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發 전력 확보 전쟁에…천연가스 가격 고공행진

수요 폭증에 석달새 51% 올라
올 폭염 예고…상승세 이어질 듯
천연가스 가격이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전력 수요 확대로 급등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천연가스 선물은 전 거래일 대비 5.7% 올라 100만BTU(열량 단위)당 2.38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1월 29일 이후 최고 가격이고, 2월 최저가(1.58달러)보다는 50.63% 오른 수치다.

천연가스 가격은 작년 11월 이후 하락세를 나타내 지난 2월엔 2020년 9월 이후 2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사그라들고 세계적으로 예상보다 따뜻한 겨울이 찾아오면서 수요도 줄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반등하면서 줄곧 상승세를 그려왔다.

전 세계를 휩쓴 AI 열풍으로 데이터센터용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며 천연가스가 주요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투자은행(IB) 튜더피커링홀트앤드코는 지난달 낸 보고서에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현재 11기가와트(GW)에서 2030년까지 42GW로 증가할 것으로 관측했다. 그러면서 “2020년대 후반 천연가스 수요가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최대 가스 생산업체 EQT의 토비 라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파이낸셜타임스(FT)에 “AI 붐은 가스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라며 “AI 열풍에 의한 전력 수요는 엄청난 신흥시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여름에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냉방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천연가스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최대 천연가스 수출국 중 하나인 캐나다에서 산불이 발생해 공급 차질 우려가 제기된 것도 천연가스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0일 캐나다 서부에서 발생한 산불은 빠르게 확산해 1만㏊(헥타르)의 면적을 불태웠다. 여의도 면적(2.9㎢)의 34배에 달하는 규모다.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공급 과잉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과 수익이 상승하자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현재 연간 1억5000만t을 처리할 수 있는 신규 시설이 건설되고 있다고 전했다. 모건스탠리는 현재 4억여t 수준인 처리시설 규모를 감안할 때 상당한 공급 증가라며 “향후 몇 년간 가스 시장 공급과잉이 수십 년 만에 최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