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인공지능과 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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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발전으로 전력 수요 급증대학 인공지능(AI) 연구자들이 자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최신형 그래픽처리장치(GPU) 대신 구형들을 쓰고 전력이 부족해서 애를 먹는다는 얘기다. 최신형 GPU 부족은 예산을 늘리면 될 터이니, 큰 문제는 아니다. 전력 부족은 쉽게 풀리지 않을 문제다.
전력 부족 해결은 쉽지 않아
첨단 기술 발전에 필수인 전력
우리 경제 앞날에 가장 긴요
'반핵 탈레반' 어깃장 물리치고
발전·송전 투자 원활히 해야
복거일 사회평론가·소설가
원래 정보 처리엔 에너지가 많이 든다. 사람의 뇌는 신체 질량의 2%가량 되지만, 신진대사 에너지의 20%가량을 쓴다. 뇌는 학습과 장기 기억 형성에 에너지를 특히 많이 쓴다. 그런 활동이 왕성한 유아기엔 머리가 빠르게 커지고 다른 부위들의 성장은 상대적으로 느리다. 사람이 다른 유인원들에 비해 긴 유아기를 거치는 데엔 이런 사정이 큰 몫을 한다.그래도 뇌는 오랜 진화를 통해 정교하게 다듬어졌으므로, 경이적으로 효율적이다. 머리를 많이 써서 뜨거워져도 찬물로 얼굴을 씻으면 머리가 맑아진다. AI는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사람의 뇌를 단순하게 모방했으므로, 원리와 구조가 투박하다. 당연히 비효율적이어서 전력을 엄청나게 쓴다. 사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AI도 학습과 장기 기억 형성에 무척 많은 에너지를 쓴다. 실제로 AI를 사용하는 데도 물론 많은 전력을 쓴다. 그리고 전력 사용으로 생긴 열을 식히는 데 또 많은 물과 전력을 쓴다.
2022년에 데이터센터들은 세계 전력의 1% 내지 1.3%를 썼다고 추산된다. 암호화폐를 채굴하는 데 0.4%가 추가로 쓰였다. 앞으로 AI가 보급되면서 전력 수요는 빠르게 늘어날 것이다. 물론 AI 효율이 꾸준히 높아질 터이지만, AI 총량이 워낙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니 전력 수요도 늘어날 터이다. 게다가 전력 생산은 지구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므로, 전력 증산으로 문제가 깔끔하게 풀릴 것도 아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가역적 계산(reversible computing)이다. 1961년에 미국 물리학자 롤프 란다우어는 정보를 비가역적으로 다루면, 예컨대 어떤 정보를 지우면, 엔트로피가 증가해서 에너지가 열로 흩어진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정보를 가역적 방식으로 다뤄 정보가 지워지지 않으면, 에너지가 들지 않는 방식으로 정보를 다룰 수 있다. 이런 물리적 가역성(physical reversibility)은 논리적 가역성(logical reversibility)에 바탕을 둔다. 당연히 가역적 계산에 쓰이는 소프트웨어는 논리적으로 가역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하드웨어는 물리적으로 가역적이어야 하는데, 양자 컴퓨터의 회로들은 이런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근년에 물리적 가역성과 논리적 가역성의 관계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인 견해가 나왔다. 그리고 양자 컴퓨터도 아직 초보적 수준이다. 따라서 가역적 계산의 실용화는 먼 미래의 일로 보인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AI 산업 발전엔 전력 산업 발전이 긴요하다. 지금 우리나라는 전력이 무척 불안하다. 문재인 정권이 원전을 훼손해서 우리 경제를 허약하게 만들었다. 요즈음엔 원전 폐기물을 보관할 시설 건설을 문 정권의 여얼(餘孼)들이 막고 있다. 신문 보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 원내지도부 설득도 먹혀들지 않는 ‘반핵 탈레반’이 있다.” 발전 시설도 어렵지만, 어느 나라에서나 송전 시설은 극단적 환경주의자들과 주민들의 기피(NIMBY)에 막혀 건설이 무척 어렵다.
빠르게 늘어날 AI의 전력 수요에 대비하려면, 발전과 송전에 대한 투자가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 실제로 전력 산업에 대한 투자보다 우리 경제의 앞날에 긴요한 것도 드물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이런 사정을 시민들이 잘 알아야 한다. 첩첩이 놓인 정치적 장애들을 헤치려면, 시민들의 응원이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행정부 관리들도, 여당 의원들도 무기력하다.
대통령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길 때, 문 정권의 노골적 방해를 받자, 윤석열 당선인은 손수 지시봉을 들고 국민들에게 설명해서 큰 호응을 얻었다. 정치적 운신이 어려운 지금, 무엇보다도 중요한 AI 산업 발전을 위한 투자의 필요성을 대통령이 지시봉으로 도표들을 가리키면서 시민들에게 설명하는 모습은 우리의 지친 마음에 산뜻하게 닿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