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혁신의 여정 '스킬중심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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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
MERCER와 함께하는 'HR 스토리'
"비즈니스 모델 전환은 우리 회사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선택입니다. 미래를 내다보고 조직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데 온 힘을 다해 주세요." A사 CEO의 지시다. A사는 석유화학업계 선도 기업이다. 하지만 경영환경 급변으로 회사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안갯속이다. 업계 1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현재 비즈니스가 계속 성공할지, 미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등 CEO 근심은 끊임없다. 고심 끝에 A사는 대대적인 비즈니스 모델 전환을 결정한다. 석유화학 사업을 탄소 중립 분야로 송두리째 전환하는 게 궁극적 목표다.CEO는 최우선 과제로 조직 혁신을 주문한다. 미래 비즈니스로 나가기 위한 핵심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여기에 맞춰 조직 체질을 바꾸라는 거다. 조직과 사람을 전면 개편하라고도 했다. 며칠 뒤, CEO는 HR 임원과 별도 논의를 이어간다. 논의의 핵심은 ‘스킬’. 현재 뿐 아니라 미래 시장에서 떠오르는 스킬은 무엇인지, 회사에 미래 스킬을 지닌 인재가 얼마나 있는지 궁금해한다. 미래 스킬 인재를 새로운 사업에 재배치하라고 지시하고, 스킬 인재를 확보·육성하는 게 HR의 핵심 미션이라 강조한다.
논의를 마친 HR 임원은 난감하다. 실무와 팀장을 거쳐 지금 자리를 맡기까지, 회사에 필요한 인재에 대해 무수히 고민했다. 사업과 조직별로 필요한 일을 일목요연하게 정비하고, 일을 잘 수행하기 위한 요건도 정리해 두었다. 이런 자료를 토대로 적합한 사람을 확보하려 무던히 애썼다. 그런데 갑자기 스킬이라니, 그것도 미래 스킬이다. 머릿속이 복잡하다.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만 떠다닐 뿐, CEO 질문에 선뜻 답하기 어렵다. 직원들을 떠올려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누가 일머리가 있고, 보고서를 잘 쓰고, 리더십이 좋고, 협업을 잘 하는지 훤히 꿰차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어떤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지, 정리되지 않은 단어만 머릿속을 맴돈다.
비즈니스 혁신이 지상과제로 떠올랐다. 성공적으로 이어온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은 기본이다. 기존 사업과 전혀 다른 비즈니스로 정체성을 탈바꿈하려 한다. 그런데 혁신 여정이 순탄치 않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영역을 개척하다 보니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추진할 사람이 부족하다’, ‘어떤 인재가 필요하고, 그런 인재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이 안된다’ 등 갈피를 못 잡는 현장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스킬 중심 조직(Skill-based Organization: SBO)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스킬 중심 조직은 스킬에 기반해 일과 사람을 조직화한다. 구성원을 스킬의 집합체로 간주하고, 일과 사람을 스킬로 해체하고 일-스킬간 최적 매칭이 이루어지도록 애쓴다. 스킬 중심 조직을 구축하는 여정은 다음의 4단계로 정의할 수 있다.
▷1단계(미래 스킬 규명): 미래 경쟁력을 가져다주는 스킬셋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단계다. 조직의 미래를 내다보고 생존에 필요한 스킬이 무엇인지 예의 주시하고, 이러한 스킬이 얼마나 필요할지 예측한다.
▷2단계(스킬 수준 파악): 1단계에서 구축한 스킬셋을 통해 구성원의 현재 스킬 수준을 가늠하는 단계다. 미래 스킬에 대해 구성원, 혹은 조직이 어떤 스킬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 파악한다.
▷3단계(스킬 확보와 육성): 스킬 갭을 줄이는 단계다. 우선, 스킬 인재 확보로 학력 또는 학위 중심 채용에서 벗어나, 필요한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가에 초점을 두고 인재를 선발한다. 더불어, 수요가 증가하는 미래 스킬에 매력적인 보상을 제공해 이러한 전략을 뒷받침한다. 다음은 스킬 인재 육성으로 업·리스킬로 수렴한다. 스킬 갭에 따라 구성원 스킬을 강화하고 재편하는 활동을 펼친다.
▷4단계(스킬 활용과 배치): 스킬에 맞게 일-사람을 매칭 시키는 단계다. 일에서 요구되는 스킬(수요)과 구성원이 보유한 스킬(공급)을 최적으로 연결하는데 집중한다. 소속 조직이나 담당 직무를 넘어서 조직 전체로 구성원의 스킬 활용을 확장한다.
B사는 두 차례 큰 비즈니스 전환을 경험한다. 1990년대까지는 컴퓨터 서버, 메인 프레임 등 하드웨어 사업이 핵심이었다. 2000년대에는 소프트웨어 솔루션 영역으로 비즈니스를 전환했다. 2010년대 들어서는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분야로 비즈니스 중심축을 이동한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사업이 부진하며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기 때문이다.사업 부진 원인으로 과거 테크놀로지에 매몰된 조직 역량이 지목됐다. B사에는 고임금 기술 인력이 많았는데, 이들의 전문성은 대체적으로 인공지능과 클라우드와는 거리가 멀었다. 문제의식 속에서 B사는 ‘스킬을 조직의 새로운 화폐’로 선언하고 변화를 모색한다.
