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약 승인 불발에…HLB그룹株 시총 5조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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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HLB 쇼크'코스닥 바이오벤처 HLB의 미국 신약 승인이 불발됐다. HLB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 리보세라닙과 중국 항서제약 캄렐리주맙의 간암 병용요법 품목허가 신청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보완 요청을 받았다.
FDA '리보세라닙' 허가 반려
HLB 등 8개 종목 무더기 하한가
투자자들 "회사 신뢰 무너져"
진양곤 회장 "보완 후 재신청"
국내 증시에 상장된 HLB그룹주 8개는 일제히 하한가로 추락했다. HLB는 “FDA가 지적한 사항을 보완해 다시 품목허가 신청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하한가는 풀리지 않았다. 신약 승인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이날 하루 동안에만 HLB그룹 8개사 시가총액은 5조205억원 증발했다.
○美 FDA에서 품목허가 신청 반려돼
진양곤 HLB그룹 회장은 17일 개장 전 회사의 공식 유튜브 계정을 통해 “품목허가 신청에 대한 FDA의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았다”고 밝혔다. 진 회장은 “이날 한국시간 오전 6시45분에 FDA가 엘라바(HLB의 미국 자회사)와 항서제약에 각각 CRL을 보냈다”며 “수정 보완해야 할 문제가 있으니 이를 보완해 다시 제출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HLB는 개장과 함께 하한가(-29.96%)인 6만7100원으로 추락했다. HLB생명과학(-29.98%), HLB이노베이션(-30%), HLB제약(-29.87%), HLB바이오스텝(-29.94%), HLB테라퓨틱스(-29.97%), HLB파나진(-29.95%), HLB글로벌(-29.97%) 등도 마찬가지였다.FDA는 CRL에서 크게 두 가지 문제를 언급했다고 진 회장은 설명했다. 첫 번째는 의약품 생산 공정 및 품질 관리 실사 과정에서 문제를 발견했고, 두 번째는 임상을 시행한 병원 실사를 FDA가 다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진 회장은 “FDA는 각 개발사에 별도의 문서를 보내기 때문에 HLB는 리보세라닙에 대해, 항서제약은 캄렐리주맙에 대해 CRL을 받았다”며 “아직 항서제약의 문서는 확인하지 못한 상태”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첫 번째 이유와 관련해) 리보세라닙에 관한 이슈는 없으나 캄렐리주맙과 관련해 이슈가 있었다”며 “심사 과정에서 항서제약은 CMC(의약품을 만드는 공정 개발과 품질 관리 실사)에 대해 마이너한 내용을 지적받았고, 항서제약이 이를 수정 보완했다”고 했다. 그는 “항서제약의 답변이 FDA를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이유와 관련해 진 회장은 “FDA가 여행 제한 문제로 임상 현장 실사를 마무리짓지 못했다고 얘기하고 있다”며 “임상 지역 중 백인 비율이 높았던 곳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병원인데, 두 나라가 지금 전쟁 중인 관계로 실사를 갈 수 없었다는 내용으로 이해된다”고 했다.
○재신청 통과 사례 있지만…
HLB는 항서제약으로 간 CRL 내용까지 면밀히 검토해 보완한 뒤 FDA 품목허가 신청을 다시 할 계획이다. 진 회장은 “글로벌 의약품 품목을 17개나 보유한 항서제약의 제조 공정에 수정 불가능한 문제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빠르게 수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리보세라닙에 대해 지적받은 내용이 없으므로 HLB가 별도로 할 일은 없다”며 “항서제약 측과 빠르게 협의해 마무리짓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과거에도 국내 바이오 기업이 FDA에서 CRL을 받은 적이 있다. 셀트리온이 2018년 4월 FDA로부터 허쥬마의 CRL 공문을 받았다. 셀트리온은 지적 내용을 보완해 허가를 재신청했고, 그해 12월 품목허가를 받는 데 성공했다. 1년 내 회사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거나 수정 보완한 사안이 FDA를 충족시키지 않을 경우 최종적으로 허가가 취하되지만, HLB에는 한 번의 기회가 아직 남아 있는 셈이다.
투자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HLB는 주로 개인투자자들이 선호하던 바이오 종목이다. 이날 종목토론방에는 “회사를 한 번 더 믿어보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회사를 성토하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국내 대형 증권사는 HLB에 대한 보고서를 내지 않고 있다.
양병훈/김유림 기자 hun@hankyung.com