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으로 끼니 때우고 1억 베팅"…1000억 부자 된 슈어소프트테크 대표 [윤현주의 主食이 주식]

소프트웨어 시험검증 강자
슈어소프트테크 본사를 가다

배현섭 대표 “자동차 등 SW 검증 확대
모비젠 인수 효과로 올 사상 최대 실적
새 먹거리는 인공지능 SW 검증”4년 만에 영업이익 109% 급증
현대차 지분 7%로 2대 주주 눈길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는 말이다. 가짜뉴스 홍수 속 정보의 불균형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주식 투자 경력 17년 9개월의 ‘전투개미’가 직접 상장사를 찾아간다. 회사의 사업 현황을 살피고 임직원을 만나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한다. 전투개미는 평소 그가 ‘주식은 전쟁터’라는 사고에 입각해 매번 승리하기 위해 주식 투자에 임하는 상황을 빗대 사용하는 단어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손실의 아픔이 크다는 걸 잘 알기에 오늘도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기사를 쓴다. <편집자주>
박지우 사원이 시스템 검증 솔루션 시연 기기를 설명하고 있다. 성남=윤현주 기자
“자동차·원자력·국방-우주항공 등 3대 전방산업에서 미션 크리티컬 소프트웨어(오류 발생 시 인명 피해로 이어지는 SW)의 시험검증 실적이 늘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15% 이상의 고성장을 했는데,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에 도전하겠습니다.”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금토로 80번길 37 인피니티타워 E동에 위치한 슈어소프트테크 본사. 성남=윤현주 기자
배현섭 슈퍼소프트테크 대표(1971년생)는 지난 1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업 계획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KAIST 전산학 박사 출신으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원 경력을 밑바탕 삼아 국내 최초 소프트웨어 검증 자동화 기술 국산화를 이끌었다. 슈어소프트테크 본사는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금토로 80번길 37 인피니티타워 E동에 있다. 서울에서 대중 교통을 이용하면 1시간30분 가량 걸린다. 이 회사의 건물은 지하 4층~지상 12층 규모고 총 직원 430명 중 380명(비중 80% 이상)이 개발자다.
배현섭 대표가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 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성남=윤현주 기자
슈어소프트테크의 사명은 독특하다. Sure와 Software라는 두 영어가 합성된 것인데, 회사 이름처럼 ‘확실하고 믿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게 사업 목표다. 2002년 배 대표가 같은 학교 학부 후배 1명과 대학원 실험실 후배 3명과 총 1억원을 모아 의기투합한 회사가 현재 시가총액 2720억원의 회사(코스닥 321위)로 성장했다.
신영만 사원이 워라밸 실천기업 상패(고용부) 등을 보여주고 있다. 성남=윤현주 기자

“5명이 1억 모아 창업 … 2층침대서 쪽잠 자며 SW 기술 국산화”