변화의 첫걸음으로 미래 비즈니스에 맞게 스킬체계를 정비한다. 우선, 공통 스킬과 특정 직무에 전문적으로 필요한 특화 스킬을 나누었다. 공통 스킬의 레벨 업은 배지(Badge) 획득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스킬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VOD학습을 이수하면 레벨 1단계가 된다. 레벨 2단계는 학습과 함께 해커톤 등 내부 경진대회 결과로 획득할 수 있다. 레벨 3단계는 집합교육과 엄격히 설계한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마지막 레벨 4단계는 현장 문제 해결, 지식 공유, 시연에 대한 평가로 판단한다. 특화 스킬은 자격 인증 방식을 적용한다. 스킬마다 테스트 내용과 합격 기준은 다르다. 배지와 자격 인증은 링크드인 프로필에 노출이 가능하다.
스킬은 채용 과정에서 주요 선발 기준이 된다. 우선 인공지능 시스템이 채용 지원자의 잠재력을, 스킬을 토대로 평가한다. 직무에 요구되는 필요 스킬, 선호 스킬, 그리고 소프트스킬 영역별로 지원자의 적합도를 점수화한다. 이 점수를 다른 선발 기준과 합산하여 상, 중, 하 3단계로 분류한다. 채용 담당자는 인공지능이 제시한 우선순위가 높은 지원자 위주로 인터뷰를 진행하여 최적 인재를 찾아낸다.B사에서는 맡은 직무에 따라 보상 수준이 달라지는 직무급을 운영했다. 현재는 이러한 보상 방식에 스킬 가치를 추가 반영해 보상 수준을 결정한다. 급여 인상 결정 시, 인공지능 솔루션의 도움을 받는데, 이 솔루션은 직원의 여러 정보를 분석한 후 매니저에게 급여 인상 방향을 제안한다. 분석에 사용되는 정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직원이 보유한 스킬이다. 희소하면서도 사업적 수요가 높은 스킬을 지닌 구성원에게 높은 급여 인상을 제안한다. 반대의 경우, 급여 인상 없이 업·리스킬을 권고한다. 또한, 연간 2개 이상 스킬 인증을 획득하면 보너스 대상자가 된다. 매니저는 인공지능 솔루션의 제안과 스킬 인증을 참고하여 급여 인상과 보너스 지급을 최종 결정한다.
비즈니스 혁신은 지금까지 조직 운영을 되돌아보게 한다. 미래 비즈니스 성공을 위해 어떤 스킬이 필요한가? 이러한 스킬을 보유한 사람은 누구이고 어디에 있는가? 필요 스킬을 어떤 방법으로 확보할 것인가? 확보한 스킬을 어떻게 비즈니스 경쟁력으로 전환할 것인가? 각 질문에 답을 채워가다 보면, 어느덧 스킬 중심 조직에 다가서 있을 것이다.
김주수 MERCER Korea 부사장
논의를 마친 HR 임원은 난감하다. 실무와 팀장을 거쳐 지금 자리를 맡기까지, 회사에 필요한 인재에 대해 무수히 고민했다. 사업과 조직별로 필요한 일을 일목요연하게 정비하고, 일을 잘 수행하기 위한 요건도 정리해 두었다. 이런 자료를 토대로 적합한 사람을 확보하려 무던히 애썼다. 그런데 갑자기 스킬이라니, 그것도 미래 스킬이다. 머릿속이 복잡하다.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만 떠다닐 뿐, CEO 질문에 선뜻 답하기 어렵다. 직원들을 떠올려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누가 일머리가 있고, 보고서를 잘 쓰고, 리더십이 좋고, 협업을 잘 하는지 훤히 꿰차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어떤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지, 정리되지 않은 단어만 머릿속을 맴돈다.
비즈니스 혁신이 지상과제로 떠올랐다. 성공적으로 이어온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은 기본이다. 기존 사업과 전혀 다른 비즈니스로 정체성을 탈바꿈하려 한다. 그런데 혁신 여정이 순탄치 않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영역을 개척하다 보니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추진할 사람이 부족하다’, ‘어떤 인재가 필요하고, 그런 인재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이 안된다’ 등 갈피를 못 잡는 현장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스킬 중심 조직(Skill-based Organization: SBO)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스킬 중심 조직은 스킬에 기반해 일과 사람을 조직화한다. 구성원을 스킬의 집합체로 간주하고, 일과 사람을 스킬로 해체하고 일-스킬간 최적 매칭이 이루어지도록 애쓴다. 스킬 중심 조직을 구축하는 여정은 다음의 4단계로 정의할 수 있다.
