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는 아이폰 좋아해” 자만… 전기차도 AI도 다 놓쳤다 [백수전의 '테슬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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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와 혁신의 경쟁자들“테크업계의 왕 애플이 흔들리고 있다.”
(1) 왕년의 롤모델 애플
아이폰 의존 매출 정체… “미래 성장 의구심”
시총 1위 MS에 내줘, 버핏도 지분 13% 처분
잡스 “시장조사로 전화 발명했나” 직관 중시
팀 쿡은 신중, 2017년 테슬라 인수 기회 놓쳐
머스크의 80조 제시 거절… 이후 주가 10배↑
애플카 개발에 年 1조 투입했지만 결국 포기
애플 위기론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닙니다. 2011년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의 사망 이후 끊임없이 제기된 주장이었습니다. 그때마다 애플은 아이폰에 이어 에어팟, 애플워치, 애플TV+ 등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세간의 논란을 잠재웠습니다. 오히려 철옹성 같은 애플 생태계를 구축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했습니다.전 세계 애플을 추종하는 팬들이 등장했습니다. 특히 트렌드에 민감한 10~20대 여성들이 세련된 이미지의 아이폰을 선호했습니다. 언론의 애플 혁신 부재론은 팬들의 조롱거리였습니다. ‘제일 쓸데없는 걱정이 연예인과 애플 걱정’이란 말이 돌았습니다.
그럼에도 최근 애플의 모습은 굳건했던 과거 이미지와 뭔가 다릅니다. 우선 매출의 정체로 주가가 신통치 않습니다. 올해 들어 수익률은 간신히 마이너스를 벗어나 보합 수준입니다(이달 초 발표한 사상 최대 규모의 자사주 매입 효과입니다). 같은 기간 나스닥지수가 13% 오른 걸 고려하면 부진한 성적입니다. 글로벌 시가총액 1위 자리도 2년 만에 마이크로소프트(MS)에 넘겨줬습니다. 애플 비중이 전체 포트폴리오의 40%에 달하는 워런 버핏은 지난 1분기 애플 지분을 13% 처분했습니다.
왕년의 롤 모델 애플
시장이 애플의 성장에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얘기입니다. 무엇보다 아이폰 외에 미래 전략이 불투명합니다. 지난 2월 블룸버그는 애플이 10년간 비밀리에 끌고 온 ‘애플카 프로젝트’를 결국 접기로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애플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직원 2000명 중 일부를 AI 부문으로 전환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랫동안 잠재적 경쟁자로 여겨졌던 애플의 전기차 사업 철수는 테슬라 팬들에게도 큰 관심사였습니다.‘세기의 혁신 아이콘’ 애플은 오랜 기간 테슬라의 롤모델이었습니다. 대다수 실리콘밸리의 창업자처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역시 잡스를 흠모했습니다. 두 남자는 비슷한 구석이 있었습니다. 생전에 잡스와 머스크를 모두 인터뷰하고 전기를 쓴 월터 아이작슨은 다음과 같이 평했습니다.
“잡스와 머스크는 직원들을 미치게 하지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내게 만드는 ‘현실 왜곡장’을 갖췄다. 동료와 경쟁자 모두에게 각을 세우는, 똑똑하지만 까다로운 보스다.”테슬라가 전기차로 큰 성공을 거두자 주가는 무섭게 치솟았습니다. 2021년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하며 미국 기업 시총 5위까지 오릅니다. 2003년 소박하게 시작한 전기차 스타트업은 어느새 애플을 위협할 존재로 커졌습니다.
사람들은 테슬라가 그냥 자동차가 아닌 ‘바퀴 달린 아이폰’이라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전기차를 최대한 많이 보급해 모빌리티 서비스로 돈을 버는 게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겁니다. 월가의 테슬라 강세론자들은 이 회사가 미래차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장악하는 플랫폼 기업이 될 것으로 점쳤습니다.과거 아이폰으로 피처폰과 노키아를 무너뜨리고 모바일 혁명을 이끈 애플로선 섬뜩한 이야기겠지요. 오랫동안 테슬라의 행보를 눈여겨본 애플은 2014년 자사의 명운을 건 비밀 프로젝트를 추진합니다. 바로 완전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을 목표로 한 ‘타이탄 프로젝트’였습니다.
잡스 “우주에 흠집 낼 제품 만들어야”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은 1976년 차고에서 세계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를 만들었습니다. 애플컴퓨터의 시작이었습니다. 맥북, 아이폰, 아이패드, 에어팟, 애플워치 등 수많은 신개념 기기들이 대중을 사로잡았습니다. 애플은 혁신기업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습니다.생전에 잡스는 말했습니다. “우주에 흠집을 내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의 유산은 점진적 개선이 아니었습니다. 잡스 사후 애플 구성원들은 세상에 없는 무언가를 내놓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렸습니다.잡스에 이어 애플 CEO가 된 팀 쿡은 2014년 한 방송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나는 매일같이 스티브를 생각합니다. 그는 애플 DNA에 깊이 남아있습니다. 회사에서 아무도 모르게 작업하는 제품들이 있습니다. 일부는 창고로 직행하겠지만 나머지는 위대한 제품이 될 겁니다.” 당시 쿡이 말한 비밀 프로젝트 중 하나가 바로 타이탄 프로젝트로 알려진 애플카였습니다. 최초의 애플카 아이디어도 생전에 잡스가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팀 쿡, 테슬라 인수 고려했지만…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인 쿡은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레이엄 벨이 시장조사 같은 걸 하고 전화를 발명했나?”라며 직관을 중시하던 잡스와는 결이 달랐습니다(사업이 떠오르면 곧바로 실행에 옮기는 머스크와 닮은 점입니다). 쿡은 자동차 사업 진출을 타진하기 위해 여러 옵션을 고민했습니다. 애플이 뒤늦게 뛰어들어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지가 문제였습니다.이 때문에 애플은 한때 테슬라 인수를 고려했습니다. 당시 테슬라의 시장가치는 300억달러(약 41조원) 미만으로 현재의 5%에 불과했습니다. 오랫동안 재정 위기에 시달린 데다 성공 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전기차 기업이었지요. 당시 2400억달러(약 322조원)가 넘는 현금을 보유한 애플에 큰 베팅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머스크는 테슬라를 넘기는 조건으로 본인이 애플 CEO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협상은 허무하게 끝납니다.이후 2017년 테슬라는 모델3 ‘생산 지옥’에 빠지며 최악의 자금난을 겪었습니다. 다급해진 머스크는 쿡에게 ‘공손하게’ 테슬라 인수를 타진했습니다. 머스크는 인수금액으로 600억달러(약 82조원)를 제시했지만 쿡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애플이 이미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를 가동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오히려 테슬라에서 모델3 개발을 총괄한 수석 엔지니어 더그 필드를 영입합니다. 지지부진하던 애플카에 본격 시동이 걸린 순간이었습니다.
→ 2편 ‘애플, 충격의 AI 굴욕’서 계속▶‘테슬람이 간다’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끄는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X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