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오늘 '여자 ACL' 결승…무능한 연맹은 7시간 전 공지

3월부터 AFC와 접촉하고 적극적으로 알린 일본 WE리그와 딴판
내년부터 본격 여자 ACL 열리는데…WK리그는 축구협회에만 의존
여자축구 인천 현대제철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클럽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아시아 여자 팀 정상을 노린다는 소식이 경기 전날에야 처음 알려졌다. 현대제철은 10일 오후 6시 일본 사이타마의 우라와 코마바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클럽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우라와 레즈 레이디스를 상대로 아시아 정상에 도전한다.

AFC 여자 클럽 챔피언십은 2024-2025시즌부터 정식 개최될 AFC 여자 챔피언스리그의 테스트 이벤트 격 대회로 한국, 일본, 호주 등 8개국 리그 우승팀은 4개 팀씩 2개 조로 나뉘어 지난해 11월 6∼12일 조별리그를 치렀다.

B조 1위 현대제철은 A조 1위 우라와와 결승전에 진출했으나 AFC가 뚜렷한 이유 없이 결승전 일정을 취소했다가 다시 열겠다고 최근 두 팀과 두 나라 리그에 통보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결승전이 성사됐다.
문제는 결승전 취소 시점부터 재개 결정까지 모든 과정을 즉각 알린 일본 WE리그와 달리 WK리그를 관장하는 한국여자축구연맹(이하 연맹)과 현대제철은 킥오프를 24시간도 남기지 않은 9일 오후 9시(인천 현대제철 사회관계망서비스)와 10일 오전 11시 30분(WK리그 홈페이지)에야 이를 공지했다는 사실이다.

각별한 결승전을 앞두고 한국과 일본 리그 기구 간의 행정력 차이가 고스란히 드러난 대목이다.

현대제철 구단과 연맹은 늑장 공지의 이유로 AFC의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들었다.
현대제철과 연맹의 해명과 달리 일본 WE리그와 우라와 구단은 AFC와 직접 접촉해 발 빠르고 실질적인 정보를 즉각 공유해 대조를 보였다.

WE리그는 지난 3월 "AFC가 대회 결승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통보했다"며 "일본축구협회(JFA)와 함께 AFC에 결승전 개최 중지 경위와 이유 등을 파악하겠다"고 발표했다.

WE리그는 우라와 구단과 함께 AFC에 결승전 개최 재고를 요청하는 공문도 보냈다. 이후 AFC와 일본의 JFA, WE리그, 우라와 구단, 한국의 대한축구협회(KFA), 인천 현대제철이 협의를 통해 일본에서 단판 결승전을 열기로 했다는 내용이 지난달 25일 WE리그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됐다.

우라와 구단은 8일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와 홈페이지 등을 통해 현대제철과의 결승전을 홍보했다.
소리소문없이 사라질 뻔한 결승전이 열리는 과정에서 연맹이 실질적으로 무슨 일을 했는지 알 수 없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일본 축구계의 발표에 기대어 보면 JFA, WE리그, 우라와 구단 등 일본 여자축구계의 움직임에 현대제철 구단이 응답한 양상으로 보인다.

결국 현대제철 구단을 지원할 행정력을 갖추지 못한 연맹은 AFC 여자 클럽 챔피언십 결승에서 리그 기구로서 존재감을 사실상 잃었다.

연맹은 "우리는 (협의 과정에서) 빠져 있어서 정확히는 알 수 없다.

모르겠다.

확인해봐야 한다"며 "우리는 정보 공유만 받는 상황"이라고 정확한 답변을 피했다.

현실이 이러다 보니 구단 지원 업무도 국제 대회 경험이 있는 KFA가 대리하고 있다.

연맹 인력 중 단 한 명도 이번 대회 업무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있지 않다.

대한축구협회는 "국제대회 경험이 없는 여자축구연맹을 대회 정착 과정에서 최우선으로 도와주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축구협회가 임시로 현대제철의 대회 참가를 도와준다고 해도, 앞으로 여자 ACL에 참여하는 팀을 지원해야 할 연맹 인력 중 이번 대회 실무를 경험하는 이가 전무하다는 사실은 장래를 봐서도 암울하다.

프로축구 K리그를 관장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과 비교해도 WK리그의 처신은 무기력하다.

프로축구연맹은 울산 HD와 전북 현대 등 국내 프로팀이 ACL 경기를 치를 때면 분석 자료를 만들어 배포하거나 클럽라이선스 등과 관련한 행정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K리그 팀이 대회에 참가하기 때문에 ACL 출전 자격 확보 등과 관련해서 AFC와 직접 소통하기도 하고, 상대팀 분석 자료를 만들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K리그 팀이 ACL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K리그의 위상이 높아지고 리그 흥행에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