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0원짜리 아파트 조식…"맛있어요" 입소문 이유 있었다 [현장+]

여의도 '유일' 아파트 조식 먹어보니
브라이튼 여의도 조식, 매일 다른 메뉴·푸짐한 구성
입주민 만족도 높아…임대차 계약도 80% '육박'
브라이튼 여의도에서 제공되는 조식. 아파트 입주민에게는 9000원가량에 제공되고 있다. / 사진=이송렬 기자.
맞벌이 가정에서 아침 식사는 사치다. 아내에게 차려주기는커녕 내 밥도 차려 먹지 못한다. 아이 밥은 굶길 수 없으니 아침마다 아이 밥만 차려 먹이고 어린이집에 보낸다. 제대로 된 아침식사가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지난 10일은 조금 달랐다. 아침 밥을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지어진 '브라이튼 여의도'. 여의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그 아파트에서 조식을 먹게 됐다. 여의도에 아파트 가운데 유일하게 식사 서비스가 있는 곳이다.오전 9시30분께 느즈막한 시간 브라이튼 여의도 101동 3층에 도착했다. 조식서비스를 운영하는 카페&라운지가 있는 곳이다. 아침과 점심을 먹는 시간을 제외하면 이곳은 책을 보거나 앉아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휴게 공간으로 바뀐다.

아침 식사는 오전 7시부터 이용할 수 있다. 마지막 주문은 9시30분까지다. 점심 식사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다. 입주민 카드로 결제가 가능하고, 가격은 1인분에 9000원이다. 매주 월요일은 쉬고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만 운영한다. 일반식과 브런치·일품요리 둘 중 하나를 골라 먹는다.
브라이튼 여의도 카페&라운지 전경. 아파트 입주민들이 식사나 여가시간을 보낼 수 있다. 사진=이송렬 기자.
아파트에서 운영하는 식사 서비스는 처음이라 '고등학교 때 먹던 급식이랑 비슷하겠지'라는 생각이 스쳐지났다. 아침과 함께 제공되는 샐러드로 입맛을 돋우면서 식사가 나오길 기다렸다. 준비된 식사는 신세계푸드 직원이 요리해 직접 자리까지 음식을 가져다줬다. 당일 메뉴는 잡곡밥과 소고기버섯뚝배기, 미나리문어무침, 사각어묵볶음, 미트볼조림, 깍두기였다. 메인 메뉴 한 가지와 네 가지의 반찬이 준비됐다.

고급스러운 밥그릇부터 눈에 들어왔다. 일반 식당에선 공깃밥이 항상 스테인레스 그릇에 담겨 나와 처음엔 너무 뜨겁고 나중엔 금방 식기도 하는데, 사기 그릇에 밥이 담겨 나오지 더 먹음직 스러웠다. 밥그릇, 반찬그릇, 쟁반까지 하나하나 신경 썼다는 게 신영 측 설명이다.

메인 메뉴인 소고기버섯뚝배기는 요리 이름처럼 뚝배기에 담겨져 나왔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을 보니 음식을 다 먹을 때까지 식을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반찬들도 훌륭했다. 미나리문어무침은 냉채류였는데, 새콤함과 짭쪼름함이 더해져 없는 입맛도 생겨나는 기분이었다. 미트볼 크기도 커 어른이 먹기에도 부족함이 없었고, 어묵볶음 역시 금방 만든 것처럼 부드러웠다. 깍두기도 적당히 익어 딱 먹기 좋았다.
브라이튼 여의도에서 동들을 연결하는 스카이브릿지. / 사진=이송렬 기자
그릇을 비우고 나니 "한 끼 잘 먹었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식사 서비스에 대한 입주민들의 반응도 꽤 좋은 편이다. 지난 2월 신영에서 진행한 식사 서비스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음식 맛이 어떻느냐'는 질문에 총 95명이 답했는데, 매우 만족한다는 답변이 46명으로 48%, 만족한다는 답변이 26명으로 38%를 차지했다. 입주민들 대부분이 맛에 만족한 것이다. '메뉴 구성과 식단은 어떻느냐'는 질문에도 '매우 만족'(43명, 46%)과 '만족'(30명, 32%)이 다수를 차지했다.

