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⑧ 비디오테이프 접고 가구용 나사못으로 180도 변신

새한, 발빠른 사업전환·기술혁신으로 승부…전기개폐기 등 영역 다각화
정순일 대표 "스마트 공정 갖추고 日 자동차 부품 시장 진출 목표"

[※ 편집자 주 =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 시장 곳곳에서 수출 일꾼으로 우뚝 선 충북의 강소기업들이 있습니다.

끊임없는 기술혁신과 포기를 모르는 도전정신이 유일한 무기였습니다.

연합뉴스는 경영·기술 혁신과 사회적 책임감으로 충북 지역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강소기업을 소개하는 기사 10편을 격주로 송고합니다. ]

충북 충주에 있는 '새한'은 가구 및 전기개폐기 부자재를 생산하는 강소기업이다.
특히 국내 가구용 나사못 시장의 60%를 점유할 정도로 뛰어난 경쟁력을 갖췄다. 한샘, 리바트, 퍼시스 등 국내 유명 가구업체를 고객사로 두고 탄탄한 입지를 구축, 지난해에만 550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새한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발 빠른 사업전환과 기술혁신이 있다.

이 기업의 모체는 1986년 설립된 새한그룹의 계열사 '새한전자'이다. 새한전자는 비디오·오디오 테이프 부품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이었다.

하지만 정보기술의 발달로 테이프 쓰임이 급격히 줄면서 경영의 위기를 맞았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새한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가자 독자경영체제로 전환한 뒤 전체 직원의 50% 이상을 구조조정하는 결단을 내렸지만, 반전을 꾀하지 못하고 도산 직전까지 내몰렸다.

그러던 중 2009년 새한전자 출신의 정순일 대표가 회사를 인수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정 대표는 테이프 부품 사업은 과감히 접는 대신 가구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그는 "당시 테이프 제작에 사용되는 나사못을 직접 생산하고 있었는데,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나사못이 많이 사용되는 가구시장을 새로운 돌파구로 삼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한의 기술진이 가구에 맞게 개발한 나사못이 바로 '사라스크루'(무보링용 직결피스)다.

못이 360도 회전하면서 나무를 파고들 수 있도록 끝을 칼날처럼 만든 게 이 나사못의 특징으로 소위 말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일반 나사못을 박기 전 구멍을 뚫어야 하는 작업이 생략되니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수많은 가구 제조회사가 이 나사못을 찾기 시작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미국과 일본, 중국 등에도 실용신안등록을 했다.

새한은 가구뿐만 아니라 사업영역을 넓히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전기기기인 개폐기 시장이다.
처음에는 개폐기 스크루만 만들다가 지금은 개폐기 자체를 생산해 LS일렉트릭에 납품하고 있다.

5년 연속 LS일렉트릭의 최우수 협력사로 뽑힐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정 대표는 건강한 조직문화 구축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1993년 백혈병에 걸려 3년간 투병 생활을 한 경험이 있는 정 대표는 직원들에게 무엇보다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일례로 다양한 포상을 내걸고 직장 내 금연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2012년 충주시로부터 지역 첫 금연 사업장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해외 유명 기업을 탐방할 수 있는 연수제도 시행은 중소기업에서 보기 드문 직원 복지정책이다.

정 대표는 "품질을 높이기 위해선 사람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며 "사원들이 해외 우수기업의 생산 공정을 직접 보고, 견문을 넓히면 회사 발전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새한의 꾸준한 성장은 2020년 품질경영 은탑산업 훈장, 2021년 충북스타기업 선정, 2022년 충북지역 혁신 100 선도기업 선정 등으로 이어졌다.
새한은 올해 일본의 자동차 부품 시장 진출을 새로운 목표로 세웠다.

정 대표는 "클릭 한 번이면 생산량과 불량률, 매출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면서 "스마트 공정을 통해 확보한 품질력으로 자동차 부품 제조 선진국인 일본을 공략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같은 중소기업이 세계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신성장산업뿐만 아니라 산업의 근간이 되는 뿌리기업에 대해서도 정부 지원이 강화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