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명심' 누르자 "탈당" 행렬…정청래 "더 똘똘 뭉치자"

'격분' 강성 당원들, 항의 지속
정청래, '당원 달래기' 나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우원식 국회의장 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나 손을 맞잡고 있다. / 사진=뉴스1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명심'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여겨지던 추미애 당선인을 누르고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되자, 강성 당원들이 반발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다 된 밥에 재를 뿌린다"며 탈당 신청서를 인증하기도 했다. 강성 친명인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상처받은 여러분에게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강성 당원들은 투표 명단 공개를 요구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경선 결과 발표 이후 당원 게시판과 이 대표 팬카페 등을 통해 항의 글을 지속해서 올리고 있다. 이 대표 온라인 팬카페인 '재명이네마을' 등에서는 우 의원이 활동하는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을 겨냥한 글도 다수 올라왔다. 이들은 민평련과 친문(친문재인), 586(5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 등을 문제라고 지적하며 "색출해야 한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또 "정의당 꼴 나기 전에 정신 차려라", "배신감이 폭발한다",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다", "당선증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배신을 한다", "당신을 배반한 당신이 바로 수박(비이재명계를 비하하는 말)이다", "항의의 의미로 당비를 낮추자"는 등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일부 당원은 아예 "탈당하고 조국혁신당에 입당하겠다"며 탈당 신청서를 인증하기도 했다. 실제로 탈당 행렬이 시작되자 중앙당은 각 시도당에 "국회의장 경선 결과 관련 당원들의 탈당 신청이 급증하고 있다"며 "1∼2일 상황 경과를 지켜보려 하니 탈당 승인을 잠시 대기해 달라"고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분위기에 정 최고위원은 강성 당원들을 향해 공개적으로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국회의장 선거 결과로 많은 당원, 지지자들이 실망하고 분노했다"며 "헤어질 결심, 탈당하지 말고 정권 교체의 길에 함께 해달라"고 당부했다.

정 최고위원은 "당원과 지지자들은 개인의 호불호가 아니라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에 대한 분노와 시대 정신에 대한 의사 표현이라 생각한다. 신임 의장 후보자가 잘 해주길 부탁한다"면서도 "민주당은 앞으로 부족한 건 더 채우고 다듬겠다"고 말했다. 우 의원의 의장 후보자 당선이 '당심과는 달랐다'는 점을 짚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더 다듬어 당원이 주인이 되는 완성체 정당을 위해 심기일전 노력하겠다. 21대 국회에 대한 실망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일신우일신 하겠다"며 "민주당 지도부는 더 노력하겠다.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더 똘똘 뭉쳐 정권 교체의 길을 더 넓히고 더 단단히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정 최고위원은 전날 국회의장 경선 직후에도 "당원이 주인이 정당, 아직도 갈 길이 멀다"며 "상처받은 당원과 지지자들께 미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