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 값 폭등할 것'…외식업계도 농안법에 일제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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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보장하는 품목에만 생산 쏠려외식업계 단체들이 국회에서 논의 중인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재확인했다. 농민들의 식자재 생산이 일부 품목에 편중되면서 외식업계가 막대한 비용 부담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농안법에 대한 반발이 정부·여당을 넘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나머지 농산물 생산 급락 우려
"농산물 품질 떨어질 것" 지적도
17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송명달 해양수산부 차관은 전날 서울에서 한국외식산업협회,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소상공인연합회 및 한국외식업중앙회와 함께 서울에서 합동 간담회를 개최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날 간담회에선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주도하는 양곡법과 농안법 개정안이 외식업계에 끼칠 영향과 문제점이 논의됐다"고 전했다.외식업계 단체는 지난달 잇따라 농안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취지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국외식산업협회는 지난달 26일 성명서에서 “농업인을 위한 제도이나 과잉생산 유발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며 “특정 농·축·수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그 외 품목은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을 경우 우리 외식업체들은 더욱 벼랑 끝 위기로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도 나흘 뒤 성명서를 내고 “외식업은 매일 신선한 식자재를 사용해야 하는 만큼 농수산물 가격에 매우 민감한 업종”이라며 “농안법으로 일부 품목에 생산자가 몰리면서 과잉생산 및 품질 저하 등의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도 같은 날 “가격안정제 대상 농산물의 기준가격도 매년 높아질 것이고, 정부가 가격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농산물의 품질보다는 많은 양을 생산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의 불필요한 재정 지출과 특정 농·축·수산물 가격 폭등이 예상되는 농안법 개정안의 신중한 접근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주도하는 농안법 개정에 대한 반대 의견이 시장 전반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는 평가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양곡법과 농안법이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된 이후 관련 성명을 발표한 농업인 단체나 협회는 총 47개에 이른다.
농업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입장 때문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지 못하지만, 양곡법이나 농안법 대신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샤이 반대파'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농업인 단체장은 “정부의 소득 보장을 원하는 농민들의 마음을 고려하면 야당이 추진하는 양곡법이나 농안법 개정안에 대해 뚜렷이 반대하기 어렵다”면서도 “장기적인 농업 발전을 고려하면 수입 보장보험처럼 부작용이 덜하면서 농업의 다양성을 지킬 수 있는 제도를 확대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