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 쇼크…올리브유 1년새 2배, 코코아 3배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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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플레이션의 습격최근 스페인 슈퍼마켓에서는 올리브유 진열대를 자물쇠로 잠가놓고 있다. 올해 1분기 국제 올리브유 가격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자 절도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에선 ‘국민 소스’로 불리는 스리라차 소스 가격이 10배 폭등해 품귀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주원료인 붉은 할라페뇨 고추의 생산지인 미국 캘리포니아와 멕시코 일대에 가뭄이 덮쳐 공급이 마비된 탓이었다. 이상기후 영향으로 농산물 물가가 치솟는 ‘기후플레이션’이 본격화하고 있다. 기후플레이션이 밥상 물가를 전방위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올리브유값 t당 1만弗 '사상 최고'
CJ제일제당·샘표, 가격 30% 인상
BBQ는 해바라기유 섞어쓰기로
커피원두 1년새 30% 넘게 올라
국내 일조량 적어 수박값 급등
올리브유 생산량 2년 새 ‘뚝’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대형마트 3사에서 판매하는 CJ제일제당 올리브유 가격은 33.8% 올랐다. ‘백설 압착올리브유’ 900mL는 1만9800원에서 2만6500원으로, 500mL 제품은 1만2100원에서 1만6200원으로 올랐다. 샘표도 올리브유 제품 가격을 30% 이상 상향 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조대림과 동원F&B도 비슷한 시기에 대형마트에 가격 인상 요청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정부가 연일 ‘물가 안정’을 강조하는 가운데 식품사들이 두 자릿수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은 원가 부담이 임계치에 달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 1분기 국제 올리브유 가격은 t당 1만88달러로, 분기 기준 사상 처음으로 1만달러 선을 돌파했다. 지난해 1분기 t당 5626달러에서 1년 만에 80% 가까이 뛰었다.세계 올리브유의 40%를 생산하는 스페인에 최근 2년 동안 이상기후가 지속돼 폭염과 가뭄이 이어진 영향이 컸다. 연간 130만~150만t에 달하던 스페인의 올리브유 생산량은 2022~2023년 66만t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리스와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주요 올리브 생산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리브유를 많이 쓰는 치킨업계 등 외식업계의 타격도 크다. 100% 스페인산 올리브유를 사용해오던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 BBQ는 지난해 10월부터 튀김용 기름을 해바라기유와 절반씩 섞은 것으로 교체했다.
코코아·로부스타도 가격 올라
올리브유뿐만이 아니다. 초콜릿의 원료인 코코아도 지난해 생산량이 급감해 가격이 크게 올랐다. 세계 코코아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 서아프리카의 가뭄이 극심했던 탓이다. 지난 10일 기준 코코아 선물 가격은 t당 8891달러다. 작년 5월에는 t당 3000달러대였는데, 1년 만에 세 배 가까이 올랐다. 원재료 가격이 치솟자 국내 식품업체인 롯데웰푸드는 다음달부터 가나초콜릿 등 17종 제품의 가격을 평균 12% 인상하기로 했다.인스턴트 커피에 주로 쓰이는 로부스타 원두도 1년 새 30% 넘게 급등했다. 최근 런던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로부스타 선물(7월물) 가격은 t당 3440달러로, 작년 5월 평균 가격(t당 2622달러)보다 31.3% 높다. 로부스타 가격이 오른 것은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는 엘니뇨 현상으로 주산지인 베트남 중부 고원지방이 가뭄을 겪으면서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는 국내 농산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초 ‘다이아 사과’라는 말이 나올 만큼 사과값이 폭등한 것은 냉해로 사과 생산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최근 수박 가격도 오르고 있다. 서울 가락시장에서 판매하는 수박 10㎏ 도매가격은 이달 1~8일 평균 3만5798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상승했다. 수박 가격이 뛴 것은 지난겨울 여름처럼 비가 자주 내려 일조량이 크게 줄어든 탓에 수박의 생육이 부진했기 때문이다.최근 전남·제주·경남 등 전국 마늘 주산지에서는 마늘쪽 수가 12개 이상으로 분화해 상품성이 떨어지는 ‘벌마늘’ 현상이 발생해 정부가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평년 대비 겨울 기온이 높고 2~3월 일조량이 부족한 게 원인으로 꼽힌다.
양지윤/이선아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