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의 늪' 빠진 美…1분당 국채이자 27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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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이자 1년새 36% 증가미국 국가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은 올해 처음 10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 상태로는 “기축통화국 지위마저 잃을 수 있다”며 경고 수위를 높이고 있다.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등 대선 후보들은 부채 부담을 키우는 공약만 내놓고 있다고 지적받는다.
국가부채비율 100% 육박
"기축통화국 지위 위협" 경고도
정부지출 확 늘리겠다는 바이든
대규모 감세만 주장하는 트럼프
선 욕심에 '나랏빚 폭증' 외면
“내년 국가 부채 비율 100% 돌파”
11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2024회계연도가 시작된 지난해 10월 이후 지난달까지 7개월간 미 국채에 지급된 이자는 6245억달러(약 854조원)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35.7% 증가한 수치다. 매달 892억달러(약 122조원)를 국채 이자로 지급한 셈이다. 1분당 약 200만달러(약 27억원)에 달한다.이는 미국 국가 부채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 연방정부의 부채 부담은 26조2000억달러(약 3경6000조원)에 달한다. 2년 새 3조9000억달러 늘어난 것으로 미국 GDP의 97.3%다. CBO는 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이 올해 99.0%, 내년 101.7%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가 부채는 그 뒤로도 빠르게 늘어 2034년엔 4조8300억달러로 GDP 대비 116.0%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 인상과 고령화가 이 같은 기조를 강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가 올라 이자 비용이 늘어난 데 이어 고령화로 의료비 지출 부담도 커지고 있어서다. CBO는 올해 미국이 정부 부채에 대해 지불해야 하는 이자 총액은 87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세계에서 국방 지출액이 가장 많은 미국 국방 예산(8500억달러)을 뛰어넘는 액수다. 지금까지 미국 정부의 이자 비용이 국방비를 넘어선 적은 없었다.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해 8월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는 부채 부담이 최고 신용등급을 보유한 다른 국가의 수준을 훨씬 초과한다는 의미”라며 미국 신용등급을 기존 AAA에서 AA+로 하향 조정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달 30일 하원 세입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중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미국 국가 부채에 대한 전문가의 경고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 6일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 참석한 뒤 미국 연방정부 부채가 35조달러(약 4경8000조원)에 가깝다고지적했다.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그룹 회장은 “지금처럼 재정적자를 늘리면 미국도 기축통화국 지위를 유지하지 못한다”고 했다. 앤 월시 구겐하임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실업률이 4% 미만이란 점을 감안하면 재정적자 규모가 역사상 유례없다”고 말했다.
재정적자 거론하지 않는 대선 후보들
미국 대선 현장에선 국가 부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폴 라이언 전 하원의장은 야후파이낸스 인터뷰에서 “대선 후보 모두 부채 문제에 관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공약하고 있다”고 평가했다.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3월 공개한 내년도 예산안에는 영유아 보육 보조금 지급, 처방약 가격 인하, 세액공제 확대 등 지출안이 대거 포함됐다. 행정부가 편성할 수 있는 재량 지출 규모도 늘렸다. 백악관은 법인세 최저세율을 15%에서 21%로 인상하고, 자산 1억달러 이상 초고소득층에게 25% 최저세율을 부과하는 ‘부자 증세’를 통해 재정적자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외신은 경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감세 정책을 적용하면 미국 국가 부채가 5조달러 늘어나고, 바이든 대통령의 부자 증세에도 부채는 10년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고령화에 따라 의료, 노인연금 지출이 확대되는 문제에 관해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