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조직은 리더의 크기를 넘을 수 없다

이형우 마이다스그룹 회장
우리는 호모사피엔스다. 약 600만 년 전 나무에서 내려와 초원에 적응하는 진화 과정을 거쳐 유일하게 살아남은 호미닌 종이다. 무수한 절멸의 위기를 넘기고 현생 인류로 살아남은 것은 친사회적 능력과 집단 시너지 덕분이다. 집단 시너지의 핵심은 리더십이다. 리더십은 조직을 단순한 개체의 집합이 아니라 조화와 통합의 유기체로 결속시킨다.

리더가 집단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늑대 무리에는 ‘알파’라는 우두머리가 있다. 알파는 존속에 관한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사냥 성과를 공정하게 배분하며 무리를 이끈다. 냉엄한 자연 생태계에서 무리의 생존과 번성을 가르는 것은 알파의 리더십 역량이다. 조직을 이끄는 리더 역시 구성원들의 안위와 성장을 책임지며 바람직한 미래를 열어간다.리더십의 핵심은 조직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힘이다. 모든 힘은 가속도 법칙(F=ma)을 따른다. F는 힘이고, m과 a는 각각 질량과 가속도를 나타낸다. F가 변화를 만드는 조직력이라면 m은 구성원이고 a는 리더다. 리더에 대한 구성원의 신뢰는 결속을 통해 단단한 m을 형성한다. 여기에 리더의 열정과 전략이 변화의 가속도 a를 만들어낸다. 즉 ‘F(조직력)=m(구성원의 리더에 대한 신뢰)×a(리더의 열정과 전략)’다.

리더에 대한 구성원의 신뢰가 단단할수록, 리더의 열정과 전략이 클수록 조직 시너지가 확대된다. 조직 시너지가 커지면 집중하고, 정렬하고, 도전하고, 추적하는 성과 중심적 몰입이 일어난다. 결국 조직을 이끄는 힘의 모든 변수는 리더로부터 비롯된다. 그래서 조직의 크기는 리더의 크기를 넘어설 수 없다.

바람직한 리더의 역할은 무엇일까? 신뢰, 열정, 전략, 실행으로 성과를 만드는 뇌의 메커니즘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뇌는 가치를 인식했을 때 신뢰를 바탕으로 기대만큼의 열정을 발현하고, 이 열정은 전략적 사고력을 가동하며, 최종적으로 실행 추적을 통해 성과를 만들어낸다. 리더는 구성원의 성과 메커니즘이 최대한 가동되도록 도움으로써 조직 성과를 극대화하고 집단 시너지를 창출한다. 따라서 리더는 신뢰를 구축하는 후원자, 열정을 촉진하는 지원자, 전략을 조언하는 조력자 그리고 모범을 보이는 안내자 역할을 해야 한다.

리더는 다른 사람보다 더 나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능력의 크기는 책임의 크기다. 삶은 원래 힘든 것이다. 힘듦과 불행은 다르다. 힘듦은 성장과 발전의 에너지다. 비바람을 이겨낸 꽃이 더 아름답고, 뜨거운 태양을 견뎌낸 열매가 더 달콤하다. 기분 좋은 뻐근함, 그것이 바람직한 리더의 삶이다. 자신을 태워 조직과 세상을 비추는 삶을 사는 사람, 그가 바로 리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