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브랜드 잡는다"…PB 싹 갈아엎는 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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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줄이고 1인 가구 공략롯데 유통 계열사들이 자체브랜드(PB) 성장 전략을 새로 짜고 있다. 이마트 등 경쟁사에 PB 경쟁력이 크게 뒤처진다는 판단에서다. 우후죽순처럼 벌여놓은 PB를 한두 개로 통합하고, 1~2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소형·소용량 제품을 늘리기로 했다. 다른 기업과의 협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마트·슈퍼, PB 30여개 퇴출
'요리하다' '오늘좋은'만 남겨
하이마트, 1인가구용 가전 내놔
세븐일레븐은 캐릭터 상품 늘려
○“숫자 줄이고 덩치 키운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들은 올해 들어 PB 상품 구조조정에 나섰다. PB 가짓수는 많은데, 주목할 만한 매출을 내는 브랜드는 적다는 지적이 나와서다. 통합 작업을 벌이면서 PB를 단순화하고 있는 롯데마트·슈퍼가 대표적이다. ‘온리프라이스’ ‘초이스엘’ ‘룸바이홈’ 등 한때 38개에 이르던 PB를 ‘요리하다’와 ‘오늘좋은’ 두 개로 줄였다. 요리하다는 가정간편식(HMR)을 주력으로 삼아 이마트 PB ‘피코크’를 겨눈다. 오늘좋은은 물티슈 등 생활용품과 콜라, 팝콘 등 가공식품 위주다. 이마트 ‘노브랜드’와 비슷한 콘셉트다.이들 상품은 소비자가 자주, 많이 구매하기 때문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생명이다. 브랜드 상품보다 용량을 키우고 가격을 낮춰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롯데 관계자는 “가성비를 높이려면 박리다매가 필수인데 지금처럼 PB 숫자가 많아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롯데마트·슈퍼는 요리하다, 오늘좋은 외의 PB 상품은 재고를 털어낸 뒤 생산을 멈춰 자연스럽게 없앨 예정이다.
편의점 세븐일레븐도 간편식 PB ‘소반’, 베이커리 PB ‘브레다움’ 등을 없애고 ‘세븐셀렉트’로 통합한다. 세븐셀렉트는 세븐일레븐이 한국뿐 아니라 미국 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도 쓰는 세계적 PB다. 한국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롯데는 한국 독자 PB를 키우려 했으나 소비자 혼란만 가중한다는 지적에 이 전략을 포기하기로 했다. 다만 한국에서만 쓰는 원두커피 PB ‘세븐카페’는 유지한다.
○소형 냉장고·식기세척기 등도 선보여
롯데 PB 전략의 또 다른 핵심은 1인 가구 전용 상품이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달 자사 PB ‘하이메이드’ 이름으로 245L 소형 냉장고를 내놨다. 이 회사는 올 들어 새로운 PB 전략을 세우려고 외부 컨설팅을 받고 있다. 그 첫 결과물이 1인 가구용 소형 가전 강화다. 소형 가전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형 가전사가 힘을 쏟지 않는 분야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소형 냉장고 출시 초반 소비자 반응이 폭발적으로 좋다”고 밝혔다. 롯데하이마트는 올 하반기 식기세척기, 김치냉장고 등 1인 가구용 가성비 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롯데마트·슈퍼의 요리하다도 1인 가구 전용 상품을 늘리고 있다. 최근 내놓은 ‘요리하다 트레이 파스타’는 1인분짜리다. 3~4인용이 대부분인 다른 간편식과 다르다. 오늘좋은 즉석밥도 최근 낱개 상품이 나왔다. 종전에는 12개들이 박스로만 팔았다.
외부 기업과의 협업도 강화하고 있다. 세븐셀렉트는 ‘피카츄’ ‘이프’ 등 캐릭터를 제품 포장 디자인에 넣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런 제품은 PB 상품의 빈약한 브랜드 인지도를 보완해준다.
안재광/라현진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