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억이 7억 된다" 달콤한 유혹…교수도 넋놓고 당했다
입력
수정
"어린 나이에 자신이 모은 돈과 주변 지인의 돈을 모아 투자했던 24세 여학생이 어린 나이에 목숨을 끊었습니다. 여학생의 어머니는 충격을 받아 일주일 뒤 뒤따라가셨고요." (투자 피해자 이모 씨)
피해자 대표 이 씨는 "나도 수억 원을 투자해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지만, 몇 달 전 사망한 은재(가명)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인공지능(AI) 트레이딩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해외선물과 나스닥에 ‘24시간 투자’를 할 수 있다며 투자자를 모은 팝콘소프트의 대규모 사기 행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실제 투자는 이뤄지지 않았고, 다단계 금융사기(폰지사기)를 벌인 정황만 밝혀지는 중이다. 업체 대표 중 한 명이 재판에 넘겨졌음에도 2·3차 피해가 이어져 문제라는 지적이다. 업체의 나머지 실세들이 새 회사를 만들어 같은 형태의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어서다.
"AI 자동매매로 연 600% 수익 보장"…알고 보니 '폰지 사기'
15일 한국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사기,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이 모 팝콘소프트 대표를 지난 2월 검찰로 송치했다. 이 대표는 구속된 상태로 기소돼 지난 4월 24일 첫 재판을 치렀다. 수사당국은 이 대표 말고도 피해자들이 주범으로 지목한 안 모, 오 모씨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피해자들에 따르면 팝콘 측의 더불라에 접속하면 증권사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똑같은 화면이 제시됐다. AI를 통해 매도, 매수가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팝콘소프트는 30일 투자에 116%, 90일 156%, 1년 후 617%라는 비현실적 수익률을 제시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HTS에서 잔고와 종목명, 거래량과 시세 등이 워낙 정교하게 나타나있다보니 속아 넘어갈 수 밖에 없었다.
현재 비대위가 집계한 피해자는 8000여명에 달하고, 파악된 피해액만 670억원 수준이다. 비대위 대표 이모 씨는 "현재 확보된 피해 계좌만 1만8000개 수준으로 전체 피해자 수와 피해 금액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해자 대부분이 중앙대 동문·목회자
피해자 상당수가 중앙대 동문이라는 점도 이번 사건의 특징이다. 간호대 동문회를 오랫동안 주도한 안 씨가 동문을 끌어들였고, 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동문을 끌어들여서다.유력 피의자인 안 씨가 중앙대 간호대 1기로 동문들을 투자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 씨는 40년간 간호대 동창회를 주도한 인물로, 지난해까지 간호대학 동창회장으로 활동했다.
안 씨는 대학에 발전기금을 기부하고, 학부생들에게 커피와 도넛을 제공하는 행사를 열이며 동문들의 환심을 샀다. 이 외에도 캄보디아에 학교를 짓는 등 활동을 진행하면서 '선한 이미지 쌓기'에 열중했다.
끊이지 않는 사기의 굴레…전문가들 "사기꾼들은 고도의 지능범"
현재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팝콘소프트 사기 행각은 멈춘 상태다. 그러나 수사망에서 벗어난 임원들이 경기 용인시 등에 유사한 H업체, C업체를 차려 똑같은 사기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팝콘소프트가 돌려주지 않은 원금을 돌려줄 것이고, 수익도 내주겠다”며 현재 50억~60억원 가량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팝콘소프트의 임원들은 현재 투자자들의 투자금 일부인 1%를 투자자들에게 변제해 줬다고 한다. 팝콘소프트가 이처럼 변제를 한 이유는 피해 금액 일부 변제를 통해 향후 수사에서 사기를 칠 의도가 아니었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함이라는 게 피해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