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타율 0.386' 불탄 두산 방망이…'보스 곰'은 라모스

초반 부진에 '퇴출 1순위' 거론됐던 라모스, 불방망이 변신
8연승을 달리며 리그 5위까지 도약한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상승세 원동력은 불타는 방망이다. 지난주 6전 6승을 거둔 두산의 주간 팀 타율은 0.386, 팀 OPS(출루율+장타율)는 1.055로 압도적인 공격력을 뽐냈다.

쉽게 말해 지난 한 주 두산과 만난 팀은 1번부터 9번까지 리그 최우수선수(MVP)급 선수로 채워진 타선과 상대했다는 의미다.

한 주 동안 상대 마운드를 폭격한 강력한 방망이 덕분에 두산의 시즌 팀 타격 지표도 크게 올라갔다. 팀 타율은 0.285로 리그 2위까지 도약했고, 리그에서 가장 큰 서울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도 팀 홈런 46개로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주전 선수 대부분 3할이 훌쩍 넘는 주간 타율을 뽐낸 두산에서 '보스 곰'처럼 유독 무서운 스윙을 선보인 선수는 헨리 라모스(32)다.

라모스는 지난주 타율 0.545(22타수 12안타)에 볼넷 2개, 홈런 2개를 때려 주간 OPS 1.628을 기록했다.
덕분에 시즌 성적도 타율 0.301(113타수 34안타), 4홈런, 26타점으로 타율 3할을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시즌 초반 부진으로 '교체 1순위' 후보로 거론됐던 것과 달리, 이제는 OPS도 0.852까지 올라가 준수한 외국인 타자로 인정받게 됐다.

kt wiz와 더블헤더 2경기를 모두 쓸어 담은 12일 잠실 경기에서도 라모스의 배트는 날카롭게 돌아갔다. 더블헤더 1차전은 3타수 2안타에 2루타 1개, 3루타 1개로 1타점을 냈고, 2차전은 쐐기 2점 홈런을 포함해 4타수 1안타를 쳤다.

라모스에 대해 좀처럼 칭찬하지 않던 이승엽 두산 감독이 "이제야 처음 영입했을 때 기대했던 모습이 나온다"고 반길 정도의 맹타다.

라모스는 12일 경기가 끝난 뒤 "팀 8연승을 이어가서 기쁘다.

더 많은 경기에 출전해서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더블헤더 2차전에서 나온 라모스의 홈런은 최근 달아오른 그의 타격 감각을 증명한 장면이다.

라모스는 kt 선발 육청명의 바깥쪽 체인지업을 잡아당겨 그대로 잠실구장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스트라이크 존을 완전히 벗어난 공이었는데, 이걸 힘으로 잡아당겨 107.9m(트랙맨 기준)를 날려 보낸 것이다.

라모스는 "직구를 노리다가 변화구가 와서 배트 컨트롤을 했는데, 운 좋게 넘어갔다.

감각이 많이 올라왔다"고 자신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두산 유니폼을 입은 라모스는 개막 후 11경기에서 타율 0.178(45타수 8안타)의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홈런은 단 하나도 없었고, 장타는 2루타 2개와 3루타 1개가 전부였다.

라모스는 지난달 5일 외국인 선수 교체 직전 단계나 다름없는 2군행을 지시받았다.

정확히 14일 동안 2군에 있다가 복귀한 뒤 그는 달라졌다.

적극적으로 스윙하고, 점점 장타가 나오기 시작했다.
라모스는 "2군에서 꾸준히 연습한 부분이 잘 되고 있어서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반등 계기를 설명했다.

가족들까지 한국을 찾아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나선다는 라모스는 더 보여줄 게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제 100타석 조금 넘게 들어갔다.

아직 한국 투수 공에 완벽히 적응했다고 말하긴 이르지만, 더 많이 타석에 들어가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진할 때는 팀에서 겉도는 듯했던 라모스는 이제 하나로 융화됐다.

12일 잠실 kt전에서는 양의지가 홈플레이트 앞에서 라모스 세리머니를 따라 하며 홈런을 치고 들어오는 라모스를 미소로 맞이했다.

라모스는 "응원해주는 의미라 기분 좋다. 앞으로도 계속 따라 해도 괜찮다"며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