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軍 상관명예훼손, 공익 부합하는 행위면 무죄"

기사 댓글로 상관 명예훼손
1심 유죄→2심 무죄 뒤집혀
사진=연합뉴스
공익에 관한 사실을 거론한 것이라면 군형법상 상관명예훼손죄로 처벌하지 않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는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문군무경력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최근 확정했다.A씨는 2022년 3월 '안장 마친 영국군 유해, 감식단장이 다른 국적 가능성 묵살'이라는 제목의 기사에 상관을 비판하는 내용의 댓글을 달아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군 검사에 의해 기소됐다.

당시 A씨는 "제보자로 추정되는 인물은 주무처장으로서 현재 성희롱, 갑질, 인사 비리, 고발 사주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고 댓글에 적었다.

1심을 맡은 군사법원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하지만 2심에서 무죄로 판결이 뒤집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사건 댓글을 게시한 행위는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된다(없어진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형법 310조는 명예훼손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정하는데,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에 형법을 유추 적용해 무죄로 판단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유해 발굴 사업은 보훈 사업으로서 국가의 사업에 해당하므로 국민의 공적 관심 사안"이라며 "(피고인은) 신원 조작을 한 사실이 없음을 알리고자 하는 의도로 댓글을 게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대법원도 2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상고심 재판부는 "입법자가 의도하지 않았던 규율 공백이 있는 사안에 대해 법규범의 체계, 입법 의도 등에 비춰 정당하다고 평가되는 한도 내에서 유사한 사안에 관한 법규범을 적용할 수 있다"며 "형법 310조는 군형법상 상관명예훼손죄에 유추 적용된다"고 밝혔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