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신규 투자로 재무 부담…사업 재편 모니터링 필요"

한신평 그룹분석 세미나…"2020∼2023년 현금 부족액 50조원"
SK그룹이 2020∼2023년 17조원 규모의 자본성 자금을 조달했으며 이 중 8조원은 채무적 성격이 있는 자금조달이라는 신용평가사 분석이 나왔다. 한국신용평가는 16일 '2024 그룹분석 웹세미나'를 열고 SK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신평에 따르면 2020∼2023년 SK디스커버리 계열을 제외한 SK그룹의 현금 부족액은 50조원을 상회하며, 외부차입에 따른 재무부담 증가분 36조원 이외에도 주요 계열사 중심으로 17조원 이상의 자본성 자금을 조달한 걸로 추산됐다.

기업공개(IPO)와 공모 유상증자 금액 3조1천억원, 비상장법인 유상증자 금액 6조원, 상환전환우선주와 전환우선주 발행을 통해 각각 4조6천억원, 3조4천억원을 조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장수명 수석연구원은 "SK그룹의 자본성 자금조달 가운데 일정 부분이 채무적 성격 또는 재무적 변동성이 내재한 걸로 판단하고 있으며 그 규모는 2023년 말 기준 약 11조원"이라고 설명했다.

2020∼2023년 상환전환우선주·전환우선주 발행을 통해 조달한 8조원 이외에도 과거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계약이 연장되고 있는 총수익스와프(TRS) 계약 3조원 등을 더한 수치다.
장 연구원은 "신종자본증권과 상환전환우선주 등 하이브리드 증권은 배당금 지급, 스텝업, 콜옵션 약정 등 차입금 특성을 내포하고 있고 TRS 계약도 실질적인 상환 부담이 존재한다"며 "또한 SK온과 SK에코플랜트가 발행한 전환우선주에는 IPO와 연계한 약정이 체결돼있어 재무적 불확실성도 상당한 수준으로 파악된다"고 부연했다. 이어 "SK온은 2026년 말까지 적격상장완료 조건이 존재하며 SK온의 기업가치가 적정 수준에 이르지 못할 경우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이 IPO를 연기하고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경우 SK이노베이션에 대규모 자금 소요가 불가피하며 만약 콜옵션을 포기하고 투자자들의 동반매도청구권이 행사되면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SK온의 가치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며 "따라서 SK온의 성공적 IPO 완료는 재무적 불확실성 해소뿐 아니라 배터리 사업의 재무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중요하며 궁극적으로는 그룹 전체 재무부담 수준을 좌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신평은 계열사의 대규모 신규투자가 SK그룹의 전략 차원에서 진행된 만큼 신규 사업 투자성과와 그룹의 재무적 지원이 충분히 실현될 수 있는지가 신용도 결정에 핵심 요인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장 연구원은 "SK온은 올해 하반기 손익분기점(BEP)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분기 손실 규모가 축소되지 않거나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중단 등으로 사업 여건이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하반기에도 가시적인 수익성 개선세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SK온의 신용도 강화 여력은 크게 약화할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또 다른 핵심 계열사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황 회복에 따른 실적 개선으로 신용도 하방 압력이 완화했다고 봤다.

한편 배터리와 전자 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LG그룹 계열사에 대해서도 수익성 저하 가능성이 제기됐다.

박소영 수석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해 "우수한 사업경쟁력과 북미 생산·판매량 증가에 따른 AMPC 수혜 금액 확대 등을 고려하면 영업이익 규모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수요 성장 둔화로 인한 공급과잉 심화 등 위험 요인도 점증하고 있어 AMPC를 제외한 실질 수익성은 2021∼2023년 대비 저하된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LG화학은 대규모 투자 규모 조절을 통한 재무부담 통제 수준이 중단기 신용도 관련 중요한 모니터링 요소"라고 분석했으며 LG디스플레이에 대해선 "내부 창출 현금을 통해 자금 소요에 대응하고 재무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이익창출력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