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미국 상황이 아무리 나빠 보여도 다른 곳에선 더 나쁜 일이 벌어진다. 미국에서 학생, 교수, 교직원들이 대학을 하마스의 선전 공장으로 용도 변경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동맹국 영국에서 일어난 일도 살펴봐야 한다. 런던 거리의 반유대주의 구호가 의회에 침투하고, 수도 전역에서 유대인 혐오 행진이 벌어지고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치러진 영국 지방선거에서도 이 같은 정서의 정치적인 힘이 드러났다.
Gerard Baker WSJ 칼럼니스트
'反이스라엘' 무소속 후보 두각
영국에선 지방선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영국은 미국과 달리 대부분 정책이 국가 차원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시의회, 시장에게 위임된 기능은 평범하다. 그러나 이들은 법 집행과 같은 중요 업무에서 어느 정도 역할을 한다. 지역 정치는 당파성이 강하기 때문에 선거는 전국적인 정치 동향의 시험대로 여겨진다.지난주 개표 결과 야당인 노동당이 지난 4년간 보수당 총리가 이끄는 정부를 제치고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비난이 불충분했다는 이유로 무슬림 유권자들은 노동당 대신 ‘무소속’ 후보에게 사상 최대 표를 몰아줬다.4년 전까지만 해도 노동당은 하마스를 공개적으로 옹호하고, 당내 반유대주의 부상에 미소를 짓던 인물이 이끌었다. 새로운 지도자인 키어 스타머가 이끄는 노동당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비난하고, 조심스럽게 휴전을 촉구하는 등 가자지구 전쟁에 대해 공평하게 접근하려고 했다. 이에 급진적인 지지자들은 분노했다.
잉글랜드 북서부 도시 올덤에서는 친팔레스타인 후보가 승리했다. 무소속 후보가 토리당(보수당)과 같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버밍엄에선 친팔레스타인 무소속 후보가 20% 득표율로 시장에 당선됐다.많은 급진주의자가 녹색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그들의 선거운동은 저공해 지역에만 집중됐다. 무슬림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지역에선 노동당이 패배했다. 옥스퍼드와 맨체스터처럼 멀리 떨어진 곳에선 반이스라엘 공약을 내세운 무소속 후보가 의석을 차지해 지역 행정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이슈를 설정했다. 하마스 지지자가 쓰레기 수거를 맡는 것과 지역 경찰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문제를 과장하는 것일 수 있다. 이번 선거는 투표율이 낮았고, 일부 선거구를 제외하면 급진주의자들은 소수의 득표율만 얻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가 갖는 의미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의미 큰 지방선거 결과
토리당이 깜짝 부활하지 않는 한 노동당은 1년 이내 과반수로 정부를 구성할 것이고, 급부상하는 ‘반시온주의자’의 강력한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올해 초 스타머는 반유대주의 음모론을 퍼뜨리는 장면이 영상에 찍힌 의원 보궐선거 후보에 대해 당의 지지를 철회했다. 해당 의석은 급진적 이슬람주의를 지지하는 무소속 후보가 차지했다.노동당은 이스라엘 지지를 중단해야 한다는 이들의 요구에 직면해 있다. 영국과 달리 미국에선 이들이 대학만 점령했을 뿐이다.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 ‘U.K. Local Elections Yield Ominous Islamist Success’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