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끝없는 인플레이션과 고금리…‘강달러’는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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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최근 미국 국채 금리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에만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50bp가 급등했다. 그리고 이달 초에는 20bp가량 급락하는 등 금리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금리가 급등한 이후 다시 하락함에 따라 금리를 반영하는 달러화지수(DXY) 역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한국 원화와 일본 엔화도 하루에 10원 이상의 급등락 장세가 반복되고 있다.
출렁이는 美 국채 금리…시장 위협으로
이러한 미국 국채 금리의 급등락은 미국 경제지표 결과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달에는 미국의 3월 민간고용지표가 서프라이즈를 기록하고, 3월 소비자물가도 예상치를 상회한 것이 확인되면서 하루에 10bp 이상 상승한 바 있다. 월 후반에는 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연율로 1.6%를 기록하며 예상치 2.5%를 하회하자 국채 금리도 상승세가 꺾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달 초 발표된 미국의 4월 민간 고용이 예상보다 부진하자 국채 금리는 다시 10bp 이상 급락했다. 지난달에는 미국 경제지표 호조로 중앙은행인 연준에서 금리인하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대두되었다. 하지만, 이달엔 경제지표가 다시 부진한 것으로 확인되자 곧바로 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커졌다. 이렇게 반복되는 금리의 변동성은 전 세계 금융시장에도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상승하면 전 세계 시장금리가 오르고, 고금리를 좇는 해외투자 자금은 다시 미국으로 흘러간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달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00원을 돌파하며 2022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고, 일본의 엔·달러 환율도 지난달 말 골든 위크 기간에 160엔을 장중 터치하여 1989년 이후 최고치이다. 금리 변동성이 아시아 지역의 외환시장에 더 큰 파도를 일으키는 양상이다.
결국 미국의 금리 변동성이 축소되고 금융시장에서 가장 반기는 요인인 미국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가 확대되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 위협이 약화되어야 한다. 공급 측으로는 원유 및 원자재 가격이 안정을 보이고, 수요 측에서는 서비스 물가의 둔화, 특히 임금의 상승세가 꺾여야 한다. 이달 초에 발표된 4월 고용지표에서 미국의 비농업 신규 취업자 수 증가세가 둔화되고 시간당 평균임금 상승률이 전월 대비 0.2% 상승하여 전월치 0.3%를 하회했다. 아직은 인플레이션이 끝났다고 보기 어려우나 수요 측 물가압력이 전월보다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발표될 경제지표로는 미국의 전체적인 고용시장, 그리고 무엇보다 임금 상승률이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임금 상승률이 낮아지면 가계의 소득 증가세가 둔화되고, 이는 가계의 소비지출 여력을 약화시켜 수요 측의 물가상승압력을 완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미국의 높은 임금 상승과 소득이 줄어들고 물가를 더 낮게 유도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지표가 확인되는 시간이 6~7월로 예상하고 있으며, 예상대로 지표가 약화되면 연준은 오는 9월에 첫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첫 금리인하 이후 다음 금리인하가 곧이어 시행될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결국 아직은 인플레이션 시대에 있으며, 이는 장기 금리에 영향을 미치고, 전 세계적으로 달러화 및 주요 환율의 방향과 속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