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작품으로 해석한 사물과 인간…'사물은 어떤 꿈을 꾸는가'展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시
사물(Object)을 인간의 도구가 아닌, 함께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존재로 해석한 미술 전시 '사물은 어떤 꿈을 꾸는가'가 17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다. 국내외 작가와 디자이너 15명(팀)이 사물을 물건이나 상품으로 보는 데서 벗어나 사물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 탐구하고 나아가 사물과 인간의 경계가 무너진 미래 사회를 상상하는 작품 60여점을 선보인다.

네덜란드 작가 듀오 드리프트는 특정 사물을 구성하는 소재의 종류와 양을 분석하고 이를 블록 형태로 표현하는 '물질'(material) 시리즈를 선보인다.

AK-47 소총을 자작나무, 철, 페인트, 크롬 등으로, 노키아 휴대전화는 알루미늄과 유리, 에폭시, 구리, 고무 등으로 해체해 재구성한 작업이다. 유병준과 임희영으로 구성된 우주+림희영은 여러 폐플라스틱에 각종 소리를 기록하고 이를 축음기 방식의 기계 장치를 통해 들려주는 설치 작업을 내놨다.

가습기 쓰레기에서는 진도아리랑이, 장난감 상자에서는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이 흘러나오는 식이다.

그래픽 디자이너 박고은의 '감각 축적'은 사물에 의해 자료화된 인간을 시각화한 작품이다. 센서가 관객을 감지해 0과 1로 표현하는 이 작품 속에서는 센서(사물)가 주체가 되고 관객(인간)이 객체가 된다.
호주 출신 디자이너 루시 맥레이의 설치와 영상 작업에선 사물과 인간의 경계가 무너진 미래 사회의 모습을 상상한다.

설치 작업 '고독한 생존보트'는 마지막으로 남은 인류가 탐험을 떠날 때 사용하는 보트를 보여주고, 영상 '퓨처킨'은 인간의 자궁이 아닌 실험실에서 유전적으로 설계된 아이들이 태어나는 미래를 묘사한다. 전시장 한쪽에는 공놀이할 수 있는 운동장 같은 공간이 마련됐다.

미술가이자 산업디자이너인 잭슨홍의 '러다이트 운동회'다.

1950∼1960년대 유행한 장난감 로봇의 형태를 본떠 만들어진 운동장은 첨단 기술을 상징하고 운동장을 돌아다니는 인간(관객)은 로봇의 몸속을 돌아다니는 일종의 바이러스 역할을 하게 된다.

전시에는 이밖에 이장섭과 신기운, 김도영, 포르마판타스마, 미카 로텐버그, 박소라, 수퍼플럭스 등이 참여했다. 전시는 9월18일까지. 유료 관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