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만드는데 단돈 2만원"…다이소에 미친자는 달랐다 [이슈+]
입력
수정
'다이소 쇠테리어' 화제다이소에서 구매한 3000원짜리 밝기 조절 조명 2개, 2000원의 스탠드 거울 2개, 타원형 트레이(2000원), 수저통(5000원), 접착용 실리콘 씰(2000원)으로 제작한 조명이다. 총 비용으로는 1만9000원이 들었다.
재료 구해 직접 만드는 DIY 특징
"새로움·경험 중시하는 2030에게 인기"
해당 제품의 제작기가 담긴 영상은 유튜브에서 94만회, 인스타그램에서 69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직접 만들 수 있는데 겉보기에 조악하지 않다", "유명 편집숍에 갖다 놔도 손색없다", "고급 조명에서 나올 법한 분위기를 2만원으로 연출했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환호했다. 올해 초 다이소 화장품이 인기를 끌더니 최근 온라인에선 다이소 스테인리스 접시와 수저통 등으로 인테리어 소품을 직접 만드는 것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은빛 금속 소재의 가구나 소품으로 공간을 꾸미는 '쇠테리어(쇠+인테리어)' 트렌드가 인기를 끌면서다.
여기서 특징은 '본래 전혀 다른 용도로 만들어진 다이소 제품'을 쓴다는 점이다. 기발한 발상을 추가해 예상 밖의 소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스테인리스 밥그릇을 뒤집어 조명의 '갓' 부분으로 만들거나, 주방용 컵걸이를 노트북 거치대로 쓰고, 철제 네트망을 엮어 이동식 선반 등 가구로 만드는 식이다. 대부분 1만~2만원 내외의 비용으로 재료를 구할 수 있어, 완제품을 구매할 때보다 훨씬 저렴하다.뛰어난 가격 접근성에 힘입어 '다이소 쇠테리어'가 화제를 모으자 이젠 단순히 인테리어에 그치지 않고 여러 파생형 콘텐츠까지 탄생했다. 대전제는 모두 'DIY(Do It Yourself)'라는 점이다. 전선캡, 밥그릇, 배수구 망, 독서대 고정쇠 등으로 만든 캠핑용 미니 오븐 제작기 영상 등 다이소 제품을 활용해 여러 캠핑용품을 만든 한 유튜버의 영상들도 적게는 수십만회에서 많게는 370만회의 조회수를 돌파한 모습이었다.
2년 차 인테리어 크리에이터 '소리홈(가명)' 씨도 최근 인스타그램, 유튜브에 다이소를 활용한 인테리어 소품 제작법을 올려 큰 인기를 끌었다. 4월경 소위 '다이소 DIY'에 눈을 떴다는 그는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평소 집 꾸미기에 관심이 많았으나 마음에 쏙 드는 제품을 바로 찾기 어려울 때가 있었다"면서 "내 취향에 맞는 저렴하게 만들어보고자 다이소에 가기 시작했다"며 영상 기획 계기를 전했다.
용도와 전혀 다른 상품들을 조합하는 아이디어 구상법에 관해선 "만들고픈 아이템의 용도와 모양을 대략적으로 생각해두고 매장을 돌면서 머릿속으로 형태를 그려본다"며 "주방용품, 욕실용품, 학용품 코너를 애용한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자신의 제품 발상 팁을 '괴짜 조합'이라고 표현하면서 "세상없던 제품이라는 점, 고물가 시대에 비교적 저렴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 제작법이 어렵지 않아 쉽게 따라 할 수 있다는 점이 영상의 인기 요인이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앞서 '쇠테리어' 트렌드는 LG 오브제와 같은 고급 가전제품, 스위스 가구 브랜드 USM의 장식장 등 철제 제품의 인기로 시작된 바. 고물가 시대에 소비자들이 값비싼 제품 대신 다이소를 이용해 인테리어 욕구를 충족하면서 유행이 이어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인테리어 등 장식의 영역은 실생활과 직결된 부분은 아니기 때문에 불경기일 경우 소비자들이 구매 우선순위를 뒤로 미루거나 예산을 줄이는 경향이 있다"며 "이에 비교적 저렴하게 비슷한 만족감을 누릴 수 있는 대체재를 쫓게 되는 것"으로 분석했다.그러면서 "보통 'DIY'라고 하면 제품을 조립하기만 하면 되는 키트(묶음) 형식의 제품이 일반적인데, 다이소 DIY는 본 용도가 다른 제품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참신함과 경험을 중시하는 2030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