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 내고도 급락한 HMM…최대주주 불확실성이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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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은 '홍해 사태'로 호황이지만HMM이 나쁘지 않은 실적을 내놓고도 급락했다. 실적 자체가 컨센서스를 밑돈 데다,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해운업계에서 또 다시 치킨게임이 벌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당장은 호황이지만, 불황에 대한 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주인이 정해지지 않아서다.
수습 이후엔 '치킨게임' 가능성
영구채 주식 전환 탓에 민간 매각은 갈수록 어려워져
주인 정해지지 않은 탓에…투자도, 주주환원도 '미온적'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6일 HMM은 8.27% 하락한 1만6520원에 마감됐다. 이달 들어 지난 13일까지 17.1% 상승한 뒤, 2거래일동안 10.99% 빠졌다. 특히 직전 거래일인 지난 14일 장마감 이후에는 전년 동기 대비 대폭 성장한 실적을 내놨지만, 오히려 차익실현만 자극했다.HMM은 지난 1분기 407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32.6% 증가했으며, 작년 연간 영업이익(5848억원)의 69.6% 수준이다.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4805억원)에는 다소 못 미쳤다. 중동 지역에서의 군사적 긴장감 고조로 주요 해상 통로인 홍해가 사실상 막혀 운임이 치솟은 수혜를 온전히 누리지 못한 탓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홍해 사태 장기화를 예상하지 못해 작년에 연간 계약 운임 조정을 크게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올해 연간 운임계약은 작년 대비 높은 수준에서 체결돼 2분기 영업이익은 1분기 대비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2분기부터 홍해 사태에 따른 수익성 향상이 본격화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HMM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로 제시하는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한 곳도 없다. 홍해 사태가 마무리된 이후에는 다시 글로벌 해운업계에 치킨게임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홍해 사태의 반사이익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내년엔 (홍해를 통해 진입해야 하는) 수에즈운하가 정상화되면서 영업이익이 작년보다도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프앤가이드에 집계된 HMM의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967억원이다.수에즈운하가 정상화된 뒤에는 운임이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기간에 예상하지 못한 호황으로 많은 현금을 쌓은 글로벌 선사들은 경쟁적으로 선박을 발주했고, 작년부터 신조선박들이 잇따라 운항에 나서고 있다. 당장은 홍해 사태가 선복 공급 증가 효과를 상쇄하고 있다. 하지만 중동 전쟁이 끝나고 수에즈운하가 정상화되면 공급 증가가 한꺼번에 운임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2016년 한진해운의 파산으로까지 이어진 ‘치킨게임’이 다시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글로벌 해운업계에서는 다시 합종연횡이 벌어지고 있다. 1·2위 선사인 스위스 MSC와 덴마크의 머스크로 구성된 해운동맹인 2M은 내년부터 헤어지기로 했다. MSC는 10위 선사인 이스라엘 짐라인과, 머스크는 독일 하팍로이드와 각각 손잡기로 했다. 문제는 하팍로이드다. 현재 HMM이 소속된 해운동맹인 디얼라이언스에서 규모가 가장 큰 선사로, 하팍로이드가 빠지게 되면 디얼라이언스의 선복량은 대폭 쪼그라들게 된다.
새로운 파트너를 구해야 할 상황이지만, HMM은 쉽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하림그룹으로의 편입이 무산된 뒤, 새로운 대주주 후보가 등장하지 않고 있어서다. 하림그룹의 HMM 인수를 무산시킨 배경인 ‘영구채’ 때문이다. 주식으로 전환하는 기능이 붙어 있어 부채로 잡히지 않아 해운업 위기 당시 HMM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대규모로 발행됐다.하지만 중도상환 주기가 잇따라 돌아오면서 산은과 해진공의 지분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현재 남아 있는 영구채가 모두 주식으로 전환되면 HMM에 대한 산업은행과 해진공의 지분율은 71.7%에 달하게 된다. HMM을 인수하려는 주체 입장에서는 모든 지분을 인수하기엔 재무부담이 크고, 산은·해진공과 공동 경영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주인을 찾지 못하는 상황은 주주가치 측면에서도 좋지 않다. 팬데믹 시기에 워낙 많은 현금을 벌어들였기에, 현재 HMM이 보유한 현금은 시가총액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를 활용한 투자에도, 주주환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최고운 연구원은 “최대주주 관련 불확실성이 미래 투자 계획과 주주환원 확대 가능성 등 적절한 가치 평가를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