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당선에 당내 '샤이 비명' 대두…이재명 연임 문제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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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명심 누르고 국회의장 후보 선출"기호 4번 우원식 후보가 재적의원 반수 이상을 득표하였기에 더불어민주당 제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에 당선됐음을 선포합니다."
강성 당원들 "수박 색출하자" 격분했지만
당내선 "우원식에도 명심 있어" "더 잘됐다" 평가
與 "민주당이 더 먼저 변해 무섭다" 반응도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이 선출되는 순간, 장내에는 묘한 적막이 흘렀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의 승리를 예상하던 상황에서 '반전' 결과가 나오자, 장내에 있던 이들은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우원식 의원과 경쟁한 추미애 당선인은 물론,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도 다소 굳은 얼굴로 우 의원의 수락 연설을 경청했다. 누구도 못 한 우원식 의원의 국회의장 후보 선출에 박수마저 시원하게 터지지 않았다. 당초 당 안팎에서는 추미애 당선인의 의장 후보 선출을 유력하게 전망했다. 먼저 치러진 원내대표 경선에서 '명심'에 힘입어 단독 추대된 박찬대 원내대표가 직접 '교통정리'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의장 경선 역시 이재명 대표의 의중에 따라 치러질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국회의장 선거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날 투표에 앞서 "국회의 큰 책임을 제대로 수행할 의장단을 구성하는 것은 개개인 선호의 문제를 넘어 국민과 당원, 대한민국의 운명이라는 걸 두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은 아니었지만, '명심은 추미애'라는 공식이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었기에 우원식 의원의 당선은 '명심'을 거스른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강성 친명인 정청래 최고위원은 아예 의장 후보 선거 결과와 관련해 당원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국회의장 선거 결과로 많은 당원, 지지자들이 실망하고 분노했다"며 "민주당은 앞으로 부족한 건 더 채우고 다듬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일극 체제' 부담…'뚜벅이' 우원식의 승리
우원식 의원의 승리 요인으로는 우선 △이재명 대표 '극일 체제'에 대한 부담 혹은 반발이 꼽힌다. 박 원내대표가 앞장서서 추 당선인 쪽으로 교통정리를 했다는 전언에 '이재명 일극 체제'에 대한 우려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우 의원 역시 경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승리 요인을 묻는 말에 "출마하면 후보들이 끝까지 경쟁하는 것이 우리가 아는 여의도 문법인데 갑자기 (추 의원으로) 단일화하니까 '이게 뭐지'라는 생각을 의원이나 당선인들이 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정치권에서는 이외에도 △추미애 당선인과 우원식 의원이 그동안 걸어온 정치 행보에 대한 평가도 작용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재선 이상 의원들 사이에서 추 당선인의 인기도가 떨어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추다르크'(추미애+잔다르크)라는 별명처럼, 추 당선인이 가진 '강성' 이미지로 인해 거부감을 키웠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우 의원은 '뚜벅이 유세'를 펼치며 의원 개개인과 스킨십을 늘린 게 주효했다. 우 의원은 유권자인 당선인들의 방을 모두 방문해 지지를 호소했고, 지역으로 찾아가 당선인들을 만나기도 했다.
○'샤이 비명' 가능성?…이재명 연임에도 영향 줄까
다만 우 의원의 의장 당선 '이변'이 '샤이 비명'의 존재 때문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당내 '샤이 비명'의 존재는 이재명 대표 연인 및 안정적 당 운영과도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민주당은 이번 총선을 거치며 '비명계'를 사실상 배척하고, 친명계를 중심으로 당 구조를 완전히 재편한 바 있다. 지난 원내대표 선거에서 일사불란하게 박찬대 후보로 교통정리가 된 데는 이러한 배경이 작용했다.
그런데 의장 선거에서 돌연 당선인들의 표가 '명심'을 거르고 우 후보에게 몰리면서, 강성 당원들은 당에 여전히 '샤이 비명'이 남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에 이들은 "수박(비이재명계를 비하하는 별칭)을 색출하자"며 격한 반응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우선 '샤이 비명' 등 단일대오 이탈 가능성은 적극 부인하고 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17일 YTN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정말로 명심이 추미애 당선인에 있었다면 이런 결과(우원식 의원 선출)가 나왔겠느냐"며 "전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 대변인은 "명심은 우원식 의원에게도 있었다"며 "한민수에게도 명심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윤건영 의원도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추 당선인만 명심(이 대표의 마음)이라고 한다면 우 의원께선 전혀 동의하지 않으실 거라고 본다"면서 "이번 총선 민심이 '국회를 바로 세우라'라는 것이기 때문에 우 의원도 그런 부분들을 잘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당내에서는 '오히려 잘됐다'고 평가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당장은 예상하지 못한 경선 결과가 당혹스럽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모두에게 잘된 일이라는 것이다. 추 당선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온건한 우 의원이 의장을 맡으면 야권의 각종 독주로 인한 '역풍'의 우려가 낮아지고, 추 당선인은 이 대표와 함께 당내에서 강성 투쟁을 벌여 당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이번 의장 경선이 이재명 대표의 '연임' 문제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면서 "당심이 추미애 당선인에게 향했던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우 의원이 '비명'인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 내에서 '민주주의가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준 계기가 될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여권에서는 이런 민주당을 경계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강성 지지층에게 더 많은 지지를 받은 추 당선인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온건한 우 의원을 선택한 민주당이 무섭다"며 "앞으로 민주당의 모든 기준은 대선 승리뿐이다. 패배한 우리보다 승리한 민주당이 더 먼저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