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나 버디쇼' 따돌린 이예원…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KLPGA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오구 플레이' 윤이나 완벽 부활
14번홀 까다로운 버디 퍼트 성공
이예원에 2타차 턱밑 추격했지만
18번홀 보기…아쉽게 준우승

이예원, 시즌 두번째 다승자 선점
2년전 신인왕 대결했던 '데뷔동기'
올해 경쟁구도 재현될지 주목
< 2개월 만에 승리 추가한 이예원 > 이예원이 12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최종 3라운드 18번홀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환호하고 있다. KLPGA제공
12일 경기 용인시 수원CC(파72) 14번홀(파4). 윤이나(21)는 까다로운 버디 퍼트를 남겨두고 있었다. 거리는 족히 15m가 넘었고 오르막과 내리막, 옆 경사로 이어지는 그린이었지만 윤이나는 망설임이 없었다.

그의 퍼트를 떠난 공이 왼쪽을 향해 가다가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꿔 홀로 사라지자, 그린을 둘러싼 1000여 명 갤러리의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1위를 달리고 있던 ‘데뷔 동기’ 이예원(21)과의 타수는 이제 2타 차. 2년 전 슈퍼 루키 대결이 재현되는 것 같은 순간이었다.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8억원) 최종 3라운드에서는 2003년생 동갑내기이자 2022년 KLPGA투어에 나란히 데뷔한 윤이나와 이예원의 불꽃 대결이 펼쳐졌다. 승리의 여신은 이예원의 손을 들어줬다. 최종합계 13언더파 203타를 적어낸 이예원은 윤이나(10언더파)를 3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날 윤이나의 맹추격에도 흔들리지 않은 이예원은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솎아내 4언더파 68타를 쳤다.

2년 전 신인왕 대결 펼치던 동갑내기

윤이나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최종 3라운드 4번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KLPGA제공
아마추어 시절에도 국가대표에서 오랜 기간 한솥밥을 먹으며 선의의 경쟁을 펼쳤던 윤이나와 이예원의 경쟁 구도는 프로 무대에서도 계속됐다. 2022년 KLPGA투어에 나란히 데뷔한 윤이나와 이예원은 ‘슈퍼 루키’ 후보로 주목받으며 상반기까지 엎치락뒤치락 신인왕 경쟁을 이어갔다.그러나 두 선수의 골프 시계는 그해 여름을 기점으로 판이하게 흘렀다. 윤이나는 2022년 6월 한국여자오픈에서 다른 사람의 골프공으로 경기한 ‘오구 플레이’로 대한골프협회(KGA)와 KLPGA로부터 3년 출전 금지 징계를 받았다. 이후 징계 기간이 1년6개월로 감면돼 지난달 KLPGA투어 올 시즌 국내 개막전인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을 통해 눈물의 복귀전을 치렀다.

윤이나가 징계로 필드를 떠나 있는 사이 이예원은 KLPGA투어의 대세로 떠올랐다. 데뷔 첫해 우승은 없었지만 여유롭게 신인왕을 차지했다. 지난해 3승을 거뒀고 대상과 상금왕, 최저타수상을 휩쓸었다.

이예원 턱밑까지 추격한 윤이나

지난달 KLPGA투어에 복귀한 윤이나는 골프계의 차가운 시선 속에서도 꿋꿋이 부활을 준비했다. 복귀 후 네 번째 대회로 출전한 지난달 크리스에프앤씨 KLPGA 챔피언십에서 9위에 올라 시즌 첫 톱10을 기록했다. 골프계 관계자는 “윤이나가 티를 내지 않았지만 초반에 멘털이 크게 흔들렸다”며 “시즌이 진행되면서 선수들 사이에서 분위기도 조금씩 나아져 안정감을 찾았다”고 했다.윤이나는 이번 대회에서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이예원에게 4타 뒤진 공동 3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윤이나는 전반에만 버디 3개로 3타를 줄여 챔피언조에서 함께 경기한 이예원을 끈질기게 뒤쫓았다. 윤이나의 추격은 후반전에 불을 뿜었다. 후반 11번홀(파5)과 12번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솎아낸 윤이나는 14번홀에서 장거리 버디퍼트를 떨어뜨려 이예원을 한때 2타 차까지 추격했다.

첫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이예원

윤이나의 맹추격에도 이예원은 흔들리지 않았다. 16번홀(파3)에서 티샷이 그린 옆 러프로 향해 보기 위기를 겪기도 했으나, 약 6m 거리의 파퍼트에 성공해 윤이나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이후 두 홀 연속 파 세이브에 성공한 이예원은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이날 첫 보기를 범한 윤이나를 3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3월 블루캐니언 레이디스 챔피언십 이후 2개월 만에 시즌 2승째이자 통산 다섯 번째 우승이다.

이예원의 이번 우승이 더욱 뜻깊은 이유는 생애 첫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기 때문이다. 이예원은 “너무 기쁘다.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 어려운 걸 알기 때문에 차분한 마음으로 플레이했다”고 말했다. 박지영(28)에 이어 올 시즌 두 번째 다승자가 된 이예원은 “다승왕이 목표이긴 하지만 아직 초반이어서 너무 우승에만 집착하지 않겠다”며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용인=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