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슈퍼앱' 완성 앞두고…라인 생태계 통째 넘기나

라인야후 조직개편안 들여다보니…
5개 사업부문 통합·확장 추진

유료 멤버십 통해 충성도 높이고
간편결제로 '현금없는 일본' 주도
사진=연합뉴스
메신저(라인), 포털(야후재팬), 배달앱(데마에칸)…. 일본에서 내로라하는 정보기술(IT) 인프라는 모두 라인야후가 거느리고 있다. 최근에는 신용카드, 은행, 증권, 보험, 대출 등 핀테크(금융기술) 사업으로 영토를 넓혔다. 일상의 모든 영역을 ‘라인야후 생태계’로 끌어들인다는 구상이다.

국내 IT업계에선 ‘다 차려 놓은 밥상’을 빼앗길 판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만큼 라인 서비스를 기반으로 확장해 둔 라인야후 생태계가 크고 넓다는 얘기다. 네이버가 라인야후 최대주주인 A홀딩스 지분 일부를 일본 소프트뱅크에 넘기는 방안이 ‘유력 시나리오’로 거론되는 게 아쉽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슈퍼 앱 목표로 통합·확장

10일 한국경제신문이 확보한 지난해 10월 라인야후 조직개편 통합안에 따르면 라인야후는 △라인(메신저) △야후재팬(포털) △페이페이(간편결제) △Z파이낸셜(대출·보험·은행·증권) △ZOZO(쇼핑)를 큰 사업 축으로 세웠다. 각 부문을 연결해 사업 시너지를 내면서 데이터 기반 광고 사업까지 확장하는 청사진을 마련했다.

라인야후를 일본 대표 ‘슈퍼 앱’으로 만들고 글로벌 사업까지 확장하는 중장기 경영 목표도 세웠다. 슈퍼 앱은 앱 하나로 쇼핑, 송금, 투자 등 일상생활 주요 서비스를 두루 이용할 수 있는 일종의 종합 플랫폼이다.라인야후가 이 같은 ‘큰 그림’을 내놓은 것은 지난해 10월이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각각 운영하던 라인과 야후재팬의 경영 통합을 결정한 것은 2019년이지만, 현 상태의 조직 개편을 완성한 것은 지난해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2021년 50%씩 출자해 Z홀딩스(라인야후 전신)의 지주사인 A홀딩스를 세웠다. 당시 A홀딩스와 Z홀딩스엔 ‘아시아’ ‘A부터 Z’ ‘인공지능(AI)’ 등 세 가지 뜻을 담았다. AI를 활용해 생활의 처음(A)부터 끝(Z)까지 책임지는 아시아 최대 플랫폼이 되겠다는 포부였다.

이후 Z홀딩스를 중심으로 라인과 야후재팬 합병 작업을 진행했다. 중복 서비스를 정리하고 주력 사업을 전면 배치해 지난해 10월 라인야후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영어 사명은 LY코퍼레이션이다. 조직개편 통합안에는 라인과 야후재팬의 합병 및 합작투자의 핵심 이유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명시해 놓은 점도 눈에 띈다.

유료 멤버십 출시…성장 고삐

‘라인야후 생태계’의 새로운 성장동력은 핀테크다. 일본은 ‘현금 없는 사회’로의 전환이 느린 나라다. 현금을 사용하지 않고 신용카드, 페이 등으로 결제하는 비율이 36%로 상대적으로 낮다. 일본 결제시장에서 QR코드 등 페이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3% 미만이다.라인야후는 이 전환기를 파고들겠다는 계획이다. 라인야후 측은 “‘페이페이’를 앞세워 페이 결제로의 전환을 이끌고, 결제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지도 QR코드로 구걸한다’는 중국에서 위챗페이나 알리페이의 위상을 벤치마킹하는 모양새다. 이 밖에 △페이페이카드 △페이페이뱅크 △페이페이증권·라인증권 △페이페이보험 △라인크레딧 등도 운영한다.

지난해 12월에는 월 509엔(인앱 결제 시 650엔)짜리 유료 멤버십 ‘LYP프리미엄’도 출시했다. 멤버십 회원이 페이페이를 통해 결제하면 야후재팬 쇼핑에선 구매금액의 7%, 이북재팬에선 구매금액의 25%를 포인트로 적립해준다. 라인 메신저 스티커 1200만 개를 무제한 사용하는 혜택도 준다.

라인야후는 2024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매출과 조정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자체 전망하고 있다. 기존 역대 최대 기록은 2023회계연도 매출 1조8146억엔(약 15조9531억원), 조정 상각전영업이익은 4149억엔(약 3조6476억원)이다.IT업계에선 라인야후 생태계 가치가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생태계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만 해도 중요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월간활성이용자(MAU) 9600만 명을 보유한 라인 메신저의 경쟁력도 높지만, 그 이후를 중요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