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만기 4회 연장·연체 땐 바로 퇴출…150여 곳 경·공매 나올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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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부동산 PF 연착륙 방안 발표금융당국이 13일 발표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의 핵심은 ‘속도’다.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이후 시장 안정에 주력해온 당국이 다소간의 충격을 감수하더라도 부실 처리를 더 이상 미루지 않겠다는 쪽으로 선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방향도 선명해졌다. 당국은 △부실 징후 사업장 선별 △기존 참가자의 손실 분담 및 퇴출 유도 △재구조화를 위한 신규 자금 투입 확대 등을 통해 PF 시장의 조속한 정상화를 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9월부터 구조조정 매물 출회
사업 평가등급 4단계로 세분화
'유의' 등급 사업장은 자율 매각
만기연장 2회까지만 허용 유도
'부실우려' 사업장 채권에 대해
금융사는 75% 충당금 쌓아야
‘질서 있는’→‘속도감 있는’ 연착륙
금융당국은 우선 PF 사업성 평가 등급을 현행 3단계(양호·보통·악화우려)에서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로 세분화하고 사업성이 부족한 사업장(유의·부실우려)은 적극적으로 사후관리하기로 했다. 기존 ‘악화우려’ 등급은 사업 진행 지연, 사업성 미흡 등으로 사업 추진이 곤란한 경우를 의미했다. 신설된 ‘유의’ 등급은 지속적·중대한 애로 요인으로 사업 진행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될 때 적용된다. ‘부실우려’ 등급은 추가적 사업 진행이 곤란한 경우에 해당한다.‘유의’ 사업장은 재구조화나 자율 매각을 추진하고, ‘부실우려’ 사업장은 상각이나 경·공매를 통해 매각을 추진해야 한다. 다만 대규모 도시개발사업 등 특수성이 있을 때는 내부 위험관리 절차를 거쳐 예외적 평가를 허용할 방침이다.금융회사(PF 대주단)의 주관적 판단에 따르던 평가 기준도 객관화·구체화한다. 당국은 브리지론과 본PF 등 단계별로 10여 개 평가 기준을 제시하고, 2개 이상에 해당하면 사업성 부족으로 판정하도록 했다. 토지 매입 단계인 브리지론은 인허가·본PF 미전환 등을, 인허가 후 착공 단계인 본PF에선 공사·분양 진행, 시공사 등을 따져볼 방침이다.
예컨대 토지만 사놓은 브리지론 단계에서 대출 만기 6개월이 지나도록 인허가를 받지 않고 수익구조가 상당히 악화한 경우 ‘유의’로 분류한다. 또 착공 단계인 본PF가 대출 만기를 4회 이상 연장하고, 현재 연체됐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실우려’로 분류한다.‘부실우려’ 사업장의 채권에 대해 금융사는 75%를 충당금(손실)으로 쌓아야 한다. 부실채권(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가운데 ‘회수의문’ 수준으로 본다는 의미다. 이제까지는 ‘악화우려’ 사업장의 채권에 고정 수준(30%)의 충당금을 쌓으면 됐다. 충당금 비율이 올라가면 손실이 그만큼 커진다. 대주단이 만기 연장으로 버틸 유인이 줄어들게 된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전체 PF 가운데 2~3%가 ‘부실우려’ 등급에 해당할 것으로 추산했다. 전국 PF 사업장 5000여 개 가운데 150개 안팎이 경·공매 대상이 될 전망이다.
금융사들은 현재 연체 등 부실이 발생한 사업장을 중심으로 6월부터 사업성 재평가를 시작한다. 금융감독원은 7월 유의·부실우려 사업장 개선 계획을 받아 점검한다. 8월 결과 조정을 거쳐 9월부터는 구조조정 매물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오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기 연장도 까다롭게
재구조화 촉진을 위해 PF 대주단협약도 개정한다. PF 대주단협약은 국내 모든 금융사가 참여한 PF대출 운영 규정이다. 현행 대주단협약에선 대주단(채권액 기준) 3분의 2가 동의하면 만기를 연장할 수 있다. 앞으로는 2회 이상 만기를 연장한 사업장은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외부 전문기관의 사업성 평가도 필요하다. 만기 연장을 2회까지만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조치다.또 대주단이 PF 사업장에 이자 납입을 유예해주려면 기존 연체 이자를 모두 받아야 한다. 당국은 또 현재 저축은행업권에 적용하고 있는 ‘6개월 이상 연체 PF의 3개월 내 경·공매 실시’ 지침을 전 금융권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