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드름팩" 해명 안 듣고 퇴학시킨 학교, 결국 13억 배상

/사진=캘리포니아 고등법원
흑인 분장을 했다는 이유로 고등학교에서 퇴학당한 학생들이 학교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해 100만 달러(한화 약 13억7000만원)의 배상금을 받게 됐다.

12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산타클라라 카운티 배심원단은 마운틴뷰의 명문 사립 세인트 프랜시스 고등학교가 2020년 인종차별을 이유로 학생들을 퇴학시키기 전에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각각 50만 달러(약 6억8700만원)배상 판결했다. 이와 함께 소송에 참여한 학생 2명에게 7만 달러(약 9600만원) 상당의 3년치 등록금 환급을 명령했다.해당 사진이 찍힌 건 2017년이었다. 당시 14세였던 소년 3명이 팩을 바르고 거울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사진을 촬영한 것. 하지만 3년 만인 2020년에 주목받으면서 논란이 불거졌고, 이후 연간 학비가 2만7000달러(약 3700만원)에 달하는 세인트 프랜시스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학생 2명은 퇴학당했다.

2020년엔 미국에서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비무장 상태의 흑인 남성이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흑인 목숨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한창일 때였다.
흑인이 아닌 인종이 마스크로 얼굴이 검은색으로 보이도록 하는 건 '블랙페이스'로 불리는 인종차별 행위라는 점에서 유명 사립 고등학교에 다닌다는 이들의 행동에 지탄이 쏟아졌다.

이에 학생들은 인종적 반감이 아닌 여드름 치료를 위한 녹색 마스크팩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캘리포니아 고등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실제 해당 제품이 여드름 치료를 위한 팩이었음을 증명했다.법원은 학교 측이 학생과 학부모들이 해당 사진이 인종차별을 위해 찍었고, 이에 대한 조처를 하도록 압력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후 학교는 이들에게 자발적으로 자퇴하지 않으면 퇴학시키겠다는 최후통첩을 내렸다고 변호사들은 주장했다.

다만 학생들의 부모는 당초 2000만달러(약 274억5000만원) 소송을 제기했지만, 배심원들은 계약 위반, 명예 훼손, 표현의 자유 위반 등 5가지 주장 중 3가지에 대해선 학교의 무죄로 판결해 배상액이 감소했다. 유죄로 판단된 건 구두계약 위반 혐의와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않은 부분이다.

판결 이후 학생 측 변호를 맡은 크리스타 바흐만 변호사는 LA타임스에 "이 사건은 우리 고객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의 모든 사립 고등학교에 획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학교는 학생들을 처벌하거나 퇴학시키기 전에 공정한 절차를 제공해야 하는 법적 의무가 있다"고 전했다.또 "그들은 아직 어리다"며 "인터넷의 흔적들이 향후 60년 이상 그들을 괴롭혔을 텐데, 이제 그에 대해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평했다.

다만 학교 측은 성명을 통해 무죄로 판단된 부분에 대해 "사려 깊은 분석에 감사하다"면서도 "우리는 징계 검토 과정의 공정성과 관련하여 배심원단의 결론에 동의하지 않으며, 해당 주장을 고등학교에 적용한 법적 선례가 없기 때문에 항소를 포함한 법적 옵션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