브라이튼 여의도 입주민들도 "한식 말고도 일식 등이 추가 되면 더 자주 이용할 것 같다", "저녁식사도 먹게 됐으면 좋겠다", "기대 안했는데 정말 맛있다" 등 마음에 들어했다.
브라이튼 여의도 선큰 광장에서 앉아 쉬고 있는 일대 직장인들 모습. 사진=이송렬 기자.
단순히 조식만 뛰어난 것은 아니다. 아침을 먹고 슬슬 단지를 둘러보다보니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어떻게 알고들 찾아왔는지 브라이트 여의도 중간에 마련된 선큰 광장으로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한 손엔 커피를, 한 손엔 샌드위치를 들고 있는 직장인도 있었다. 한낮이라 햇볕이 따가웠지만 시원한 바람이 함께 불면서 빌딩 숲이 가득한 여의도에서 짧지만 푹 쉴 수 있는 여유가 만들어졌다.

브라이튼 여의도의 외관도 눈여겨볼만한다. 올림픽대로를 타고 여의도로 들어오다보면 이른바 '63빌딩'으로 불리는 63스퀘어 옆에 하얀색의 건물이 바로 보인다. 우리나라 전통한옥의 문이 떠오르는 입면이 상징적이다. 이런 패턴은 스카이브릿지 천장, 피트니스룸 입구, 아파트 로비 등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주변 환경도 좋다. 더현대 서울이 코앞에 있다. 더현대는 각종 팝업 행사가 열려 MZ소비자들에겐 '성지'로, 해외 관광객들에겐 여행 필수 코스로 자리잡았다. 뿐만 아니라 합쇼핑몰인 'IFC몰'이 있어 쇼핑, 문화, 외식 등을 누릴 수 있다.

한강과 샛강을 따라 조성된 여의도의 풍부한 녹지는 물론, 서울 지하철 5호선과 9호선을 이용할 수 있는 더블 역세권,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등을 통한 차량 이용이 쉽다는 점도 강점이다.
브라이튼 여의도 모습. 사진=신영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된 임대차 계약은 순항 중이다. 여의도 증권가를 중심으로 세입자들이 조금씩 몰려 들면서 454가구 가운데 약 80%가 임차 계약을 맺었다. 임대 기간은 4년이다. 전세 계약을 기준으로 보증금은 3.3㎡당 약 5300만원이다.

브라이튼 여의도는 원래 2019년 선분양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분양가를 놓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이견을 좁히지 못해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임대 후 양도 전환 방식을 택했다.

세입자들은 이 단지에서 살아보다가 마음에 들면 매매할 수 있다. 원래는 '임대 후 양도(매매) 방식'으로 공급해 기존 임차인이 아니면 매매가 불가능하지만, 준공 후 20%가 공실인 경우 양도전환이 가능하다. 브라이튼 여의도는 오는 9월부터 적용된다
브라이튼 여의도 46층에서 바라본 시내 전경. 사진=이송렬 기자
이달까지 임대 후 양도 전환할 수 있는 가격은 3.3㎡당 약 8950만원이다. 전용 84㎡ 기준 22억7800만원이다. 양도 전환 가격은 매년 조금씩 오를 전망이다. 단지는 민간 임대주택으로 민간 임대특별법을 적용 받는다. 시행사가 자체적으로 양도 전환 가격을 정할 수 있다.

브라이튼 여의도는 당분간 여의도 일대에서 새 아파트 프리미엄을 누릴 전망이다. 이 단지 인그에 있는 △삼부아파트(1975년, 866가구) △수정아파트(1976년, 329가구) △한양아파트(1975년 588가구) 등 수십년 아파트들이 즐비해서다. 여의도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여의도동에 있는 단지들이 일제히 재건축을 준비하고 있지만 적어도 10년 이상은 걸리지 않겠느냐”며 “다른 단지들이 초고층으로 올라가면 브라이튼 여의도의 매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얘기들을 하는데 최소 10년은 새 아파트 프리미엄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