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도 수상해 보였나? "제때 치료 안 하면…" 무슨 병이길래 [건강!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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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널들은 물건을 자주 깜빡하는 최강희의 모습에 "잔돈 안 받고 그냥 간 적 있냐?", "은행에서 돈 뽑고 돈 놓고 온 적 있냐?"고 물었고, 최강희는 "다들 한 번씩 있지 않냐?"고 반문했다. 이어 "저는 세금도 여러 번 낸 적도 있다"며 "그래서 나라에서 연락이 오더라, 또 냈다고"고 고백하기도 했다. 최강희가 ADHD 검사 제안을 받은 건, 주의력이 떨어지고 산만하며 지나치게 활발한 행동이 이 질환의 대표적인 증상이기 때문이다. 소아 또는 청소년들에게 흔히 발생하지만, 요즘엔 성인 환자들도 적지 않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1년 국내 ADHD 환자는 10만명을 넘어섰다. 10명 중 6명인65.1%가 10대 이하 환자지만, 성인환자 점유율은 늘어나는 추세다. 2017년 20대 환자는 전체의 10.9% 수준이었던 반면, 2021년에는 21.6%까지 높아졌다.
성인 ADHD 경우 어린 시절 ADHD 증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 제대로 치료하지 않거나 ADHD인 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대다수다.방송에서도 성인이 된 후 ADHD를 앓고 있다고 고백하는 사례들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개그맨 김찐은 지난해 7월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에 출연해 오은영 박사에게 성인 ADHD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날 김찐 부부는 이사를 했는데, 이를 지켜보던 패널들은 "보는 내내 정신이 없다"며 "남편(김찐)분이 바쁘신 거에 비해 정리도 잘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김찐은 하루 종일 정신없이 움직였지만, 이삿짐이 정리되기는커녕 오히려 집은 더 어질러져 있었는데. 오은영 박사는 김찐이 주의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라고 분석하며, 이는 "성인ADHD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미모의 영어 일타강사로 유명한 박세진도 심각한 성인ADHD로 대기업에서도 퇴사 당했다고 고백해 눈길을 끌었다. 박세진은 지난달 방송된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서 "ADHD로 일상생활이 어려워 하루 10알 이상의 약을 복용할 정도"라며 ADHD로 인한 잦은 지각과 직장 내 부적응으로 7개월 만에 반강제 퇴사를 당했음을 고백했다. 모친인 이향남 씨도 "남자아이 다섯 명보다 세진이 하나 키우는 게 더 힘들었고, 아이가 학교에서 힘들어하니 집안 분위기도 어두웠다"면서 ADHD 자녀를 키우는 부모로서의 고충을 토로했다. 같은 프로그램에서 방송인 박소현, 안무가 가비도 성인ADHD를 고백했다.
박소현은 "어떤 기억을 쌓았는지 기억을 못해 사회생활이 힘들고 인간관계를 쌓을 수 없다"며 "동일인과 소개팅을 2번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박소현은 아이돌의 얼굴과 생일, 사소한 정보까지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박소현이 평소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인식 자체의 문제라면 아이돌의 얼굴도 기억하지 못해야 한다. 더불어 발레를 전공한 박소현은 안무습득능력은 남들보다 뛰어났다.
오은영 박사는 "대뇌를 각성상태로 유지하는 것을 못한다. 긴장하지 않으면 각성이 뚝 떨어진다"며 "박소현은 대뇌 각성상태를 긴장해서 유지했던 것 같고, 긴장이 풀어졌을 때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비는 지나친 충동성을 털어 놓았다. 자가진단테스트에서 성인ADHD 진단을 받은 가비에게 오은영 박사는 성인 ADHD의 핵심증상으로 귀찮음과 인내심 부족을 꼽으며 "말실수 등으로 사람들의 오해를 자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충동성은 좀 있지만 신체적인 충동성은 민첩하게 음악에 따라 몸을 움직이는 데 나쁘게 쓰이지 않았던 것 같다"며 "그런 것이 장점으로 사용되면서 어릴 적 주의력이 부족한 것이 좋은 쪽으로 다듬어지고 있는 중"이라고 조언했다.
ADHD의 가장 대표적인 치료법은 상담과 약물 사용이다. 또한 최근에는 ADHD 환자에 대한 치료제 투여가 정신장애 또는 다른 원인에 의한 입원 또는 자살 위험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만큼 보다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과대학 임상 신경과학과의 하이디 타이팔레 교수 연구팀이 전국의 ADHD 환자 22만1714명(평균연령 25세·남성 54.6%)의 의료 기록(2006∼2021년)을 분석한 결과, 치료제 투여가 다른 정신장애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특히 치료제로 주로 사용되는 덱스암페타민은 자살 행동 위험을 31%, 리스덱스암패타민은 24%, 메틸페니데이트는 8% 줄이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같은 대학 의역학·생물통계학과의 창정 교수 연구팀은 2007∼2018년 사이에 ADHD 진단을 받은 14만8578명(6세∼64세)의 의료기록을 분석한 후, ADHD 진단 후 치료를 시작하면 사망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들은 ADHD 진단 때 평균 연령이 17.4세였다. 이들 중 56.7%는 진단 후 3개월 안에 ADHD 치료제(리탈린, 아데랄, 바이반스, 스트라테라, 인투니브) 복용을 시작했다. 진단 후 2년간의 추적 관찰 기간에 632명이 사망했는데, 치료를 시작한 그룹은 치료하지 않은 그룹보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이 21% 낮았다.
특히 외인사에 의한 사망률은 25% 낮았다. 외인사는 고의가 아닌 상해, 자살, 불의의 중독(accidental poisoning) 등으로 인한 사망을 말한다. 이 결과는 ADHD 치료제가 ADHD의 핵심 증상을 완화해 충동적 행동과 결정을 억제함으로써 치명적 사건, 사고 발생 위험을 줄여주었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미국 뉴욕 주립 정신질환 연구소의 프랜시스 레빈 박사는 "약물 투여가 ADHD의 병적 상태를 개선하고 사망 위험을 줄여준다는 증거"라고 연구 결과를 해석했다. 그런데도 "ADHD는 여전히 미진단율과 미치료율이 높은 상태이며 특히 성인 환자들이 그렇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50여 년간 ADHD 진단과 치료를 전문으로 해온 캐슬린 네이도 박사는 저서 '나이 들면 ADHD와 헤어질 줄 알았다'를 통해 노년에도 ADHD로 진단받을 수 있고,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ADHD를 치료하는 방법은 뇌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부터 출발한다. 명상과 마음 챙김을 통해 일상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규칙적인 운동을 해야 한다. 매일 야외에서 자연을 느끼며 시간을 보내고, 과일과 채소 같은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사회적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외로움에 갇히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