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인사들, 시장 안도 속 '고금리 장기화' 신중론 유지

"인플레 완화에 더 많은 증거 필요…2% 도달 더 오래 걸릴 가능성"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세 둔화로 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되살아난 가운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고위 인사들이 '현 고금리 장기화'(High for Longer)라는 신중론을 고수하는 발언을 내놨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연준 인사 다수는 이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완화되고 있다는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면서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인 2%로 돌아가려면 더 오래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의 로레타 메스터 총재는 한 행사에서 "새로 나온 경제정보는 그러한 확신을 얻는 데 오래 걸릴 것임을 시사한다"면서 "인플레이션 경로에 대해 명확성을 얻도록 제약적 입장을 오래 유지하는 게 사려 깊다"고 밝혔다. 그는 공급망 개선에 따른 인플레이션 하방 압력이 덜한 만큼 지난해보다 인플레이션 진정 속도가 느려질 것으로 예상했고, 올해 인플레이션 진전에 대해 여전히 "실망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기본 시나리오는 아니라면서도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이 올라갔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거론하며 장기 기대인플레이션도 상승을 시작할 경우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놔야 할 것으로 봤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현재로서는 통화정책에 대한 입장을 바꿀 이유가 없다면서 "매우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2% 목표로 진전되는 데 대한 더 큰 확신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 CNBC방송 인터뷰에서 공급망 개선으로 상품 인플레이션은 상당 부분 진정됐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이 2%에 도달하려면 수요가 더 진정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2%로 계속 하락하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면서, 서비스 부문 인플레이션을 근거로 현 금리 수준을 더 길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 3명은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투표권이 있으며, 메스터 총재는 다음 달 말 퇴임 예정이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이날 주거비 인플레이션 둔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5·6월 지표 흐름이 달라지지 않는지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느리게 완화하고 경제도 탄탄하게 유지될 경우를 가정해 "연말로 갈수록 금리를 인하하는 게 적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이날 CPI 상승률 둔화를 환영하면서도 여전히 추가 둔화 여지가 있다고 봤고,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총재는 기준금리를 '좀 더 오래(for a while longer)' 동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시장 기대를 진정시키는 이러한 발언은 전날 4월 CPI 상승률과 소매판매 지표가 둔화된 것으로 발표된 가운데 나왔다.

1∼3월 CPI 상승률이 모두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던 것과 달리, 4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해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으며, 3월(3.5%)보다 0.1%포인트 내려왔다.

근원 CPI(변동성이 큰 식음료·에너지 제외)는 전월 대비 0.3% 올라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상승률이 내려갔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3.6% 상승해 3년 만에 가장 낮았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여전히 연착륙을 향해 가고 있다면서도 경기 둔화에 따라 올 여름 '깜짝'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