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P '세계1위 구리업체' 기대 또 불발…58조원 인수안 퇴짜 맞아

경쟁사 앵글로 아메리칸, 인수가 10% 올린 수정안도 거절
호주의 세계 최대 광산 기업 BHP의 영국 동종업체 앵글로 아메리칸에 대한 인수 제안이 다시 거부당했다. 이전에 제시한 가격보다 10%를 올리며 인수에 의욕을 보였으나 상대로부터 "계속해 상당히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반박을 당하며 퇴짜를 맞았다.

런던 증시 상장사인 앵글로 아메리칸은 13일(현지시간) BHP가 내놓은 340억 파운드(58조5천억 원) 규모의 인수 제안을 거부했다고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앵글로 아메리칸 회장인 스튜어트 체임버스는 이날 BHP의 최근 제안이 자사의 내재 가치를 또다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체임버스 회장은 BHP 제안이 "상당한 불확실성과 실행 리스크로 인해 앵글로 아메리칸과 주주들, 이해관계자들을 불균형적인 위험에 빠뜨린다"라고 주장했다.

앵글로 아메리칸 측은 BHP가 지난달 처음 제시한 311억 파운드(53조5천억 원)의 전체 지분 인수안을 거부하면서, 자사 주주들이 상대적으로 더 손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두 번째 제안도 거부당한 BHP의 마이크 헨리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실망스럽다"라며 "BHP는 양사의 결합이 모든 주주에게 상당한 가치를 제공할 것으로 계속 믿고 있다"라고 밝혔다. BHP는 앵글로 아메리칸 주주들에게 이전의 주당 25.08파운드에서 이번에 27.53파운드를 제안했다.

이날 주가는 2.3% 하락한 27.07파운드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종가는 수정된 인수 제안가보다 낮은 것으로, 현재로서는 투자자들이 더 나은 제안이 나와 이번 거래가 진전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 달 25일 BHP의 인수 제안 소식이 전해지자 약 13% 급등한 바 있다.

앵글로 아메리칸은 칠레와 페루에 대규모 구리 광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세계가 청정에너지로 향하고 인공지능(AI)의 사용범위를 늘리면서 경쟁사들에 매력적이다.

BHP는 2001년 호주 BHP와 영국 빌리턴이 합병해 탄생한 세계 최대 광산회사로, 최근에는 기존의 가스나 석탄 등의 사업 위주에서 벗어나 구리나 니켈 등의 광물 채굴 산업에 집중하고 있다.

BHP는 전기차, 전력망, 풍력 터빈 등 여러 산업에 두루 쓰이는 구리가 주목받으면서, 앵글로 아메리칸의 구리 광산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BHP는 현재 약 120만t의 구리를 생산하는데 앵글로 아메리칸의 약 83만t을 더하면 약 10%의 점유율로 세계 최대 구리 생산업체가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