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비대위, 與 '전당대회 룰' 바꿀까…'리더십'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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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비윤 치열한 '기 싸움' 시작
한동훈 등판 여부가 최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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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정치권에 따르면, 당내에서 친윤과 비윤은 '전대룰'에 대해 명확하게 다른 주장을 내놓고 있다. 비윤계는 전대룰에 민심을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친윤계는 '관리형' 비대위가 전대룰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수도권 초선인 김용태 비대위원(경기 포천·가평 당선인)은 이날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룰은 바뀌어야 한다"며"내가 5(여론조사) 대 5(당원투표) 개정을 말한 바 있는데, 3 대 7 정도라도 민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원외 조직위원장 160명은 전대룰에 대해 '여론조사 50%·당원투표 50%'로 바꾸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친윤 핵심 이철규 의원은 전대룰을 개정해선 안 된다고 막아섰다. 이 의원은 앞서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국가도 국민들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이 국정을 수행하는 것과 권한대행이 했을 때 다르듯, 당원들이 직접 선출한 지도부가 근본적인 틀을 바꾸는 게 낫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왜 이런 제도가 만들어졌는지 시간을 가지고 논의하면서 새로운 지도부가 고칠 게 있으면 고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친윤계는 현재의 '당원 100%' 룰을 만든 장본인이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원투표 70%, 국민여론조사 30%' 방식에서 '당원투표 100%'로 바꿨는데, 그 과정에서 친윤계의 목소리가 크게 반영됐었다. 이를 통해 김기현 전 대표가 배출됐고, 지도부는 영남권 의원 중심으로 꾸려졌다.
○한동훈 출마 가능성에…'고차 방정식' 된 전대룰 문제
만약 전대룰을 개정하지 않는다면 전당대회는 당초 예정한 대로 6월 말·7월 초에 열리게 되는데, 이러한 '조기 전당대회'는 한 전 위원장의 출마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친윤계가 전대룰 개정에 반대하는 것은 한 전 위원장을 향한 견제의 의미도 있다고 풀이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황우여 위원장은 우선 특정 인물을 염두에 두고 전당대회를 준비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당내에서 한 전 위원장을 향해 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다면, 한 전 위원장 등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한동훈 출마에 명분이 생기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본다"며 "현재 우리 당에 차기 정치 지도자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는 사람이 바로 한 전 위원장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돌아와 달라'는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계속되면 한 전 위원장도 '못 이기는 척' 복귀할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황 위원장이 '친윤과 비윤'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갈지 주목하고 있다. 황우여 비대위는 당분간 당내 의견을 수렴하며 여론 추이를 지켜볼 예정이다. 황 위원장은 이날 첫 공식 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이후 기자들과 만나, 현안에 대한 질문에 "다음에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