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인구 10%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한 이유

코이스티나호 헬싱키대 교수

"맞춤형 치료제 개발에 큰 도움"
“핀란드는 ‘바이오뱅크법(Biobank Act)’을 기반으로 국민 약 10%의 바이오 빅데이터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야리 코이스티나호 핀란드 헬싱키대 교수(사진)는 13일 서울 종로 주한 핀란드 대사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자국의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 성과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2017년 시작된 ‘핀젠(FinnGen)’ 프로젝트는 영국 UK바이오뱅크와 함께 선제적으로 바이오 빅데이터를 구축한 사업으로 손꼽힌다. 핀란드 국민 약 52만 명에 대한 유전체 및 건강 정보 등 임상정보와 혈액 등 검체를 수집해 통합하는 프로젝트다.

올해 4월까지 핀젠 데이터를 활용해 약 1100편의 논문과 다수의 특허가 나왔다. 한국 정부가 올해부터 시작하는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사업’의 모태가 되기도 했다.

핀젠 프로젝트는 제약사 등 민간 투자를 받는다는 점에서 다른 국가 프로젝트와 차별화된다. 핀젠 프로젝트는 총 3단계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마지막 단계가 시작됐다. 예산은 5200만유로(약 768억원)로 화이자, 애브비, 아스트라제네카 등 다국적 제약사와 정부 기관의 투자로 이뤄졌다.핀젠의 데이터는 연구 목적이라면 제약사에서도 활용이 가능하다. 코이스티나호 교수는 “핀란드에서는 데이터 제공 동의를 거절하는 것이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로 국민적 합의가 이뤄져 있다”며 “개인정보가 제3자에게 제공되지 않도록 보안 작업이 구축돼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2013년부터 시행된 바이오뱅크법으로 데이터 활용 기준을 마련한 덕분이다. 데이터와 검체에 대해 철저히 개인정보를 배제하도록 명시돼 있다. 또 연구 목적으로는 활용 가능하지만 신용평가기관, 보험사의 의사결정에 사용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 새로운 법 제정 없이 생명윤리법에 의존해 데이터 활용에 제한이 있는 한국과 다른 점이다.

바이오 빅데이터는 향후 정밀의료의 기반이 된다. 북유럽 발트해 연안에 있는 핀란드는 지리적 특성으로 수천년간 고립돼 유전적 변이가 상대적으로 균일하게 유지되고 있다. 유전질환 등을 연구하기에 최적의 조건인 셈이다. 코이스티나호 교수는 “개인별 최적의 치료제를 찾고 질병 발병은 늦추는 힌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