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땅'에서 부활한 매킬로이 "이제 스윙 확신 생겼다…다음은 발할라"

PGA투어 시그니처대회 웰스파고 챔피언십
최종라운드 후반에만 이글 2개 앞세워 6타 줄여
5타차 압도적인 역전승
사진=AP
"중요한 성과를 달성할 때면 저는 늘 이 대회에 처음 출전했던 스무살의 저를 떠올립니다. 스무살에 처음 우승했던 이곳에서 서른다섯살 골퍼로서 26번째 우승을 거뒀죠. 18번홀 그린에 있던 분들은 저의 성장을 지켜봐 준 셈입니다."

로리 매킬로이(35·북아일랜드)가 '약속의 땅' 퀘일할로에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통산 26번째 우승을 거뒀다. 이 골프장에서만 네번째 우승, 그는 "질로우(부동산 거래 앱)에서 이 지역 부동산을 찾아보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매킬로이는 13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퀘일할로 클럽(파71·7538야드)에서 열린 PGA투어 시그니처대회 웰스파고 챔피언십(총상금 2000만 달러)에서 우승했다. 이날 하루에만 6타를 줄이며 전날까지 내내 선두를 달렸던 잰더 쇼플리(31·미국)을 5타차로 꺾고 우승상금 360만달러(약 49억4000만원)을 따냈다.
사진=AP

◆답답했던 시즌 초… '절친'과의 우승으로 전환점

올 시즌 매킬로이는 다소 답답한 시간을 보냈다. 지난 1월 DP월드투어 히어로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에서 우승하며 기분좋게 시즌을 시작했지만 PGA투어에서는 기대 이하의 성적이 이어졌다. 지난달 중순까지 8개 대회에 출전해 톱10에 든 것은 단 한번 뿐이었다. 특히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을 위해 반드시 우승해야 했던 마스터스 대회에서는 공동 22위로 큰 아쉬움을 남겼다. 라스베이거스까지 찾아가 옛 스승인 부치 하먼을 다시 만났을 정도로 그 자신 역시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다. 반등을 시작한 것은 지난달 말 취리히 클래식부터다. 매킬로이는 프로 데뷔 이후 2인 1조로 짝을 이뤄 진행하는 이 대회에 단 한번도 출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단짝인 셰인 라우리(아일랜드)와 함께 나섰고, 환상적인 호흡으로 시즌 첫 승을 올렸다.

취리히 클래식은 그의 시즌을 바꾸는 확실한 전환점이 됐다. 친구와 함께 우승한 기쁨과 더불어 그가 놓치고 있던 스윙의 열쇠까지 찾아줬다. 우승 이후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매킬로이는 부진을 모두 털어낸 모습이었다. 4라운드 동안 평균 337야드의 비거리를 기록했고, 4번이나 367야드짜리 드라이브샷을 쳤다. 그린적중률 2위(68.06%), 어프로치 4위, 퍼팅에서도 8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티잉구역부터 그린까지 모두에서 완벽한 샷을 구사했다.
사진=AFP

◆비거리 367야드에 10m 퍼트 "그게 매킬로이"

최종라운드에서는 매킬로이다운 플레이의 '백미'를 보여줬다. 1타 차 2위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한 그는 전반에는 쇼플리와 팽팽한 긴장을 이어갔다. 균형이 급격히 무너진 것은 10번홀(파5)부터였다. 드라이버로 367야드를 날린 뒤 10m 이글퍼트를 잡아내 이 홀에서 버디를 잡은 쇼플리와 동타로 올라섰다.

13.14.15번홀에서는 매킬로이의 독주가 펼쳐졌다. 쇼플리가 12.13번홀 연속 보기로 흔들리는 사이, 매킬로이는 버디 2개 이글 1개로 4타를 줄이며 쇼플리를 압도했다. 15번홀(파5)에서는 그린 옆 벙커에서 친 공을 그대로 홀에 집어넣어 환상적인 이글을 만들어냈다. 벙커샷이 그대로 홀로 빨려들어가자 매킬로이는 오른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경기를 마친 뒤 경쟁자 쇼플리가 "알잖아요, 그는 매킬로이예요"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을 정도로 압도적인 플레이였다.

완벽한 부활을 알린 곳이 퀘일 할로였다는 점은 그에게 더욱더 특별하다. 2010년 최종라운드에서 62타를 기록하며 PGA투어 첫 승을 올린 무대가 바로 여기다. 이후 2015년, 2017년 우승을 추가했고 이번 대회 우승으로 총 네번의 트로피를 이곳에서 들어올렸다. 그는 "스무살 당시의 나에게 앞으로 이런 성취를 이룰 것이라고 말한다면 믿지 않았을 것"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매킬로이의 다음 무대는 16일부터 시작되는 메이저대회 PGA챔피언십이다. 이 대회가 열리는 발할라 역시 매킬로이에게 친숙한 무대다. 2014년 디오픈, 월드골프챔피언십에서 두차례 우승한 코스다. 그는 "이제 내가 (필드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알 것 같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한국 선수들은 안병훈과 임성재가 톱5에 들며 선전을 펼쳤다. 안병훈은 이날 하루 5타를 줄이며 단독 3위(합계 9언더파 275타)로 경기를 마쳤고, 임성재는 2타를 잃었지만 올 시즌 최고 성적인 공동 4위를 기록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