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3배 넘게 주고 사게 생겼다"…'날벼락' 맞은 직구족들
입력
수정
정부 '해외 직구 물품 규제'에 반대 목소리"해외 제품을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하면 가격이 3배가 넘는데…앞으로가 막막합니다. 싼 맛에 좋아서 샀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요." (해외 직구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다음 달부터 국내 인증이 없는 해외상품의 직접 구매(직구)가 금지되는 가운데 '직구족'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간 해외에서 직구로 들어오는 제품은 별도 절차 없이 반입돼 왔다.이에 따라 정부는 소비자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취지에서 16일 관련 대책을 발표했는데, 저가에 제품을 구매해왔던 소비자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선 상황이다. 일부 정식 수입 제품은 동일한 제품인데도 해외에서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17일 온라인을 중심으로 전날 정부가 발표한 '해외 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에 부정적인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규제 대상에 올린 대상은 생활과 밀접한 80개 품목이다. 어린이용 장난감·의류 등 34개 품목, 전기·생활용품 34개 품목, 생활 화학제품 12개 품목은 앞으로 국가통합인증(KC) 마크가 없으면 직구가 전면 금지된다.
온라인상에서는 "직구로 싸게 사던 제품들을 사재기해둬야 하는 것이냐", "해외 플랫폼에서 1만원 정도 하는 부품을 국내에서 4만원은 주고 사게 됐다", "국내에서는 10배 넘게 비싼 품목도 많은데 그걸 사야 하는 것이냐", "소비자들이 직구를 찾는 근본적인 원인인 국내 유통구조는 바꾸지 않고 규제만 한다", "급한 제품은 이번 달 안에 다 사놓아야 할 것 같다" 등 다양한 목소리가 쏟아졌다.성인 소비층도 많은 게임·애니메이션 캐릭터 피규어와 프라모델(조립식 플라스틱 모형)도 규제 대상이 될 공산이 커져 키덜트족 사이에 비상이 걸렸다. 직장인 유모 씨(27)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를 통해 훨씬 저렴하게 피규어나 문구류를 구매해왔는데, 국내 쇼핑몰에서 비싼 돈 주고 살 의향이 없다"며 "규제가 시작되기 전에 직구 제품을 싹쓸이 해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이 실효성이 없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통관 과정에서 인증받지 않은 제품을 일일이 걸러내는 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자상거래를 통해 국내로 들어온 통관 물량은 약 4133만건. 하루 평균 46만건의 통관이 이뤄진 셈이다. 의약품 등 일부 품목은 해외직구가 원천 금지돼 있으나 통관 물량이 과도해 물품을 하나하나 검수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도 문제제기가 나왔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최근의 고물가 상황에서 물가 안정을 생각한다면 직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난로 켜고 에어컨 켜는 격"이라고 꼬집었다.그는 "어린이 제품의 안전 문제를 양의 머리로 걸었지만 실제로 직구 통계는 2022년 기준으로 △건강식품(16.3%) △가전제품(13%) △의류(11.9%) △기타 식품(10%) △신발류(5.9%) △화장품·향수(4.9%) △완구·인형(4.4%) △핸드백·가방(3.4%)과 같은 순서인데, 가전·전자제품 수입 유통업체의 마진율만 높여줄 것 같다"며 "정작 완구나 인형은 4.4%밖에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다만 해외 직구 제품의 안전성 등이 보장된다는 측면에서 이를 반기는 소비자들도 있다. 실제 알리와 테무 등을 통해 직구로 국내 들어오는 초저가 제품들 가운데 유아와 어린이용품 등에서 카드뮴 등 인체에 치명적인 발암물질이 검출된 바 있다. 지난해 해외 직구 거래액 통계를 보면 중국 해외 직구에 대한 소비자 불만·분쟁 관련 상담 건수는 143%(365건→883건) 급증하기도 했다.
정부는 소비자 안전 확보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문제 되는 제품들의 해외 직구를 차단하기 위해 어린이제품법, 전기생활용품 안전법, 화학제품 안전법 등 관련 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해외 플랫폼에 대한 빅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AI)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특허청·관세청 보유 정보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차단 시스템을 이달 중 도입한다.연내 상표법 개정을 통해 플랫폼 기업이 가짜 제품 차단 등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제재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한다. 아울러 정부는 금지 대상 품목에 대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아 일부 혼란이 야기되는 것과 관련, 추후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