배 대표는 “30대 때 SW 기술 국산화에 대한 의지 하나로 창업을 시작했지만 6년간 성과가 나오지 않아 사무실에 2층침대를 놓고 새벽 5시까지 일을 하는 등 그야말로 폐인처럼 일만 했다”고 말했다. 이어 “버는 게 없으니 부인에게 생활비를 갖다줄 수도 없었고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신용대출로 겨우 연명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박종현 대리(왼쪽부터)와 남상훈 선임, 최다혜 대리가 업무 회의를 하고 있다. 성남=윤현주 기자
연구과제 실적과 정부 R&D 프로젝트 등으로 겨우 생계를 이어나가던 중 대기업이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 2008년 현대차 SW 검증 프로젝트 수주(약 5000만원)를 시작으로 2010년대 중반 국방 및 원자력 SW 검증 시장에 진출하고, 2010년대 후반 미국과 중국에 지사를 설립해 해외 사업 영토를 넓혔다. 현재 현대차, 두산에너빌리티, 한화, 한국항공우주(KAI) 등 500여곳과 거래한다. 2007년 일본 벤처캐피털이 기술력만 믿고 300만달러를 투자한 것도 큰 도움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의 경우 자체 SW 검증 인력이 있지만, 슈어소프트테크와 거래를 하는 이유는 비용과 시간을 단축하는 효과와 원자력 같은 핵심 산업은 교차 검증이 법적으로 요구되어 제품 품질을 높이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민근 팀장이 사내 솔루션 디캣을 소개하고 있다. 성남=윤현주 기자
전방산업 선도 기업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현대차와 하이브리드 차량 제어 로직 개발을 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미사일 운용체계 SW 검증을 했다. 두산에너빌리티와는 신고리 5,6호기 안전설비 SW 검증 실적이 있다. ‘대기업 디지털 전환 파트너’라고 볼 수 있는데 순수 자체 기술로 국산 솔루션을 개발했고, 국내외 지적재산권이 100개(특허 등록 60개, 특허 출원 40개) 정도 된다.
주홍진 팀장이 슈어소프트테크 솔루션을 소개하고 있다. 성남=윤현주 기자
SW 기술 검증은 대체 무엇일까. 배 대표는 “어떤 시스템에서 에러가 발생하면 인명 피해로 즉각 이어질 수 있는데, 이걸 미션 크리티컬 산업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항공기 비행 제어·원자력 핵 반응 제어·자동차 자율주행 등이 해당하는데, SW 오류로 돌이킬 수 없는 사고가 생길 수 있다”며 “슈어소프트테크는 이 분야에 쓰이는 SW를 철저히 검증해 안전한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정회운 선임이 테스트 커버리지 측정 도구를 개발하고 있다. 성남=윤현주 기자
슈어소프트테크는 화이트박스 테스팅 원천기술을 보유했다. 모든 제품 라인업의 소스코드를 글로벌 수준으로 결함 없이 파악하고, 버튼 클릭 하나로 시험 업무 자동 수행 등 편리성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화이트박스 시장에서 종횡무진하고 있다.
김현영 사원이 개발자 모임 영상을 편집하고 있다. 성남=윤현주 기자
배 대표는 “화이트박스란 쉽게 말하면 내부를 들여다보고 진단하는 것으로 SW 내부 구조를 다 뜯어보고 조건별로 체크를 꼼꼼히 한다”며 “병원에 환자가 가면 MRI와 CT를 찍으며 정밀 검진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 진입장벽이 있어 고부가가치 사업이고 국내 경쟁사는 없다”고 했다. 자동차 브레이크·핸들 등 사람 생명과 연결돼 위험 등급이 높은 SW 검증일 수록 보수는 세진다.
다이내믹실 플랫폼팀 직원들이 업무 회의를 하고 있다. 성남=윤현주 기자
그는 “SW 검증은 이른바 융합 산업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자동차의 경우 기계공학과 출신들이 더 잘할 수 있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 시선이지만 SW 전문가인 컴퓨터 공학과 출신들과 힘을 합하면 프로젝트 수행 능력이 한층 완벽해진다”며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영철 팀장이 프로그램 입력을 자동 생성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성남=윤현주 기자

증권가 “올해 매출 981억 … 전년 대비 55% 증가할 것”


배 대표는 “작년 8월 빅데이터 전문 기업 모비젠 지분 43.75%를 229억원에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했다”며 “인수합병(M&A) 효과로 올해 덩치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슈어소프트테크의 실적은 고공행진이다. 2019년 매출 272억원, 영업이익 55억원에서 지난해 매출 633억원, 115억원을 기록했다. 4년 만에 각각 132.72%, 109.09% 뛰었다. 5년간 평균 영업이익률은 18.6%로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 18억6000만원을 번다. 올해는 모비젠 연결 재무제표 편입 본격 효과로 전년 대비 50% 이상의 매출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제윤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매출액 981억원(전년 대비 55% 증가), 영업이익 142억원(34% 증가)을 거둘 것으로 봤다. 그 이유로 고객사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전환 본격화에 따른 수혜 지속과 우주-항공 및 원자력 부문에서 실적 턴어라운드를 기대했다. 1분기 매출은 164억원, 영업이익은 18억원을 기록했다.





슈어소프트테크는 SW 검증 자동화 솔루션을 고객사에 제공하거나 고객의 SW를 직접 검증해 주는 서비스 사업을 한다. 회사가 개발한 검증 자동화 솔루션을 영구 라이선스나 기간 구독형 라이선스로 제공하고, 영구 라이선스의 경우에는 매년 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한다. 검증 서비스 매출은 검증 대상 SW 사이즈와 위험등급에 비례해 매출이 발생한다. 작년 매출 비중을 보면 코드검증 40.1%(254억원), 시스템검증 20.1%(127억원), 빅데이터·AI 19.6%(124억원), 미래기술검증 12.6%(80억원), 모델검증 7.6%(48억원) 순이다.
김동규 대리가 ESG 우수 중소기업 상패를 자랑하고 있다. 성남=윤현주 기자
올해 사상 최대 실적 도전장에는 고성장하는 기존 사업과 신사업 기대감이 공존한다. 배 대표는 “전기차·자율주행차·커넥티드카·SDV 등 자동차산업에서 SW 역할 및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 원자력산업에서 대형 원자로 건설 재개 및 소형원자로(SMR) 기술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과 K방산 약진과 우주항공청 개청 등으로 수년간 SW 시험검증 사업이 호황을 맞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김선숙 실장이 사내 제품 품질 검증을 하고 있다. 성남=윤현주 기자
특히 “1분기 원자력에서 38억원의 수주 실적을 거뒀는데, 이미 작년 한해를 뛰어넘었다”며 “올해 신한울 3,4호기 등 SW 기술 검증 매출이 날개를 달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로봇산업에서도 SW에 대한 신뢰성과 안정성 검증 요구가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DX센터 직원들이 업무에 열중하고 있다. 성남=윤현주 기자

