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화재 순이익 1.3조원 '실적 홈런'
입력
수정
지면A23
1분기 '삼성 보험형제' 호실적삼성금융네트웍스 ‘보험 형제’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이 올해 들어 금융지주 1위를 탈환한 신한금융지주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 금융 계열사 전체가 지난해 금융지주 1위인 KB금융지주를 제친 뒤 보험사 실적만으로 이뤄낸 성과다. 보험사가 국내 금융그룹 실적의 희비를 가르는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지주 1위 신한금융 넘어
은행 없이 보험사만으로 성과
보험계약마진 4분기 연속 늘어
타 금융사도 보험계열사가 견인
▶본지 2월 24일자 A1, 3면 참조
○생명·화재 모두 실적 개선
삼성생명은 16일 기업설명회(IR)를 열고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3% 줄어든 6221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표면적으로는 순이익이 줄었지만 지난해 1분기 벌어들인 일회성 이익(1370억원)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지난해 퇴직연금 해지에 따른 페널티 이익 등 일회성 요인이 있었다”며 “이를 감안하면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1% 증가했다”고 말했다.보험사 실적의 핵심 지표인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은 1.4% 증가한 8576억원이었다. 네 분기 연속 증가세다. CSM 실적에 유리한 건강보험의 비중은 53.5%로 전년 동기(31.9%) 대비 21.6%포인트 확대됐다. 이 역시 세 분기 연속 늘었다. 삼성생명의 별도 순이익은 6513억원으로 집계됐다.앞서 삼성화재는 연결 기준 7020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6% 급증한 수치다. 장기보험, 자동차보험 등의 상품과 채널 경쟁력을 강화한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화재의 별도 순이익은 6839억원으로 나타났다.
○벌어지는 실적 차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올해 1분기 벌어들인 전체 순이익(별도 기준)은 총 1조3352억원으로 집계됐다. 신한금융(1조3215억원), KB금융(1조491억원), 하나금융(1조340억원) 등 국내 금융지주의 실적을 모두 앞섰다. 금융지주 1위 신한금융과의 차이는 137억원이다.지난해 삼성생명·화재·증권·카드 등 삼성 금융네트웍스 전체 실적은 금융지주 1위였던 KB금융을 넘어섰다. 당시에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카드(지분율 71.9%)와 삼성증권(지분율 29.4%)의 연결 실적이 중복 반영된 영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별도 기준일 뿐 아니라 삼성 계열 보험사 두 곳의 실적만으로 금융지주를 제쳤다. 삼성증권(2359억원), 삼성카드(1774억원)의 실적을 더하면 삼성 금융 계열사의 전체 순익은 1조7485억원이다. 신한금융과의 차이는 4270억원으로 벌어진다.
일각에서는 국내 보험업계의 역대급 실적을 두고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에 따른 착시 효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IFRS17 아래 보험사 이익 지표인 CSM은 장기 보장성 보험의 미래 이익을 현재 이익으로 인식한다. 이렇다 보니 보험사의 미래 이익에 대한 자의적인 가정이 회계에 반영될 수 있어 실적을 부풀릴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현재 국내 금융 시장에서 보험사가 실적을 주도하는 만큼 상위 금융그룹 사이에서 보험 계열사의 경쟁력 확보가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 1·2위인 신한금융과 KB금융은 신한라이프와 KB손해보험의 호실적 덕을 봤다”며 “보험 계열사가 없거나 약한 금융그룹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미현/서형교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