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비용과의 전쟁'…엔씨, 삼성동 빌딩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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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해야 산다"엔씨소프트가 뼈를 깎는 대수술에 나섰다. 인력을 10% 줄이고 서울 삼성동 빌딩을 매각하기로 했다. 게임업계 성공 신화를 쓴 ‘리니지라이크’ 사업모델도 최소화해 잃어버린 시장 신뢰를 다시 쌓겠다는 각오를 내놨다.
특단책 꺼내 경영쇄신 '고삐'
1분기 영업익 전년比 68% 감소
인력 10% 줄이고 아웃소싱 대체
리니지식 모델 대신 신작 '승부'
IP 게임 늘리고 구조조정 추진
넷마블·컴투스 '흑자전환' 성공
○박병무 “경영 효율화 이제 시작”
박병무 엔씨소프트 대표는 10일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이달 권고사직을 단행할 것”이라며 “분사를 통해 본사 인원을 올해까지 4000명대 중반으로 줄이겠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인력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5023명. 10%에 해당하는 500명가량 감원이 유력하다. 박 대표는 “주요 기능을 제외한 모든 부서의 인력을 동결하고 아웃소싱으로 인력과 기능을 확충하겠다”며 “경영 효율화는 이제 시작이고 인원 효율화도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흩어져 있던 마케팅 조직도 한데 집중해 비용을 통제하기로 했다.엔씨소프트는 올해 매출이 급증할 만한 이벤트가 눈에 띄지 않는다. 다음달 배틀크러쉬를 시작으로 올해 신작 3종이 나올 예정이지만 내년에야 본격적인 수익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1분기 매출 3979억원, 영업이익 25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17%, 영업이익은 68% 줄었다. 지난해 12월 출시한 ‘쓰론앤리버티(TL)’는 이 회사가 기타 매출로 잡아놨을 정도로 시장 반응이 냉랭했다.
반면 돈 쓸 곳은 많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3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신사옥을 짓기 시작했다. 2027년 완공하는 게 목표다. 토지 매입비 4300억원, 공사비 5800억원이 들어가는 공사다. 인수합병(M&A) 작업도 한창이다. 박 대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여러 회사를 검토했는데 지금은 적은 수로 압축해서 한두 곳은 초기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엔씨소프트와 시너지가 나는 회사, 안정적이고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회사가 대상”이라고 말했다.
○“리니지라이크 사업모델 안 해”
곳간을 채우기 위해 엔씨소프트가 선택한 건 부동산 매각이다. 박 대표는 “서울 삼성동에 있는 엔씨타워를 팔아 신사옥 건축 비용을 충당하겠다”며 “판교 R&D센터도 자산 유동화를 거쳐 부동산 자산이 더 늘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두 건물의 합산 시가를 1조원으로 추정했다.게임 포트폴리오에도 메스를 들었다. 현금을 쏟아 캐릭터를 강화하는 리니지라이크식 사업모델을 지양하기로 했다. 박 대표는 “TL이 그랬듯 다른 게임에서도 코스튬(의상 아이템)과 배틀패스(기간제 보상)식 사업모델을 유지하겠다”며 “새로운 게임, 새로운 장르와 사업 모델로 이용자, 주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구조조정과 98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 소식에 힘입어 엔씨소프트 주가는 이날 전일 대비 10.57% 오른 20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다른 게임사들도 비용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지난 9일 실적을 발표한 넷마블은 1분기 영업이익 37억원을 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영업비용이 5817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0% 줄어든 덕을 봤다. 이 회사는 수수료 지출을 줄이고자 자체 지식재산권(IP) 게임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유동성을 늘리기 위해 9일 하이브 지분 2199억원어치를 매각하기도 했다. 기업어음(CP)을 갚아 이자 부담을 덜고자 지난 3월 4000억원 규모 회사채도 발행했다.자회사인 넷마블에프앤씨가 메타버스부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1월 권고사직을 통보하는 등 감원 조치도 나왔다.
컴투스도 몸집을 줄이고 있다. 올 1분기 두 자릿수 규모 권고사직을 단행했다. 지난해 하반기 컴투버스 등 자회사 위주로 추진한 구조조정이 본사로 확장됐다. 비용 효율화 덕분에 컴투스는 1분기 영업이익 12억원을 기록하며 다섯 분기 만에 적자에서 벗어났다.
펄어비스는 1분기 영업이익 6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광고선전비를 전분기보다 30% 줄인 효과가 컸다. 지난해 콘솔 게임 ‘P의 거짓’을 흥행시킨 네오위즈 역시 마케팅 비용과 성과 인센티브를 깎았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