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거래 있나…국세청, 쿠팡 특별 세무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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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청 국제거래조사국 투입국세청이 국내 전자상거래(e커머스) 1위 업체 쿠팡에 대해 비정기(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미국 델라웨어주 소재 쿠팡lnc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쿠팡 한국 법인을 대상으로 국내외 계열사 간 자금 이동과 해외 거래 과정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이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체브랜드(PB) 상품을 검색 상단에 노출했다는 혐의로 이달 말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 심사를 앞둔 상황에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나서면서 악재가 겹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 지분 100% 가지고 있는
美 쿠팡Inc와 자금이동 점검
회사측 "통상적 조사일 뿐
역외탈세 있을 수 없다"
◆국제거래 관련 세무조사 실시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달 중순 서울 신천동에 있는 쿠팡 한국 법인 본사로 국제거래조사국 요원을 투입해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이번 조사는 4~5년마다 실시하는 정기조사가 아니라 비정기 세무조사로 알려졌다.서울지방국세청의 세무조사 담당부서는 조사1·2·3·4국과 국제거래조사국이다. 통상 조사1·2·3국은 정기조사를, 4국과 국제거래조사국은 비정기조사를 담당한다. 국제거래조사국은 외국계 기업이나 해외 거래 비중이 높은 기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한다. 이들의 역외탈세 혐의가 포착될 때 주로 투입된다.
국세청은 세무조사 배경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세무업계에선 국세청이 올 들어 일부 다국적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지능적 역외탈세 조사의 일환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쿠팡은 김범석 의장이 델라웨어주에 본사를 둔 쿠팡Inc를 차등의결권을 통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구조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쿠팡Inc는 쿠팡 한국 법인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국세청은 올 들어 아일랜드와 델라웨어주를 비롯한 ‘조세 회피처’에 본사를 뒀지만 한국에서 영업활동을 하고 있는 다국적기업을 대상으로 세금 탈루 여부와 관련해 사전 조사를 벌여왔다.
◆쿠팡, “통상적 정기조사에 불과”
유통업계는 국세청의 이번 조사가 비정기 세무조사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비정기조사의 경우 국세청은 조사에 착수하기 몇 달 전부터 관련 자료를 축적해 분석하는 작업을 거친다. 국세청은 지난달 첫 쿠팡 조사에서 컴퓨터 하드 및 USB, 회계장부 등 관련 자료를 일괄 가져가는 예치조사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국세청 고위 관계자는 “비정기조사임에도 예치조사를 하지 않은 건 상당수 세부 혐의를 이미 확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쿠팡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제거래조사국이 세무조사를 한 것은 맞지만 통상적인 세무조사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역외탈세 혐의도 강력하게 부인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인 역외 탈세는 국내에서 해외 법인으로 자금이 흘러갈 때 발생한다”며 “쿠팡은 미국 법인이 쿠팡Inc에서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뒤 국내로 자금이 투입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유통업계는 쿠팡의 ‘PB 상품 우대’ 의혹 관련 공정위 전원회의 심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착수한 배경에 대해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공정위와 국세청 등 양대 사정당국이 일제히 특정 기업에 대해 칼날을 겨누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강경민/안재광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