ELS' 뜬다

올 들어 4조원어치 발행
홍콩 ELS 대규모 손실 사태에
종목형 비중 80%로 3배 늘어

삼성전자·테슬라 등 기초자산
"잘 풀리면 두 배 수익"에 인기
지수형보다 손실 가능성 높아
개인 투자자 A씨는 지난달 ‘미래에셋증권 35314회 주가연계증권(ELS)’에 청약하고 500만원을 납입했다. 이 ELS는 만기 9개월짜리 상품으로, 조기 상환이 안 되고 만기까지 가는 데 성공하면 테슬라 주가 상승률의 두 배에 달하는 수익금을 준다.

하지만 주가가 발행일 대비 하락하면 청약 시점의 주가를 기준으로 테슬라 주식을 입고해준다. A씨는 “잘 안 돼도 주식으로 받으면 손실이 확정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마음의 부담이 덜해 청약했다”고 말했다.

○종목형 ELS 발행 급증

홍콩 H지수 관련 ELS 손실 사태 속에서 개별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종목형 ELS 발행이 급증하고 있다. 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종목형 ELS는 올 들어 4월까지 4조1009억원어치가 발행됐다. ELS의 기초자산이 되는 개별 종목은 삼성전자, 네이버, KT 등 국내 종목을 비롯해 테슬라, AMD, 엔비디아 등 해외 종목까지 두루 있다.

매년(1~4월 기준) 종목형 ELS 발행액을 보면 2018년에는 1조6207억원에 그쳤으나 2021년엔 3조1744억원까지 늘었다. 증시 조정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2022년 1조7222억원으로 줄었지만, 올 들어 다시 급증하고 있다.홍콩 H지수 ELS 손실이 도마에 오르면서 전체 ELS 발행액은 올 들어 크게 줄어들었다. 전체 ELS 발행액은 올해 1~4월 5조34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조4285억원에서 반 토막 났다. 지수형 ELS가 급감하는 가운데 종목형 ELS 발행은 역주행하고 있는 것이다. 종목형 ELS의 비중은 지난해 24.7%에서 올해 81.4%로 세 배 넘게 커졌다.

종목형 ELS는 지수형보다 ‘고위험·고수익’인 경우가 많다. 한국투자증권이 오는 14일까지 청약을 받는 ‘트루 ELS 17082회’는 미국 종목 엔비디아와 AMD가 기초자산인 상품이다. 이 ELS는 만기일까지 갔을 때 모든 기초자산 가격이 발행일 대비 55% 이상이거나, 상품 유지 기간에 35% 미만으로 떨어진 적이 없으면 연 환산 10.62%의 수익금을 준다. 지수형 ELS의 수익률이 최근 연 5~7% 선인 것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다. 다만 이 상품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트루 ELS 17082회의 손실 가능성은 9.905%로, 지수형(일반적으로 0.5% 이하)의 수십 배다.

○상대적 손실 가능성 잘 살펴야

홍콩 H지수 ELS의 대규모 손실 사태로 관련 파생상품의 인기가 떨어지자 증권사들이 투자자 관심을 다시 끌어오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고안하면서 종목형 ELS 발행액이 늘었다는 분석이다.다만 투자자로서는 상대적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고 상품 구조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조기 상환 조건이 반드시 투자자에게 유리한 건 아니다. A씨가 청약한 미래에셋증권 35314회 ELS는 발행 3개월 뒤 테슬라 주가가 발행 당시의 85% 이상이면 연 5.88%의 수익률로 원리금을 상환한다. 이는 바꿔 말하면 이때 테슬라 주가가 아무리 많이 올랐어도 투자자는 연 5.88%의 수익률만 얻고 손을 털어야 한다는 얘기다. 트루 ELS 17082회는 조기 상환뿐만 아니라 만기 상환 때도 약정 수익률을 초과하는 수익은 얻을 수 없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