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민행렬 비판하다 뜬금없이 '양들의 침묵' 살인마 칭송

연설 중 "위대한 한니발 렉터…미국이 원치 않는 사람들이 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연설 중 영화 속 연쇄살인범을 "훌륭한 사람"이라고 추켜세우고는 미국에 불법 이주한 사람들을 폄하하는 혐오성 발언을 내놨다. 12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뉴저지주 와일드우드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서 이민자 문제를 거론하다 갑자기 1991년 개봉 영화 '양들의 침묵'에 등장하는 살인범 캐릭터 '한니발 렉터'를 언급했다.

그는 90분이 넘는 연설에서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도록 놔두는 것은 문제만 만들 것"이라며 강경 이민 정책을 강조했다.

그리고 불쑥 "그는 종종 저녁 식사에 친구를 초대하곤 했다"며 한니발 렉터를 소환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어 "하지만 한니발 렉터, 축하합니다.

고인이 된 위대한 한니발 렉터"라더니 "우리나라가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우리나라로 풀려 들어오고 있다.

그들은 전혀 통제가 안 되고, 전혀 조사받지 않은 채로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니발 렉터는 영화에서 식인을 위해 연쇄 살인을 저지르는 사이코패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어떤 맥락에서 이민 문제와 이 캐릭터를 같이 언급했는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AFP 통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악명 높은 식인 캐릭터에 대한 진부한 농담을 재탕했다"며 그의 발언을 "식인 행위에 대한 횡설수설"이라고 표현했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이한' 방향으로 샜다고 평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도 그가 1991년 공포 영화를 소환함으로써 관중들을 당황하게 했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전에도 한니발 렉터에 대한 존경심을 표한 바 있으며, 같은 인물을 다룬 TV 드라마 '한니발'의 주연배우 매즈 미켈슨이 과거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일부 사람들에게 신선한 바람"이라고 발언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각종 혐오 발언과 음모론을 동원해온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앞서 그는 반복해서 이민자를 겨냥해 "(미국의) 피를 오염시킨다"며 말했다. 이에 과거 나치 정권의 유대인 말살 주장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조 바이든 대통령 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히틀러 흉내를 낸다'고 비판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