▷1단계(미래 스킬 규명): 미래 경쟁력을 가져다주는 스킬셋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단계다. 조직의 미래를 내다보고 생존에 필요한 스킬이 무엇인지 예의 주시하고, 이러한 스킬이 얼마나 필요할지 예측한다.
▷2단계(스킬 수준 파악): 1단계에서 구축한 스킬셋을 통해 구성원의 현재 스킬 수준을 가늠하는 단계다. 미래 스킬에 대해 구성원, 혹은 조직이 어떤 스킬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 파악한다.
▷3단계(스킬 확보와 육성): 스킬 갭을 줄이는 단계다. 우선, 스킬 인재 확보로 학력 또는 학위 중심 채용에서 벗어나, 필요한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가에 초점을 두고 인재를 선발한다. 더불어, 수요가 증가하는 미래 스킬에 매력적인 보상을 제공해 이러한 전략을 뒷받침한다. 다음은 스킬 인재 육성으로 업·리스킬로 수렴한다. 스킬 갭에 따라 구성원 스킬을 강화하고 재편하는 활동을 펼친다.
▷4단계(스킬 활용과 배치): 스킬에 맞게 일-사람을 매칭 시키는 단계다. 일에서 요구되는 스킬(수요)과 구성원이 보유한 스킬(공급)을 최적으로 연결하는데 집중한다. 소속 조직이나 담당 직무를 넘어서 조직 전체로 구성원의 스킬 활용을 확장한다.
B사는 두 차례 큰 비즈니스 전환을 경험한다. 1990년대까지는 컴퓨터 서버, 메인 프레임 등 하드웨어 사업이 핵심이었다. 2000년대에는 소프트웨어 솔루션 영역으로 비즈니스를 전환했다. 2010년대 들어서는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분야로 비즈니스 중심축을 이동한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사업이 부진하며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기 때문이다.사업 부진 원인으로 과거 테크놀로지에 매몰된 조직 역량이 지목됐다. B사에는 고임금 기술 인력이 많았는데, 이들의 전문성은 대체적으로 인공지능과 클라우드와는 거리가 멀었다. 문제의식 속에서 B사는 ‘스킬을 조직의 새로운 화폐’로 선언하고 변화를 모색한다.
변화의 첫걸음으로 미래 비즈니스에 맞게 스킬체계를 정비한다. 우선, 공통 스킬과 특정 직무에 전문적으로 필요한 특화 스킬을 나누었다. 공통 스킬의 레벨 업은 배지(Badge) 획득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스킬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VOD학습을 이수하면 레벨 1단계가 된다. 레벨 2단계는 학습과 함께 해커톤 등 내부 경진대회 결과로 획득할 수 있다. 레벨 3단계는 집합교육과 엄격히 설계한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마지막 레벨 4단계는 현장 문제 해결, 지식 공유, 시연에 대한 평가로 판단한다. 특화 스킬은 자격 인증 방식을 적용한다. 스킬마다 테스트 내용과 합격 기준은 다르다. 배지와 자격 인증은 링크드인 프로필에 노출이 가능하다.
스킬은 채용 과정에서 주요 선발 기준이 된다. 우선 인공지능 시스템이 채용 지원자의 잠재력을, 스킬을 토대로 평가한다. 직무에 요구되는 필요 스킬, 선호 스킬, 그리고 소프트스킬 영역별로 지원자의 적합도를 점수화한다. 이 점수를 다른 선발 기준과 합산하여 상, 중, 하 3단계로 분류한다. 채용 담당자는 인공지능이 제시한 우선순위가 높은 지원자 위주로 인터뷰를 진행하여 최적 인재를 찾아낸다.B사에서는 맡은 직무에 따라 보상 수준이 달라지는 직무급을 운영했다. 현재는 이러한 보상 방식에 스킬 가치를 추가 반영해 보상 수준을 결정한다. 급여 인상 결정 시, 인공지능 솔루션의 도움을 받는데, 이 솔루션은 직원의 여러 정보를 분석한 후 매니저에게 급여 인상 방향을 제안한다. 분석에 사용되는 정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직원이 보유한 스킬이다. 희소하면서도 사업적 수요가 높은 스킬을 지닌 구성원에게 높은 급여 인상을 제안한다. 반대의 경우, 급여 인상 없이 업·리스킬을 권고한다. 또한, 연간 2개 이상 스킬 인증을 획득하면 보너스 대상자가 된다. 매니저는 인공지능 솔루션의 제안과 스킬 인증을 참고하여 급여 인상과 보너스 지급을 최종 결정한다.
비즈니스 혁신은 지금까지 조직 운영을 되돌아보게 한다. 미래 비즈니스 성공을 위해 어떤 스킬이 필요한가? 이러한 스킬을 보유한 사람은 누구이고 어디에 있는가? 필요 스킬을 어떤 방법으로 확보할 것인가? 확보한 스킬을 어떻게 비즈니스 경쟁력으로 전환할 것인가? 각 질문에 답을 채워가다 보면, 어느덧 스킬 중심 조직에 다가서 있을 것이다.
김주수 MERCER Korea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