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 투척' 인천, 홈 5경기 응원석 폐쇄에 제재금 2천만원(종합2보)

'상대 자극 세리머니' 서울 백종범은 제재금 700만원
서울 "향후 인천전은 서울월드컵경기장서 개최해야"
홈 관중의 그라운드 집단 물병 투척 사태와 관련해 프로축구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가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홈 5경기 응원석 폐쇄의 징계를 받았다. 프로축구연맹은 16일 오후 제8차 상벌위원회를 열어 인천 구단에 홈 5경기에서 응원석을 폐쇄한 채 개최할 것을 명령하고 제재금 2천만원도 부과했다.

지난 11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12라운드 경기에서 인천이 FC서울에 1-2로 패한 직후 인천 홈 팬들이 그라운드의 서울 선수들을 향해 집단으로 수십 개의 물병을 던졌고, 이 과정에서 서울 기성용이 날아온 물병에 급소를 맞는 등의 사고가 일어난 데 따른 징계다.

연맹은 "경기 규정 제20조 제6항에 따라 홈 팀은 경기 중 또는 경기 전후 홈 경기장 안전과 질서 유지에 대한 책임을 질 의무가 있다"며 "소수의 인원이 물병을 투척한 과거 사례와 달리 수십 명이 가담해 선수들을 향해 집단으로 물병을 투척했기 때문에 사안이 심각한 것으로 봤다"고 징계 배경을 설명했다. 연맹 상벌위가 홈 5경기 응원석 폐쇄 징계를 결정하면서 인천은 이달 25일 광주FC전, 29일 울산 HD전, 6월 23일 포항 스틸러스전, 6월 30일 강원FC전, 7월 5일 김천 상무전까지 홈 응원석을 비운 채 경기를 진행한다.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전체 1만8천159석 중 약 5천석에 해당하는 홈 응원석(S구역)이 해당 기간 전면 폐쇄된다.
아울러 연맹은 서울 골키퍼 백종범에게도 '관중에 대한 비신사적인 행위'를 이유로 제재금 700만원을 부과했다. 백종범은 경기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린 직후 인천 서포터스를 향해 양팔을 들고 주먹을 불끈 쥐며 승리의 포효를 했고, 이에 자극받은 인천 팬들의 '물병 투척' 사태로 이어졌다.

이날 약 2시간 40분 동안 진행된 상벌위에는 인천의 전달수 대표이사와 이진택 마케팅부장, 서울의 유성한 단장이 참석해 각 구단의 입장을 소명했다.

백종범은 구단 훈련을 이유로 상벌위에 불참했다. 조남돈 연맹 상벌위원장은 "(물병 투척 사태를 촉발한) 백종범도 징계 대상인데, 팀 훈련 때문에 상벌위에 불출석한다는 건 연맹 디그니티(존엄)를 철저히 무시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지적했다.

서울 구단 관계자는 "일부러 불출석한 것이 절대 아니다"라며 "통상적으로 상벌위 출석 일시에 대해 조율 과정이 있는데, 이번엔 출석 통보가 일방적으로 왔다"고 해명했다.

이근호 상벌위원은 "이번 사안은 팬들이 집단으로 물병을 던졌고, 이로 인해 선수가 보호받지 못하고 피해를 봤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벌위는 경기 감독관 보고서와 감독관 회의 결과를 검토하고 각 구단의 경위서와 상벌위 현장에서의 소명 등을 거쳐 징계 수준을 결정했다.

전달수 인천 대표이사는 취재진에 "상벌위에서 나를 부르지는 않았지만, 책임자로서 직접 사과의 말씀을 올리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다"며 "상벌위에 출석해 'K리그 모든 구성원, 서울 선수단, 서울 팬들에게 죄송하다.

자성의 길을 찾고 좋은 응원문화를 만들어 보답하겠다'고 다시 한번 사과했다"고 전했다.

서울은 상벌위에 제출한 유성한 서울 단장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향후 인천과의 경기를 자기 홈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은 "이번 사건은 선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관중 소요 사태로 간주돼야 한다"며 "인천 서포터스는 지난 수년간 서울 선수단을 향해 욕설과 비난 등 위협행위를 저질러 왔고, 기성용·김진야를 비롯한 서울 선수들은 인천 원정 경기와 관련해 장기간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어 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은 응원석과 골대 사이가 가깝고, 선수단 버스에 일반 팬이 쉽게 접근할 수 있어서 구조적으로 충돌 위험성이 있다"며 "인천 서포터스의 돌발적인 폭력 행위 재발을 막기 위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급소에 물병을 맞은 기성용이 신체적 부상뿐만 아니라 정신적 충격을 받았으며, 이와 관련한 민·형사상 대응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은 백종범을 물병 투척 사건의 피해자로 규정하며 "경기 중 인천 서포터스가 지속해서 백종범을 위협했다.

백종범에 대한 존중과 보호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백종범의 행위에 대해서는 "비신사적인 행위를 의도한 게 아니다.

단순한 승리 세리머니로 간주된다"며 "경위서를 제출하기도 전에 이미 선수의 규정 위반을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도 유사한 세리머니가 있었는데, 일관성과 형평성을 고려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병 투척 사태의 중심에 선 백종범은 지난 11일 경기 직후 인천 팬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백종범은 상대 서포터스를 자극한 자기 행동에 대해 "후반전 시작부터 (인천 서포터스가) 내게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욕을 하고, 계속 부모님 욕을 하기도 했다"고 해명한 뒤 "흥분했기에 그런 동작이 나온 것 같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날 상벌위에 앞서 지난 13일 인천 구단은 자체적으로 홈 2경기에서 응원석을 전면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물병 투척자 자진신고도 받은 인천은 이날까지 나흘간 97명가량이 물병을 던진 사실을 스스로 신고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