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금융사 "韓 시장 관심 높아져…정책 일관성 유지하길"

"노동 유연성 높이고 동떨어진 규제 고쳐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은행 연체율 상승 등 불안 요인이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외국인 투자자는 올들어 한국 주식을 20조원 이상 사들였다. 원화 약세에 따른 환차손 리스크를 감수하고 투자를 늘리는 배경에는 한국 경제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이 국내에서 영업 중인 글로벌 투자은행(IB) 대표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한국 경제와 정책에 대한 신뢰를 표했다. 이들은 기업 밸류업, 외환시장 선진화 등 정책을 일관성있게 추진한다면 외국인 자금 유입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종욱 JP모건체이스서울 대표는 "강달러 상황에서도 외국인 자본 유출의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외환시장 선진화, 밸류업 등에 관심이 많고 투자를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말했다. 정은영 HSBC코리아 대표는 "한국은 대외 순채권 국가로 환율이 다소 올라도 외환 유동성 문제가 크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통상 달러 강세(원화 약세) 시점에선 외국인이 한국 주식 매수를 자제하는 경우가 많다. 주가가 변동이 없더라도 환율이 올라가면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달러 기준 평가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들어 지난 10일까지 외국인의 유가증권시장 순매수는 20조5447억원에 달한다. 다섯 달 연속 순매수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강준환 한국SG(소시에테제테랄)증권 대표는 "중국경제 둔화 등으로 해외 투자자들의 한국시장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상황"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일관성 있는 정책으로 국가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장형민 도이치뱅크코리아 대표는 "정부가 추진 중인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과 청산인프라 개선 등이 진행되면 해외 투자자들의 한국 국채 투자 등도 크게 활성화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시장 개혁과 규제 철폐도 지속해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헌 BNY멜론한국 수석본부장은 "금융산업은 성과를 기준으로 고액연봉을 받는 직원들이 많은데, 이들의 채용과 해고를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노동 유연성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본부장은 해외와 달리 적용되고 있는 기준이나 규제 등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외국 금융사들은 금융사의 핵심 전산망을 외부로부터 분리하는 '망분리' 정책 때문에 외부의 디지털 인프라를 활용할 수 없다는 부분도 진입 장벽으로 꼽았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한국 경제가 회복 국면에 진입하고 있으며, 금융시장도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부동산 PF 연착륙,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