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에 사과…특검은 정치 공세"
입력
수정
지면A2
尹, 취임 2년 기자회견윤석열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 끼쳐 드린 부분에 대해 사과를 드린다”고 9일 말했다. 윤 대통령이 김 여사 의혹에 대해 ‘사과’라는 표현을 쓴 것은 처음이다. 야당이 추진 중인 ‘해병대원 특검법’에 대해선 “국민께서 수사 결과에 납득이 안 된다면 제가 특검하자고 먼저 주장하겠다”며 조건부 수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국 현안
尹 취임 후 첫 '사과' 언급했지만…
"지난 정부서 저 타깃 2년반 수사
할만큼 해놓고 특검요구 모순"
채상병 특검은 조건부 수용 시사
"젊은 해병 순직, 가슴 아픈 일
수사 미진하면 제가 특검 요구"
한동훈과 갈등설엔 "오해 풀어"
○“채상병 순직, 진상규명 이뤄져야”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김 여사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는 시점에 대통령 의견이 듣고 싶다’는 질문에 “사과 드린다”고 말한 뒤 발언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 앞서 참모들과 답변을 준비할 때는 ‘사과’라는 단어를 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회견 과정에서 즉석에서 사과드린다고 언급했다는 의미다.윤 대통령은 지난 2월 KBS 대담에선 김 여사 의혹과 관련해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좀 문제” “아쉽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을 뿐 사과하지 않았다. 김 여사를 둘러싼 검찰 수사와 관련해서는 “오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며 “공정하고 엄정하게 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윤 대통령은 해병대원 특검법 관련 질문에도 유감 표명으로 답변을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젊은 해병이 대민 지원 작전 중에 순직한 것은 안타깝고 참 가슴 아픈 일”이라며 “진상 규명이 엄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고 당시 “왜 이렇게 무리하게 진행해 이런 인명 사고가 나게 하느냐”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질책성 당부를 한 사실을 밝혔다.
○“특검은 수사 부실 의혹 때 하는 것”
다만 야당이 추진하는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특검은 수사기관의 수사에 부실 의혹이 있을 때 하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에 대해선 “지난 정부 2년 반 정도 사실상 저를 타깃으로 해 검찰에서 특수부까지 동원해서 정말 치열하게 수사했다”며 “(수사를) 할 만큼 해놓고 또 (특검을) 하자는 것은 그야말로 특검의 본질이나 제도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수사했음에도 혐의점을 찾지 못한 사건을 놓고 더불어민주당이 재차 특검을 도입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주장이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 특검법’을 “정치 공세” “정치 행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해병대원 특검법을 놓고도 “진행 중인 수사와 사법 절차를 지켜보고 수사 관계자들의 마음 가짐과 자세를 믿고 지켜보는 것이 옳다”고 했다. 대신 윤 대통령은 국민들이 수사 결과를 납득하지 못하면 특검을 먼저 주장하겠다고 제안했다. 또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수사 관계자나 향후 재판을 담당할 관계자들도 모두 안타까운 마음으로 열심히 진상을 규명할 것”이라며 “어떻게 이 사건을 대충할 수가 있겠으며, 그리고 수사하면 다 드러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협치, 포기하지 않는 자세 중요”
윤 대통령은 민주당과의 협치 강화를 위한 방안을 묻는 질문에 “협치가 한술 밥에 배부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국민을 위한 협치를 위해 노력하는 자세, 또 절대 협치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자세, 이런 것들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외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을 만날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어떤 정치인도 선을 긋거나 하지 않고 늘 열어놓겠다”고 했다.윤 대통령은 지난 4·10 총선 과정에서 불거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갈등설에 대해 “오해가 있었던 것 같고, 바로 그 문제는 풀었다”고 답했다. 이어 “총선을 지휘했기 때문에 정치인으로서 확고하게 자리 매김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한 위원장과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저와 20년이 넘도록 교분을 맺었다”며 “언제든지 만날 것”이라고 했다.윤 대통령은 기자회견 전 생중계로 진행된 ‘국민보고’에서도 “민생의 어려움은 쉬 풀리지 않아 마음이 무겁고 송구스럽다” “국민들의 안타까운 하소연을 들을 때면 가슴이 아프고 큰 책임감을 느꼈다” “어떤 질책과 꾸짖음도 겸허한 마음으로 더 깊이 새겨듣겠다”며 몸을 낮췄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