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77조원 머스크 보상 패키지 통과에 총력

42% 차지하는 개인투자자 투표사이트 개설,투표 독려
46% 기관투자자들 설득위해 전략고문도 채용
테슬라(TSLA) 이사회가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560억달러(76조4,400억원)의 급여 패키지를 받도록 하기 위해 개인투자자 비율이 높은 테슬라 주주의 지지 확보에 나섰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테슬라는 머스크에 대한 보상 투표가 진행되는 6월 13일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투표 웹사이트를 구축하고 이사회에 전략 고문을 채용하는 등 머스크의 보상 승인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테슬라는 유통 주식의 약 42%를 개인 소매투자자가 차지하고 있다. 테슬라는 투표 웹사이트에서 투자자들이 온라인, QR코드, 전화, 우편으로 투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또 머스크에게 76조원의 급여를 주는 것이 테슬라의 성장에 중요하다고 말하는 로빈 덴홀름 이사회 의장이 강조하는 비디오를 투표 웹사이트에 게시했다.

델라웨어 법원은 올해 2월 테슬라 개인 주주가 제기한 머스크에 대한 2018년의 거액의 보상 계약 무효화 소송에서 이사회가 투자자들의 최선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머스크의 보상을 원점으로 돌렸다.

이번 투표는 이사회에 대한 자문형태이지만 머스크의 리더십에는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머스크는 보상 패키지 무효화 판정이 났을 때, 테슬라의 지분 25% 이상을 자신이 갖지 못하면 테슬라 외부에서 AI 등을 개발하겠다고 위협했다. 실제로 머스크에게는 우주회사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스페이스X와 뉴럴링크 등 집중할 수 있는 다른 여러 회사가 있다.

보상 계약이 승인되면 머스크는 현재 테슬라 지분이 약 두 배로 늘어난 21%에 도달할 수 있는 충분한 옵션을 갖게 된다. 그러나 이는 주주들의 투표에 달려 있다.

머스크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X에서는 수많은 테슬라 팬들이 머스크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있지만, 이번에는 지난 2018년 보상급여제안에 대해 받았던 73%의 높은 지지를 또다시 확보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과거 머스크를 지지했던 일부 대형 소매 투자자들이 이제는 거액의 보상에 반대를 표명하고 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억만장자 사업가로 오랜 머스크의 팬이었던 코구안은 최근 머스크의 테슬라 경영 방식을 비판하며 560억달러의 보상 지급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테슬라 주식의 0.8%를 보유한 그는 테슬라에서 머스크의 일이 다른 벤처투자에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이 되서는 안된다며 델라웨어 법원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델라웨어에서 텍사스로의 본사 이전 제안에도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언급했다.
사진=AP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판매가 둔화되는 가운데 테슬라의 재무 실적은 악화되고 있다. 주주들에게 거액 보상 계약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하기 전 테슬라는 핵심 임원을 포함, 전세계 직원수를 10% 이상 내보냈으며 최근에는 슈퍼차저팀 500명 전원을 해고하기도 했다.

이사회에 채용된 전략 고문은 테슬라 주식의 약 46%를 보유한 대규모 기관투자가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접촉중으로 알려졌다. 머스크 다음으로 테슬라의 가장 큰 투자자는 자산운용사인 뱅가드와 블랙록으로 이들 자산운용사는 수많은 액티브 펀드 및 패시브펀드의 지분을 보유중이다.

의결권 자문 회사인 ISS와 글래스 루이스는 면밀히 검토한 후 주총 안건에 대한 의견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의 의견은 상장지수펀드(ETF) 등이 보유한 주식의 의결권 행사에 큰 영향을 미친다.

6년 전 머스크가 거액 보상에 대한 높은 지지를 받았던 때는 보상 조건을 충족하면서 테슬라의 주가가 치솟던 시점이다. 머스크는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6,500억달러 이상으로 치솟은 후 2021년 2분기에 마지막 옵션을 얻었다.

현재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5,600억 달러 미만이다. 여기에 머스크는 X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약속을 여러차례 뒤집고 테슬라 주식을 대규모로 파는 한편, 논란이 되는 정치적 의견을 자주 게시하고 언론을 공격하며 마약 문제 등의 새로운 비판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머스크를 대신할 테슬라의 경영자는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머스크는 실리콘밸리의 작은 전기차 스타트업을 인수해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자동차 제조업체로 변모시킨 원동력임을 부인할 수 없다. 개인투자자들의 상당수가 그에게 77조원의 보상을 주자는 제안에 투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이다. 테슬라 주가는 이틀 연속 상승세를 보였으나 이 날 뉴욕증시에서 1.6% 하락한 17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