“AI SW 검증이 새 먹거리 … M&A 적극 추진”


배 대표는 신성장동력에 AI(인공지능)를 장착한다. 그는 “사회가 AI 시대로 진입하면서 AI SW 검증 생산성을 높이는 데 활용하는 ‘테스트 바이 AI’와 AI 자체의 신뢰성을 검증하는 ‘테스트 오브 AI’ 두 가지 방향으로 미래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대기업과 의미 있는 계약 체결을 노린다.
DX센터 직원들이 업무 관련 아이디어를 나누고 있다. 성남=윤현주 기자
작년 R&D 투자비용은 78억3000만원이다.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에 쏟아부을 정도로 미래 사업에 대해 진심이다. 이에 퀀텀 점프 시기는 2026년으로 잡았다. 배 대표는 “AI 매출이 실적에 기여하게 된다면 2026년 매출 2000억원, 영업이익 300억원도 불가능은 아닐 것이다”고 강조했다.
슈어소프트테크 주가 주봉 그래프 캡처.
주가는 올 들어 25.40% 하락했다. 이에 배 대표는 “M&A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SW 경쟁력을 더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성장하는 회사인만큼 ‘실탄’ 확보가 우선이라, 배당은 현재 고려하고 있지 않다.
손형우 사원이 연간 사내 우수사원(슈퍼 히어로) 명단을 소개하고 있다. 성남=윤현주 기자
총 주식 수는 5261만9061주다. 배현섭 대표(지분 33.54%) 외 7인이 지분 40%를 확보한 최대주주다. 2대주주는 2008년 프로젝트로 인연을 맺은 현대차가 지분 7%를 갖고 있다. 총 2회에 걸쳐 슈어소프트테크에 52억원 투자 후 보유 지분 절반 가량은 매각했는데 현재 잔여 지분 가치(7%)는 199억원으로 불어났다. 자사주 0.81%, 외국인 0.91%로 유통물량은 50% 정도다. 1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 397억원, 부동산 자산 540억원이다. 현재 수주잔고는 449억원 수준이다.
김소연 선임이 소프트웨어 사양서 작성을 하고 있다. 성남=윤현주 기자
투자 긍정 요인에 대해 “자동차·국방 등 다품종 소량생산이 많아질수록 SW 버전이 늘어난다”며 “SW 규모가 커지고 위험등급도 올라갈수록 매출이 우상향하는 구조다”고 설명했다. 부정 요인에 대해서는 “AI 인력 태부족이 우리 성장을 더디게 만들 수 있다”며 “고급 인력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명섭 전임이 AI 가이드 기능을 테스트하고 있다. 성남=윤현주 기자

“생각이 말랑말랑 할 때 본인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결정하라”


이층침대서 쪽잠 자며 912억원 주식부자로 거듭난 배 대표는 청춘들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을까. 배 대표는 “생각이 말랑말랑 할 때 본인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결정하고,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을 만나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옛날엔 동업하지 말라고 했지만, 저는 그 반대다”며 “사회에 도움이 되고 의미가 있는 일이라면 시너지 나는 사람들과 뭉쳐 그 일을 함께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이라는 건 늘 좋은 시기만 있는 건 아니다”며 “같은 뜻, 같은 방향, 같이 가는 사람들이 있다면 인생은 행복해질 것이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사실 신입사원에게도 조언은 잘 하지 않는다”며 “나이가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라’라는 옛말을 잘 지키려 한다”고 웃었다.
최다혜 대리가 사내 라운지 공간 용도를 설명하고 있다. 성남=윤현주 기자
이재모 그로쓰리서치 대표는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주요 고객사인 현대차의 SDV 전환 의지가 커지면서 SDV 적용 차종이 증가할 전망이다”며 “이에 따른 SW 검증 수요도 늘면서 슈어소프트테크가 구조적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안정성과 신뢰도가 중요한 우주항공 산업에서 SW 테스팅은 필수적이어서 관련 수주 증가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안전 관련 표준 지침과 규제 환경이 급변해 흐름에 따라가지 못할 경우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글로벌 자동화 테스팅 마켓 시장은 올해 262억달러에서 2027년 400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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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윤현주 기자 hyun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