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에도 외국인 20조 순매수…글로벌IB "밸류업 등 큰 관심"

해외 '큰 손' 투자 늘리나…밸류업 인센티브 구체화 지켜볼 듯
금융위 "법인세·배당소득세 감면 곧 나와"…규제 개선도 추진
외국인 투자자들이 원화 약세로 인한 환차손 우려에도 오히려 20조원 넘는 순매수세를 나타내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개선세 모멘텀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 밸류업' 등 한국 증시 저평가 탈출을 위한 일련의 정책들이 외국인 '큰 손'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기업 밸류업 방안 후속 발표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규제 개선 등으로 자본시장 선순환 구조를 지속적으로 유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 올 들어 20조5천447억 순매수…수출 개선세에 밸류업 기대감 겹쳐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0일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0조5천44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월별로는 1월 3조4천828억원, 2월 7조8천583억원, 3월 4조4천285억원, 4월 3조3천727억원 등 순매수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이달(10일 기준) 순매수 규모도 1조원을 넘어섰다.

달러 강세로 인한 원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의 매수 자금 유입이 이어지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원화 약세는 환차손 위험 등으로 외국인 수급 및 코스피 방향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꼽힌다. 조창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 환율 레벨인 1,350~1,400원 구간에서 외국인은 평균적으로 매도 우위를 보였지만, 현재 외국인은 평균적인 모습과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월 평균 환율이 1월 이후 4개월 연속 상승하는 상황에서 외국인 순매수 역시 4개월 연속 지속되고 있는데, 이는 작년 2~5월에 포함해 2000년 이후 단 2번만 확인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대표 수출주들의 이익 개선세가 뚜렷한 데다가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업종 등에 대한 밸류업 수혜 기대감 등이 겹치면서 기록적인 외국인 순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올해 들어 외국인들의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삼성전자(8조3천69억원), 현대차(2조9천149억원), 삼성전자 우선주(1조3천104억원), SK하이닉스(1조2천629억원), 삼성물산(1조2천165억원), KB금융(7천13억원), HD현대일렉트릭(6천711억원) 등 전통적인 수출주와 밸류업 수혜주가 대거 포진하고 있다.
◇ 해외 IB 대표들 "투자 확대 움직임 있어", "한국 시장 관심 높아져"
시장에서는 주요국 금리 인하 시점 등 불확실성이 큰 환경이지만 밸류업 후속 정책 강도나 외환시장 선진화 추진 등에 따라 외국인들의 순매수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30년 넘게 '코리아 디스카운트' 주요 요인으로 꼽혀온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가 작년 12월 폐지된 이후 외국인들이 본격적으로 계좌를 개설하고 있다.

금융당국에 사전 등록 절차 없이 개인은 여권번호로, 법인은 LEI 번호(법인에 부여되는 표준화된 ID)를 이용해 계좌 개설 및 관리를 하게 된 것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작년 12월 15일부터 지난 3월 15일까지 여권 및 LEI 번호를 활용해 외국인이 계좌를 개설한 건수는 총 546건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등록제 폐지 초반인 작년 12월 27건에 불과했던 외국인 계좌 개설 수는 지난 3월 305건으로 급증하는 등 시장 접근성이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최근 금융당국과의 화상회의에서 밸류업이 외환시장 선진화 정책 강도에 따라 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종욱 JP모건 체이스 대표는 "현재 외국인 자본 유출의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외환시장 선진화, WGBI(세계국채지수) 편입, 밸류업 등에 관심이 많고 투자를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말했다.

이동헌 BNY멜론 수석본부장은 "작년부터 진행 중인 외환시장 선진화의 방향성에 대한 긍정적 기대가 있다"며 "디지털 서비스 관련 아웃소싱 등과 관련해 더욱 개방적인 정책이 필요하고 해외와 달리 적용되고 있는 국제기준·규제 등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책 일관성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강준환 SG증권 대표는 "중국경제 둔화 등으로 상대적으로 해외 투자자들의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일관성 있는 정책으로 국가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반도체 성장세 둔화, 미국 금리 인하 및 내수 회복 여부 불확실성 등으로 하반기 경제전망이 밝지만은 않다"고 덧붙였다.

◇ 금융위 "법인세·배당소득세 감면 곧 나와"…망 분리 등 규제 개선도 추진
이에 정부도 밸류업 프로그램을 보다 구체화하고 추가적인 규제 개선을 이어갈 계획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9일 열린 '열린 '2024 삼성 글로벌 인베스터스 콘퍼런스'에서 "배당을 확대하는 기업에 대한 법인세·배당소득세 감면 혜택이 곧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3분기 코리아 밸류업 지수 개발과 4분기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을 지속해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금융위는 다음 주 금융기관 내부망과 외부망을 분리하는 망 분리 규제 개선과 관련해서도 외국계 금융회사들을 불러 의견을 청취한다. 망 분리 규제는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효율적인 업무 환경을 위해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부분이기도 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