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사과처럼 될라"…정부, 김값 급등에 가격관리 나섰다

김값 전년 대비 80.1% 상승
사재기 예방하고 재고 체크
'김 비축' 카드까지 만지작
정부가 고공행진하는 김 가격을 잡기 위해 유통업체들에 대한 현장 점검에 나섰다. 김 사재기를 예방하는 동시에 각 업체의 실제 김 보유량을 들여다보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김 수출이 늘면서 내수용 재고량이 줄자 가격이 오른 것으로 보고 올해부터 직접 김을 비축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선 재고량 부족보다 업체 간 물량 확보 경쟁이 과열된 것이 근본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5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와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은 지난 13일부터 김 유통업체에 대한 현장 점검에 나섰다. 이들 부처와 기관은 매주 한 차례씩 업체를 돌면서 김 사재기 여부를 조사하고, 재고량도 파악할 계획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김밥용 김’ 한 속(100장)당 도매가격은 1만89원으로, 전년 동월(5603원) 대비 80.1% 급등했다. 김 도매가격이 1만원을 넘어선 것은 2004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처음이다.

김 수출 물량이 급증하면서 내수용 물량이 줄어 가격이 급등했다는 것이 정부의 진단이다. KMI 수산물 수출정보 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김 수출 물량은 3544.6t으로 전년(3047.0t) 대비 16.3% 증가했다.하지만 ‘김플레이션’ 현상의 원인을 재고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수부가 발표한 ‘2022년 수산물 생산 및 유통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국민 1인당 연간 해조류 소비량은 2019년 28.1㎏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2년 25.7㎏으로 감소했다. 게다가 올 1~4월 김 수출량(3735만속)이 전년 동월 대비 2.5% 증가하는 동안 김 생산 철인 작년 10월부터 지난달까지 김 생산량은 1억4386만속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 늘어났다.

김의 국내 소비는 점차 줄고, 생산이 수출보다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가격이 작년보다 두 배 가까이 뛴 것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과거에도 올해보다 김 재고가 적었던 적이 있었지만, 이 정도로 가격이 높진 않았다”고 했다.

김 물량을 미리 확보하려는 업체 간 경쟁이 과열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금(金) 사과’ 논란이 확산하면서 유통업체들이 물량 확보에 민감해졌다”고 전했다. 김 수출단가가 상승하면서 국내 가격이 덩달아 높아졌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 ㎏당 수출단가는 2022년 21.3달러에서 지난해 22.4달러, 올 1분기 24.5달러로 꾸준히 오르고 있다.정부는 양식업종 가운데선 최초로 김을 비축 대상 품목에 추가할지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오는 7월 개발되는 2700㏊ 규모의 신규 김 양식장에서 생산되는 물량(약 580만속)을 비축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현재 운영 중인 비축 시설을 활용하면 비용 부담은 작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