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보다 앞서 '여름 피벗' 기대…英·獨 증시 사상 최고가

금리인하 기대…유럽증시 강세

ECB '6월 인하' 가능성 시사
英 BOE도 긍정적 인하 신호
스위스·스웨덴 등 금리인하 시동

예상보다 빨리 물가 상승 둔화
유럽 각국, 금리 인하에 적극적
유럽의회 선거 미디어아트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와 개선문에 다음달 6~9일 유럽의회 선거를 알리는 미디어아트가 화려하게 펼쳐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유럽 증시가 ‘피벗(통화 정책 전환) 호재’로 고공 행진하고 있다. 영국과 독일 대표 주가지수는 나란히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고, 범유럽 주가지수인 유로스톡스600지수도 6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피벗 시점이 불투명해진 미국과 달리 스위스 스웨덴 등 일부 유럽 국가가 금리 인하에 나섰고,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르면 다음달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유럽 ETF 일제히 최고가

10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독일 DAX지수는 올 들어 12.1% 올라 인공지능(AI) 랠리로 급등한 미국 나스닥지수의 같은 기간 상승률(8.89%)을 웃돌았다. 영국 FTSE100지수는 같은 기간 9.3% 올랐고, 프랑스 CAC40지수는 9.4%, 범유럽 유로스톡스600지수는 8.9% 뛰었다.

로이터통신은 유럽 기업의 호실적, ECB의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 중동 긴장 완화 덕분에 이달 들어 주가지수가 크게 올랐다고 분석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올 들어 수차례에 걸쳐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영국에서도 이날 열린 영국은행(BOE) 통화정책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하 의견을 낸 위원이 9명 중 2명으로, 직전 회의(4월) 때보다 한 명 늘면서 BOE가 이르면 다음달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기대가 확산했다.

미국보다 유럽이 먼저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에 힘입어 유럽 상장지수펀드(ETF)가 일제히 최고가를 썼다고 폭스비즈니스는 전했다. 다우존스 마켓데이터에 따르면 ‘아이셰어즈 MSCI 유로존 ETF(티커명 EZU)’는 전일 대비 0.97% 오르며 2008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6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이 ETF의 상위 보유 종목으로는 세계 최대 명품 업체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독일 소프트웨어 기업 SAP,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에너지스 등이 있다.

○달라지는 美-유럽 통화정책

유럽이 미국보다 금리 인하에 적극적인 것은 인플레이션 완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ECB는 지난 3월 통화정책 방향 자료에서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을 지난해 12월 예측치 2.7%에서 2.3%로 하향 조정했으며 내년 예측치도 목표에 부합하는 2%로 낮췄다. 반면 미국은 올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3월까지 매달 3%를 웃도는 등 여전히 고물가에 시달리고 있다.

비(非)유로존 유럽 국가는 금리 인하에 시동을 걸었다. 스위스가 3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데 이어 헝가리(4월 23일), 체코(5월 2일), 스웨덴(5월 8일)도 기준금리를 내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 국가들의 연쇄적인 금리 인하는 유럽이 통화 정책에서 미국과 다른 길을 택하려는 의지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유럽 각국이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증시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영국 통계청(ONS)은 10일 성명을 통해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0.6% 증가했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인 0.4%를 넘어서는 수치다. 영국 GDP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 -0.1%, 4분기 -0.3%로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독일은 지난해 4분기 GDP 증가율이 -0.5%로 2021년 1분기 -1.3%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가 올 1분기 0.2%로 반등했다. 독일의 대표 경기 선행지표인 ‘Ifo기업환경지수’가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반등하는 등 회복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기업 실적 호조도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금융정보업체 LSEG의 데이터를 인용해 지난 1분기 유로스톡스600 기업 가운데 최소 61%가 시장 예상치를 초과하는 실적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유럽 증시에 대한 비관론도 나온다. FT는 “유럽 주가지수는 오르고 있지만 자본 조달을 위한 기업공개(IPO)가 드물고 유럽 대기업 일부는 미국 시장을 더 선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최대 석유 회사인 셸과 토탈에너지스 등 에너지 대기업들은 뉴욕 증시 이전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경제/김세민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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