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우 기자의 키워드 시사경제] '불닭볶음면' 삼양식품 몸값, 농심 제쳤다

시가총액
‘불닭볶음면’으로 매운맛 열풍을 일으킨 삼양식품이 시가총액에서 라면업계 ‘부동의 1위 기업’ 농심을 제쳤다. 삼양식품 주가는 지난 10일 전날보다 5% 오른 32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종가를 기준으로 한 시총은 2조4520억원을 기록했다. 농심은 1.26% 상승한 40만2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시총은 2조4483억원으로 삼양식품보다 37억원 뒤처졌다.

라면주 매출 1등은 농심…시총은 ‘막상막하’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의 몸값은 시총으로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시총은 전체 주식의 가치를 시장가격으로 평가한 금액을 뜻한다. 주가에 발행 주식 수를 곱하면 구할 수 있다. 주가는 매일 변하기 때문에 시총도 매일 바뀐다. 예를 들어 지난 10일 삼성전자 종가는 7만9200원, 주식 수는 59억6978만2550주였다. 이날 삼성전자 시총은 두 값을 곱한 472조8067억7796만원이 된다.
불닭볶음면의 세계적 인기에 힘입어 삼양식품은 전체 매출 중 수출 비중이 70%에 육박하고 있다. 한경DB
한국거래소가 개별 종목 시총을 집계하기 시작한 1995년 이후 농심은 라면 제조기업 중 시총 1위를 지켜왔다. 1년 전만 해도 농심 시총은 삼양식품의 세 배였다. 하지만 이후 농심 주가는 제자리걸음한 반면 삼양식품은 180% 가까이 뛰었다.

물론 매출로 봐서는 농심이 여전히 삼양식품을 압도한다. 지난해 농심 매출은 3조4106억원, 삼양식품은 1조1929억원으로 세 배 격차가 난다. 다만 시총은 기업이 자본시장에서 얼마나 대접받고 있는지를 나타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농심 내부에서는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시총은 특정 종목만이 아니라 전체 주식시장의 값어치를 따질 때도 활용된다.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모든 종목의 시총을 더하면 그날그날 유가증권시장 시총을 구할 수 있다. 국가별 시총을 보면 각국의 자본시장 규모를 비교할 수 있다. 시총은 주가지수를 만드는 데도 사용된다. 우리나라의 코스피지수, 미국의 S&P500지수, 영국의 FTSE100 등은 시총을 기반으로 산출하는 대표적 주가지수다.

시총이 1조원을 넘어선 이른바 ‘1조 클럽’ 기업 수는 국내 기업들의 활력을 엿볼 수 있는 잣대로 활용되기도 한다. 미국에서도 시총 10억 달러 이상 기업은 ‘빌리언 달러 클럽’으로 분류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시총은 3조 달러(약 4100조원)를 넘어섰고, 애플·알파벳·엔비디아는 2조 달러(약 2700조원)를 웃돌고 있다.

수출, 라면업계 새 성장동력으로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1953년에 국내 최초로 라면을 출시한 회사인 삼양식품의 부활은 불닭볶음면이 이끌고 있다. 국내외 소셜미디어에서 불닭볶음면의 매운맛을 즐기는 ‘불닭 챌린지’가 유행하면서 해외에서 더 인기가 높은 제품이 됐다. 불닭볶음면 수출이 본격화한 2016년 이후 삼양식품은 거의 해마다 사상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2016년 3593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1조1929억원을 찍어 1조원을 처음 돌파했다. 이 회사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68%였고, 올해는 70% 이상이 될 것으로 증권사들은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