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미술가] 퍼포먼스·조각·비디오, 한 보따리에 담은 예술…김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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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개념미술가 김수자(67)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바늘과 실, 그리고 보따리다. 그는 자기 몸을 바늘 삼아 세계 곳곳을 떠돌며 마치 조각보처럼 사람들의 삶을 꿰매 하나로 엮었고, 보따리로 세상을 감쌌다.
1957년 대구에서 태어나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김수자는 스스로를 ‘예술적 망명자’로 규정하고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해 왔다. 단순히 방랑이나 도피 성격의 망명이 아니라 경계를 넘어서는 것이 핵심이다. 퍼포먼스, 조각, 설치, 비디오 등 장르 경계를 허물뿐 아니라 각 지역 고유의 문화적 맥락을 한데 잇는 대안적 글로벌리즘을 제시하는 예술 노마드(유목민)인 것이다.이를 대표하는 작품이 ‘바늘여인’과 ‘보따리 트럭-2727㎞’다. ‘바늘여인’은 김수자 자신을 바늘 삼아 세계 여덟 개 도시의 서로 다른 문화가 교차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어머니와 했던 바느질, 군인 아버지를 따라 이사 다니느라 쌌던 보따리에서 영감을 받은 김수자의 작품은 미술계에 반향을 일으켰다.
2013년 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관 대표 작가로 참여한 것을 비롯해 국내외에서 개인전을 다수 열었다. 최근 프랑스 파리의 미술관 부르스 드 코메르스-피노 컬렉션에선 전시 기획 전권을 부여받아 빛으로 돔을 감싸는 작품 ‘호흡’을 선보였다.
유승목 기자 moki912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